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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면허 정지에 출국 금지까지…양육비 문제에 얼마나 도움 될까?

[취재파일] 면허 정지에 출국 금지까지…양육비 문제에 얼마나 도움 될까?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21.03.07 08: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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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면허 정지에 출국 금지까지…양육비 문제에 얼마나 도움 될까?
1. A씨. 50대. 2010년 이혼. 고등학생 남매 양육 중. 양육비 받은 적 없음.
"엄마가 돈이 없다는 걸 아니까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말을 안 해요. 정말 너무 가슴이 찢어져요."
2. B씨. 30대. 2017년 이혼. 초등학생 남매 양육 중. 현재까지 받은 양육비 160만 원.
"얼마 전에는 (전 남편) 번호도 바뀌었어요. 연락이 안 되는 상태예요."
3. C씨. 40대. 2016년 이혼. 중학생 남자아이 양육 중. 현재까지 받은 양육비 약 400만 원.
"중2병까지 걸린 상태에서 요구하는 것도 많고…한창 클 때다 보니 정말 고기만 찾는데 돈이 많이 부족하지요."

최근 국가대표 출신의 모 씨를 둘러싸고 다시 양육비 미지급 논란이 불거졌다. 모 씨와 관련된 그간의 여러 일들 때문에 더 주목을 받긴 했지만, 사실 양육비 미지급은 한부모 가정 사이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한부모가족실태조사(2018,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받는다는 비율은 15%,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비율이 73%에 달했다. 직전 조사(2015) 때의 80%에 비하면 좋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매우 높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월 평균 소득은 219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55%에 불과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위의 3가정 모두 생계비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학원비 정도 항목이라면 모를까 아이 양육에 드는 비용을 무 자르듯 구별해 내기란 쉽지 않다.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시간과 기타 계산하기 힘든 노력, 비용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지만, 아쉽게도 상당수의 비 양육자들은 양육비를 전 배우자에 주는 생활비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정말 여건이 어렵고 사정이 어려워진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73%라는 숫자는 양육비 지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이들이 대다수임을 보여준다.

양육비를 받지 못했을 때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재산 조회, 직접 지급 명령, 담보 제공 명령, 이행 명령, 압류, 추심 등등. 그런데 명칭에서 보듯 모두 소송을 전제로 가능한 조치들이다. 몇 년 전 양육비이행관리원이라는 곳이 만들어졌고, 이 곳에서 상담과 소송을 도와주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하다 못해 연락처, 주소만 바뀌어도 서류 송달하는 데 몇 달씩 걸리는 게 다반사다.

이행 명령을 받고도 3번 이상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유치장에 가두는 감치 명령 청구가 가능해진다. 여기까지 가는 과정도 매우 어렵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복순 센터장의 말이다. "이행 명령부터 감치 명령까지 가는 데에도 법관이 누군지, 어떤 소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쉽게 해주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일부라도 지급하면 비양육 부모가 노력한다고 해서 감치 결정을 내리는 데에 망설이게 되고."

이 과정을 거치더라도 다시 양육비를 안 주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소송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적잖은 양육자들이 배드 파더스, 배드 페어런츠같은 온라인 사이트에 상대방의 신상을 공개하는 선택을 한다. 사적 제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지만, 결국 명예 훼손 등 또다른 논란은 불가피하다.

6월부터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 면허 정지, 7월부터 출국 금지와 신상 공개 등 한층 강력한 제재가 시행됨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 도입되는 처벌 규정들이 모두 감치 명령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그 앞의 지루한 소송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주나 뉴질랜드가 시행 중인 행정 제제(급여 징수 등이 행정부 차원에서 가능)나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지급제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지급제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시행 중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대지급제 목소리가 있었고, 지난달에도 박홍근 의원의 대표발의로 양육비 대지급을 위한 특별법이 다시 올라왔다. 양육비 채권은 현재도 우선순위 등에서 별도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지는 못한데, 예전에도 논의 과정에서 국가가 개인 간 사정에 너무 개입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이혼을 부추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반대의견들이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양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와중에, 국가가 새로 지게 된 양육 부담이 아동 수당, 양육 수당 등의 형태로 도입된 것도 대지급제 논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부분은 향후에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절차부터 간소화 하자는 의견, 감치 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 복권기금을 대지급에 활용하자는 법안 등 다양한 요구 사항과 아이디어들이 있다. 한부모 가구가 전체의 7.6%에 이르는 상황에서 양육 부담과 책임에 대한 시선은 계속 변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더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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