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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출근길 장애인 기습시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부작침] 출근길 장애인 기습시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시 이번 주 월요일 출근 시간에 지하철 5호선을 탔던 독자 있었나요? 다른 때와 달리 열차가 오질 않고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지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시위가 있었다는 거예요. 때마침 들려온 지하철 안내방송에서는 장애인 단체의 시위 탓에 원활한 배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기사의 댓글을 보니 출근을 제 때 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더라고요. 댓글에는 30분 늦은 사람, 늦게는 1시간 넘게 지체된 사람들의 분노가 느껴졌어요.

사실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는 이번 주 월요일이 처음이었던 건 아닙니다. 올해에만 벌써 8번에 걸쳐서 지하철역에서 시위를 하고 있거든요. 저번엔 서울교통공사가 시위를 막기 위해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폐쇄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해봤어요.

여러분은 출근시간 장애인들의 기습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장애인이 기습시위를 한 이유는?


일단 장애인의 시위, 기습시위였을까요? 기습의 뜻을 사전에서 살펴보면 '남이 알아차리기 전에 갑자기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위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갑자기 뿅! 하고 했다면 기습시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서울교통공사 트위터를 살펴보면 시위가 있기 하루 전날에 공지가 됐더라고요.
 
12월 20일(월) 08:00시부터 5호선 광화문역과 공덕역 사이 구간에서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타기 선전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5호선 해당 구간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하여 열차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시위를 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미 10일 전에 보도자료를 뿌리기도 했어요. 다만 실제 시위는 20일 왕십리역과 광화문역, 여의도역 등에서 진행이 됐는데, 공지에서 예고한 광화문역과 공덕역 사이에 있지 않은 역들도 포함되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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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은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소리쳤습니다. 교통약자도 지하철, 버스를 타는데 문제가 없도록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거였죠. 교통약자를 위한 법,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은 2005년 1월에 제정되었지만, 1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게 장애인들의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을 누릴 수 있는 권리, 이동권. 장애인들의 이동권은 어떤 상황인 걸까요?
 

탈 수 있는 버스가 없다


버스는 장애인들이 외출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전체 장애인 가운데 31.7%가 1순위 교통수단으로 뽑을 만큼,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필수적이죠.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턱이 없는 저상버스가 필요해요. 정부도 교통약자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저상버스 도입을 항상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교통약자를 위한 계획은 5년 단위로 세워지는데 2차는 2012년부터 2016년, 3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를 대상으로 했어요. 내년부터 적용될 4차 계획은 한창 공청회가 진행 중입니다.

계획대로 됐을까요? 2차 계획대로라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에 9,594대의 저상버스가 도입돼 저상버스 비율을 전국 기준으로 41.5%를 맞춰야 했지만 실제로는 3,621대만 도입되었어요. 2016년 전국의 저상버스 비율은 목표치보다 턱없이 부족한 22.3%에 불과하죠. 3차 계획도 마찬가집니다. 2021년까지 저상버스 비율을 42.0%를 채우겠다고 했지만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저상버스 비율은 27.8%죠. 계획대로 저상버스가 도입된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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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저상버스가 많은 서울조차도 계획에 한참 못 미치고 있어요. 2차 계획에서 서울의 목표치는 절반을 넘는 55%로 세웠지만 달성하지 못했고, 65%를 목표로 했던 3차 계획도 작년 기준으로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죠. 2020년 서울의 시내버스 7,392대 중에 저상버스는 4,272대로 57.8%를 기록했거든요. 그래도 서울은 2019년부터 저상버스의 비율이 50%를 넘고 있어요.
 
Q. 시외, 고속버스의 상황은 어떨까?

시내버스의 상황도 심각하지만 시외, 고속버스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불과 2년 전까지 다른 도시를 갈 때 버스는 탈 수가 없었어요. 왜냐고요?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시외, 고속버스가 없었거든요. 2019년이 되어서야 시범 사업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2020년부터는 단계적으로 휠체어도 탈 수 있는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2019년과 20년에 각 10대를 도입하고, 2021년 20대, 총 40대를 목표로 했습니다.

계획대로 됐을까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요. 계획대로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시외, 고석 버스가 도입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고속버스는 단 2대뿐입니다. 노선은 서울과 당진 사이 단 한 곳이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시외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은 전국에 서울-당진 말고는 없어요.
 

목숨을 담보로 약속된 엘리베이터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한 분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장애인용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였죠. 이 사건 이후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2002년, 이번엔 발산역에서 장애인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역시나 장애인용 리프트가 추락하는 사고였죠. 목소리를 높여도 바뀌지 않자 장애인들은 39일간의 단식투쟁을 했습니다. 결국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서울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해요. 장애인의 목숨으로 지하철에 변화가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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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은 17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정권이 바뀌어도 큰 변화는 없었죠. 2015년에도 고 박원순 시장이 2022년까지 모든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어요. 그 사이 2017년에는 신길역에서 또다시 휠체어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죠.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리프트 사고는 모두 17건, 그중 사망사고는 4건이나 됩니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서울의 지하철 역사는 모두 284곳. 여전히 22곳의 지하철 역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요. 2022년에 완공되는 곳이 6곳, 2023년에 완공을 추진할 10곳의 역이 있지만 아예 공사가 어려운 역도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2004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기다려온지 오늘로 6,201일. 장애인들은 14만 8,824시간의 연착된 약속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요.
 
Q.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지하철을 안전하게 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아요. 열차와 역 사이의 간격(연단 간격) 때문에 휠체어를 타신 장애인들은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어야 하거든요. 법적인 연단 간격 기준은 10㎝. 서울 전체 20,432곳의 승강장 중에 10㎝를 넘는 곳은 3,634곳이나 됩니다. 휠체어 앞바퀴의 지름이 보통 6인치, 약 15㎝인데 이것보다 더 넓은 곳은 586곳이나 있어요. 대안책으로 이동식 안전발판을 사용하도록 마련해두었지만 미리 해당 지하철역에 연락해야 하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어요.
 

우리는 모두 교통약자가 된다


법에서 규정하는 교통약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을 다 포함하고 있어요.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교통약자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고,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으면 고령자가 될 테니까요. 아이를 낳는다면 임산부가 될 거고, 아이를 낳았다면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으로 교통약자가 되겠죠. 2020년 우리나라의 교통약자는 모두 1,540만 여 명. 전체 인구 대비 29.7%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어쩌다 교통약자가 될 수도 있어요. 대부분의 장애는 선천적 장애보다 사고로 인한 후천적 장애, 즉 어쩌다가 얻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거든요.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얻게 된 경우가 88.1%나 될 정도죠.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애를 떠안게 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교통약자 중에서도 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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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불편을 느끼는 장애인들은 계속해서 세상에 목소리를 던지고 있어요.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말이죠. 지난 월요일의 시위도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였을 거고요. 하지만 여전히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장애인의 20년 묵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목소리는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한 목소리일지 모릅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데이터로 현재 상황을 살펴봤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선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그들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요? 아래 댓글을 통해 생각을 알려주세요!(*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마부작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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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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