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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수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마부작침] 수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올해 수능이 끝난 지도 어언 1달 가까이 지나고 있습니다. 만점자가 단 1명밖에 나오질 않아서 수능 난이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말이죠. 게다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때문에 성적표가 공란으로 발송되는 상황까지 나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법원에서 문제의 오류를 인정했고 전원 정답 처리된 성적증명서를 발급받게 됐습니다.

다사다난한 수능에 또 다른 이야기들도 나왔었죠. 1타 강사라고 할 수 있는 메가스터디의 현우진 강사와 이투스의 이지영 강사가 수능 붕괴 이야기를 꺼냈던 거 기억나시나요? 게다가 선거철을 맞아 대선주자들도 하나둘씩 대입과 교육 정책을 내놓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수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수능 붕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무엇인지, 또 반박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인 건지 말이죠.

정말 수능이 정말 없어질까요?
 

간단하게 입시 제도 짚어보기

 
1. 다음은 주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설명이다. A와 B로 가장 적절한 것은? [3점]

A학년도 수능은 모든 영역에서 문과, 이과 구분이 사라진 첫 번째 수능이다. 또한 제2외국어 영역과 한문 영역에서 최초로 절대평가가 실시되었다.

B학년도 수능은 유일하게 성적 통지표에 등급만 단독으로 표기되었던 수능이다. 등급제 수능은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 다른 수치로 변별력을 확인할 수 없어 이듬해 수능에서 바로 폐지되었다.

① A: 2022학년도 / B: 2008학년도
② A: 2021학년도 / B: 2009학년도
③ A: 2022학년도 / B: 2010학년도
④ A: 2021학년도 / B: 2009학년도
⑤ A: 2023학년도 / B: 2010학년도

마부뉴스가 준비한 '수능 영역' 문제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분. 1분 안에 과연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요? 아마 정답을 바로 맞힐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해마다 정책이 다르고, 또 조금만 지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는 게 바로 수능과 대입 제도니까요. 어느 때는 논술이 강조되었다가, 또 다른 때엔 내신과 학생부의 비중이 높아지기도 해요. 그때마다 수험생들은 전형에 맞춘 전략을 세워야 했습니다.(참고로 정답은 1번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945년부터 2022년까지 교육제도에서 큰 변화는 모두 24번 있었습니다. 수능이 도입된 1994년 이후에만 12번이 있었죠. 대표적인 변화들만 살펴보면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수능 등급제 실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입학사정관제 실시, 박근혜 정부의 학생부종합전형 실시... 그리고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첫 수능이었죠.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입시 제도와 수능. 그런데 수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는 왜 나온 걸까요?
 

첫 번째 근거. 인구가 줄어든다


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지고, OECD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2020년엔 인구 데드 크로스 상황까지 직면한 상황이죠. 데드 크로스는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이 집계되는 상황을 말해요.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통계청의 추계 인구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6만 명씩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2070년 인구는 1979년 인구 수준인 3,766만 명으로 쪼그라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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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당연히 수능 응시생의 수도 줄어들었어요. 1994학년도부터 시작된 수능은 2000년도가 지원자 89만 6,1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에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단체 사진에서 꽉 채운 인원이 2000년도에 지원한 학생들의 규모입니다. 하지만 올해 2022학년도 수능의 지원자수는 50만 9,821명. 앞으로 2030년에는 47만 명, 2040년에는 26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결국 2040년에는 파란색 친구들만 남는 상황이죠.

이미 작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보다 수능 응시자 수가 더 적어지면서 정원 미달의 대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올해 331개 국내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40,586명인데 이 중 75.0%가 비수도권에서 발생할 정도니까요. 그렇게 되면서 과거처럼 많은 수험생들을 수능이라는 기준으로 줄을 세워 평가했던 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게 바로 수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Q. 대학 입학 정원이 응시자보다 더 많으면 대학 가기 쉬워지는 거 아닐까?

단순히 숫자만 비교해보면 응시자보다 대학 전체에서 뽑는 인원이 많으니 갈 곳은 많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은 대학교의 역량도 좋고 위치도 좋은 만큼 여전히 경쟁률이 높아지고 오히려 더 몰릴 수 있지만, 지방대와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거라고 보고 있어요. 학생들을 골라서 선발할 수 있는 선발형 대학과 학생이 없어서 어떻게 해서든 충원해야 하는 충원형 대학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두 번째 근거. 고교학점제의 시행


공통된 과목으로 모든 학생들을 평가하는 걸 피하기 위한 제도가 이미 고등학교에서는 시행되고 있습니다. 혹시 들어봤나요? 고교학점제는 말 그대로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처럼 과목(학점)을 선택해서 수업을 듣는 제도입니다. 교육부 자료를 살펴보면 이미 올해에만 고교학점제를 적용한 일반계 고등학교가 전국 1,680개의 고등학교 중에 55.9%인 939개나 됩니다. 내년에는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의 84% 수준으로 늘리고, 2025년부터는 전면 적용할 예정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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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1교시, 수학 2교시 이렇게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서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그만큼 여러 가지 교육과정 유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를 운영 중인 한 고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해 줄게요. 2학년 학생들이 200명인데, 학생들이 선택한 교육과정이 94가지나 나왔습니다. 3학년은 135가지나 나왔고요.
 
고교학점제라는 게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로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고등학교 내신 평가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수능 역시 마찬가지죠.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능과 고교학점제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모순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만큼 수능의 폐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Q. 고교학점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교육과정 유형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선생님이 많아야겠죠?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고교학점제를 두고 상황을 예측해봤어요. 학급 당 학생 수 14명, 선생님의 평균 수업시수도 12시간으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해보면 현재보다 무려 88,106명의 교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나왔습니다. 학생 수를 늘리고 수업시간을 조금 더 현실성 있게 계산해봐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선생님이 많이 있는 수도권은 운영이라도 가능할 텐데 지방은 더 어려운 상황이죠. 선생님 자체가 많이 없으니까요... 다만 온라인 수업으로 해결하거나 주변 학교에서 선생님을 빌려(!) 오는 방식 등으로 해결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능을 가장 신뢰한다


고교학점제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자 국정 과제인만큼 교육부에서는 전격적으로 시행을 했는데, 대입에서는 반대로 정시를 확대했습니다. 2018년에 대입 제도 개편을 두고 학생, 학부모, 고등학교 교사, 대학과 대입제도 전문가 등이 모여서 공론화위원회를 꾸렸는데, 여기서 나온 결과는 정시 전형의 확대였거든요. 수능 위주 전형의 적정 비율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기존의 수능 전형 비율(20%) 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82.7%로 나왔습니다.

조국 사태로 인한 대입 공정성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부모 능력에 따라 스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혹을 받은 학생부종합전형 대신 모두가 공평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수능, 즉 정시모집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거죠. 리얼미터가 당시 조사한 국민 여론을 보면 대입 제도에서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게 63.2%, 수시가 바람직하다는 게 22.5% 정도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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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능이 정말 공정한 걸까요? 사실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보다 고소득층의 비율이 더 낮고, 대도시 비율도 더 낮게 나옵니다. 형평성 측면에서 학종이 다른 전형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국 54개 대학의 15~16년 입학생 24만 2,790명을 전수 조사해 전형별로 신입생의 소득분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확실히 학생부 종합전형의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반면 수능은 실력대로 점수가 나오니까 능력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다른 전형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공부한 만큼 점수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학생의 실력을 결정하는 데에 개인의 재능뿐만 아니라 집안의 경제력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야합니다. 관련 논문(〈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 불균등에 미치는 영향〉(2015), 최필선·민인식)을 살펴보면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자녀의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9.7% 정도라고 합니다. 적지 않은 수치죠.
 

Dead or Alive 수능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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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가 전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수능의 개편은 피할 수 없게 됐어요. 수능을 고교학점제에 맞춰서 바꾸거나 혹은 폐지하고 다른 대안을 낼지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죠. 하지만 당장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2025년에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적용될 대입 제도는 아직까지 논의 중인 상황입니다. 교육부에선 내년 2월에 발표를 준비하고 있어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야. 여러분들은 수능의 유통기한이 언제까지라고 생각하나요? 인구도 줄어들고 고교 수업 방식도 바뀌는 만큼 수능의 유효기간은 이제 끝인 걸까요? 아니면 여전히 수험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험인 걸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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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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