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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오징어게임은 안 되면서, '재편집' 오징어게임은 괜찮다?

[사실은] 오징어게임은 안 되면서, '재편집' 오징어게임은 괜찮다?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21.10.17 09:02 수정 2021.10.17 21: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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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사실은] 오징어게임은 안 되면서, 재편집 오징어게임은 괜찮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열풍입니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맘카페에 이런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 사례1
"우리 아이가 점심시간에 오징어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했다고 하네요. …… '움직이면 총으로 쏴 죽이는 게임'이라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 사례2
엊그제 놀이터에서 두 아이 대화가 생각나서 적어요.
아이1 : 우리 오징어게임 하자!
아이2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어때?
아이1 : 그거 무서워. 피 나오던데?
아이2 : 진짜로 총 같은 거 가져와서 죽이는 척 하자.

오징어게임은 청소년 관람 불가입니다.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데,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 유튜브에는 오징어게임 영상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재편집한 영상이 많아, 위 사례 같은 문제들이 생겼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런 영상에는 연령 제한도 없다며, 잔인한 장면을 캡처해 저희 사실은팀에 제보해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냥' 오징어게임은 안되면서, '재편집' 오징어게임은 괜찮은 거냐, 이건 영상물 등급 정책의 허점 아니냐, 통제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봐달라는 팩트체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사실은
실태부터 확인했습니다. 성인 인증이 안 된 상태에서 오징어게임 동영상을 검색해봤습니다. 성인 인증을 요청하는 콘텐츠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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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인증 없이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재편집 콘텐츠

사실 기존 영상을 재편집한 콘텐츠 때문에 아이들이 폭력적, 선정적 장면에 쉽게 노출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오징어게임의 경우 워낙 주목도가 높고 노출이 많다 보니, 문제가 훨씬 더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한테 의견을 구했습니다. 법률사무소 청의 곽준호,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저작권법 위반 소지를 지적했습니다. 저작권법 136조는 "(저작물을) 복제, 공연, 전시, 배포, 대여 등의 방법으로 침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기계적으로 재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건 저작권법 위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예고편 영상을 수정, 가공하고 비평을 하는 식으로 재편집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합니다. 이른바 '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2차적 저작물)
①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2차적 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판례도 있습니다.
 
2차적 저작물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야 하는 것이며,
- 대법원 99도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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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법원 판례에 '사회통념상'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사례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이 "이건 저작권 위반이고 저건 아니다"는 식으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재편집 영상물의 경우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걸로 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에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편집'된 잔인한 장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오징어게임을 '청소년 관람 불가'로 분류한 영상물등급위원회, 영등위에 물어봤습니다.

영등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50조에 따라, 유튜브 재편집 영상물은 등급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영화비디오법 50조는 "(유튜브처럼)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중의 시청에 제공하는 비디오물'의 경우 등급 분류에서 예외로 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등위는 배포 전 등급을 매기는 기관이기 때문에 사후 관리까지는 법적으로 관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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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관리 기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라고 합니다. 방심위에 물어봤습니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제21조에 근거해, 전기통신 회선을 통해 공개되는 영상물 심의의 임무가 있다고 했습니다. 자연히 재편집 유튜브 영상물도 방심위의 심의 대상입니다.

방심위 역시 재편집된 오징어게임 영상물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워낙 그 양이 많다 보니 관리에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방심위는 심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시정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심위 심의의 우선순위는 음란 정보, 성매매 정보, 청소년 유해 정보 같이 불법성이 명확한 것들이라고 합니다. 유튜브를 포함해 SNS, 카카오톡 채팅방 등 인터넷 유해 정보에 모니터 요원을 두고 있지만, 관리 범위에 비해 모니터 인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방심위는 사업자 협력을 통해 자율 규제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튜브에 어떻게 자율 규제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유튜브 측은 "사용자들이 신고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담당 팀이 리뷰하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판단된 콘텐츠는 삭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내법 준수를 위해 여성가족부, 방통위 등 정부 기관과 협력해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구글 투명성 보고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한국에서 유튜브 가이드에 따라 삭제된 동영상은 108만 9,761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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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제한 동영상에 대해 문의했는데, 유튜브는 "이럴 경우 연령 제한을 적용하거나 미리 보기 이미지를 삭제하고 있다. 연령 제한 동영상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고, 유튜브 일부 섹션에 표시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사실은팀이 앞서 파악한 실태를 보더라도, 오징어게임의 인기만큼이나 재편집 영상물이 폭증하면서 잔인한 재편집 영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징어게임과는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최근 한 의원실이 유튜브에서 술을 폭력적으로 마시는 폭음 영상물을 분석했는데, 청소년 접근이 제한된 건 0.3%에 불과했다는 통계도 있었습니다.

당국의 심의와 관리 그리고 유튜브의 자율 규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영상물 생산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자연히 영상물 재편집 문제 때문에 영상물 등급이 무력화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사실은팀이 방법이 없을까 논문도 찾아보고,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란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방심위는 "(잔인한 장면과 관련해) 신고가 많이 들어오게 되면, 심의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턴 : 권민선, 송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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