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이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러가지 변이종을 선보이며 인간을 괴롭혔다. 그 중에는 람다 변이처럼, 전세계를 위협할 듯 하다가 큰 파장 없이 밀려난 것들도 있다. 이번 오미크론이 전세계를 놀라게 한 이유는 유전자 정보의 변형이 델타때보다도 훨씬 심했고, 전파 속도도 더 빨랐기 때문이다.
![[뉴스쉽] 코로나 변이 세계지도- 오미크론의 등장](http://img.sbs.co.kr/newimg/news/20211203/201615193.gif)
![[뉴스쉽] 각국 첫 오미크론 감염과 돌파감염 현황 (백신 종류별)](http://img.sbs.co.kr/newimg/news/20211203/201615198_1280.jpg)
그렇다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와 어떻게 다르게 생겼기에 전파력이 더 셀까? 이제부터 차근차근 바이러스의 생리를 알아보기로 하자.
1. 변이는 왜 생기나? - 오미크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설명
바이러스는 혼자 떨어져 있는 상태로는 자신을 복제하여 숫자를 불릴 수 없다. 살아있는 세포에 침투해 들어가야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다. 세포가 그냥 어서옵쇼 하고 문을 열어주지는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로서도 뭔가 장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표면에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것들이 돋아나와 있다. 이것이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인간의 세포에는 '수용체(receptor)'라는 것이 있다. 세포의 문에 달린 자물쇠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다가와서 수용체에 딱 맞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들이밀면 세포의 문이 열리고,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마구 복제할 수 있다.
![[뉴스쉽] 바이러스가 인간세포에 침투-자기복제](http://img.sbs.co.kr/newimg/news/20210716/201571581.gif)
![[뉴스쉽] 바이러스의 열쇠(스파이크 단백질)을 못쓰게 만드는 면역반응 (중화항체)](http://img.sbs.co.kr/newimg/news/20210716/201571585.gif)
바이러스는 우리 몸 속 세포에 침입한 뒤 그 세포를 망가뜨려 바이러스 복제공장으로 만든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그 공장을 파괴해야 한다. 면역세포들이 나서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임으로써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여러 단계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운다. 1차방어는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가 우리 세포의 문을 못 열게 하는 것이지만, 1차방어가 뚫리더라도 2선,3선의 면역체계가 작동한다. 백신은 이런 다양한 면역작용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사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T-세포 (자료 : 네이처)](http://img.sbs.co.kr/newimg/news/20211203/201615204_1280.jpg)
2. 오미크론 변이가 항체를 더 잘 속이는 이유
그런데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보다 훨씬 많은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그림은 이탈리아 로마의 밤비노 제수(아기예수) 병원 연구진이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델타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교한 그림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 표면에 다닥다닥 붙은 돌기같은 것으로, 인간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앞선 그림 참조)
왼쪽이 델타, 오른쪽이 오미크론인데, 굳이 의학지식이 없어도 바로 느낌이 오게끔 시각화되어 있다. 오미크론이 갖고 있는 50개 이상의 돌연변이(mutation)중 30개 이상이 스파이크 프로틴에 들어있다.
![[뉴스쉽] 스파이크 단백질 차이 비교- 델타와 오미크론, jpg. Bambino del Gesu hospital in Rome, Italy](http://img.sbs.co.kr/newimg/news/20211203/201615209_1280.jpg)
바이러스의 겉표면에 달라붙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도 끝부분에는 '리셉터 바인딩 도메인(RBD)'이라는 부분이 있다. 인간세포의 수용체와 직접 맞닿는 부위다. 오미크론은 이 부위에 유독 돌연변이가 많다. 델타의 경우, RBD에 생긴 3개의 돌연변이만 갖고도 사람 몸 속의 항체를 속이며 전세계로 신속하게 퍼졌는데, 오미크론은 RBD에만 15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기느냐고? 델타 변이의 스파이크단백질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항체를, 오미크론이 속이고 인간세포의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오미크론은 증상이 약하다던데?
국제적으로도 오미크론으로 인한 위중증이나 사망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미크론이 이미 지배종이 되어 급속 확산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일단은 가벼운 증상이 대세를 이룬다.
남아공의 최근 지표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9월말 이후 최근까지 남아공에서는 인구1백만명당 신규확진자가 31% 이상 늘었는데, 같은 기간 신규 사망자는 오히려 79%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11월 이후의 남아공 상황 그래프를 보면 신규확진자 그래프가 급속하게 우상향한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탓으로 보이는데, 해당 기간의 사망자 그래프는 정체상태를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를 세계에 가장 먼저 알린 남아공의 안젤리크 쿠체 의사협회장을 SBS 워싱턴특파원 김수형 기자가 온라인 영상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쿠체 박사는 이 인터뷰에서, 유럽 언론이 자신의 말 가운데 "증상이 덜한 경우가 많았다"는 앞부분에만 반응했다면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4. 낙관론과 신중론의 충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강력한 낙관론을 설파한 사람으로는 독일의 감염병학자 출신 국회의원 칼 로터바흐 교수를 들 수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차기 보건부장관 유력 후보인 로터바흐 박사는 "오미크론이 남아공 의사들이 말한 것처럼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경우, 코로나19팬데믹의 종식을 앞당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죽으면 자신을 복제할 수 없으므로 전파력은 강해지면서 독성은 약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미크론이 바로 그렇게 등장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질병 발병 분석 및 모델링그룹 책임자인 닐 퍼거슨 교수는 의회 자문위원회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가벼운 증상의 질병으로 진화했을 거라고 속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과거 일부 바이러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약해지는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항상 그런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퍼거슨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흡기에서 빨리 증식해 도로 나가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숙주가 된 사람이 열흘 이상 지난 뒤에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하버드 의대의 마이클 미나 교수도 파이낸셜 타임즈 인터뷰에서 이런 신중론에 목소리를 보탰다. 이 변이바이러스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많은 시간과 정보를 갖고 연구해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5. 기존 백신, 맞아야 하나?

이런 기사들을 접하는 일반인들, 특히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뭐야, 무용지물이네? 맞지 말아야겠네? 오미크론 대응 백신으로 업데이트 될때까지 기다려보든지 해야겠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일단, 지금은 여전히 델타 변이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말로 오미크론이 가벼운 증상만 일으키는지, 올겨울 안에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세종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로 델타에 걸리면 위중증으로 갈 가능성이 백신을 맞은 경우보다 훨씬 높다. 그러니, 백신은 지금이라도 접종 완료하는 게 이득이다.
그리고, 백신은 항체 형성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여러 면역기능에도 관여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일단 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다른 면역기능이 2선 3선에서 작용해 병을 이겨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남아공 의사협회장 쿠체 박사도 환자들을 보면서 이런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파우치 소장은 제약회사들이 오미크론 대응형으로 백신 설계를 변형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으며, 그런 '변형 부스터샷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지금 빨리 맞으라는 것이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 과학자도 2일 WHO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현재의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변이에 그랬듯이 중증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6. 기존 치료제, 오미크론에도 통할까?
2020년 10월2일, 트럼프 당시 미국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고령인 그의 건강이 어떻게 될지 전세계의 관심사였는데, 당시 그는 'REGN-COV2'라는 항체치료제를 투여받고 회복해 1주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코로나 완치자의 혈액 속 항체 중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항체만 선별한 뒤, 이를 치료제로 활용한 약제였다. 이 항체치료제는 고농도 산소치료를 받는, 이미 중증인 환자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어 중증 이행 이전단계에만 쓰도록 긴급승인됐다.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 FDA의 외부자문위원회는 이 약의 입원 및 사망 예방효과가 30% 정도로 만족스럽진 않지만, 안 쓰는 것보단 낫다며 긴급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의 폴 헌터 교수는, 이런 약의 경우 많이 쓰다보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유발해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오미크론이 이런 약에 내성을 보일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7.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델타' 대응이 더 시급하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