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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학물질 누출 25분 뒤 신고, 골든타임은 지켰나?

LG디스플레이에서 벌어진 일 ②<br>'골든타임'은 지켜졌나?…오늘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

● 누출 25분 뒤 신고, '골든타임' 놓치지 않았나

신고 시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겁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제출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화학물질 누출 사고 발생 시각은 오후 1시 55분이었습니다. 119 신고는 14시 20분쯤이니 신고까지 25분가량 소요된 겁니다.

LG디스플레이는 사고 이후 상황에 대한 SBS의 질의에 "사고 발생 즉시,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 후 119 구급대 등을 통해 인접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사고 현장에 대한 밸브 차단, 긴급 배기의 2차 피해 방지조치를 취하는 등 사고 이후 매뉴얼대로 신속하게 대응하여 피해 확산을 방지하였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들은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소 상이합니다. 협력업체 최 씨와 이 씨를 포함해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작업자 5~6명이 누출된 500L의 TMAH를 직접 닦았습니다. 현장에는 LG디스플레이 측 안전관리자 혹은 일명 장비반이라 불리는 현장 감독자가 있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TMAH를 온몸에 뒤집어쓴 최 씨와 이 씨는 한동안 누출 화학물질을 흡착포를 이용해 한동안 직접 닦았던 걸로 보입니다.

최 씨와 이 씨가 자신의 몸에 묻은 화학물질이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 몰랐더라도 '즉시 세척 후 대피'라는 사고 매뉴얼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최 씨는 사고 층인 5층이 아닌 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원래 작업 당시에는 입지 않았던 전신 보호복을 입은 채 쓰러졌습니다.(누출 사고 직후 누군가 최 씨에 전신 보호복을 입으라고 건네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 씨는 누출 장소 옆에 있는 세척시설에서 온 몸에 묻은 TMAH를 씻으려다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LG디스플레이 소속 응급구조사가 구급조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최 씨와 이 씨는 40일째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첫 산업재해 청문회에 대한 기대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라 불리는 오늘 국회 청문회엔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쿠팡 ▲롯데택배 ▲CJ대한통운 ▲LG디스플레이 ▲현대중공업 ▲포스코등 국내 9개 기업의 수장들이 참석합니다.

기업 수장들을 불러놓고 국회의원들의 '호통쇼'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습니다. '납작 엎드려야지 별 수 있겠냐'는 푸념도 나옵니다. 하지만 내년 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시행을 앞두고 올 한 해 조금이라도 산업재해를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각 기업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 인정과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 싶다는 기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사망 사고도 없는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이 자리에 함께 서는 게 아쉬운 측면도 있을 겁니다. 또 1월 13일 있었던 사고를 산업재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아직은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만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와 산재예방 책임 범위를 확대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20년 1월 시행)의 취지에 따라 원청인 LG디스플레이도 그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SBS 취재진은 지난 2월 8일 관련 사고를 취재할 때 LG디스플레이 측에 질의를 보냈습니다. 이날  LG디스플레이는 산업재해 의심 사고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일반적인 취재 대응과 달리 이례적으로 회사 임원이 직접 사고 경위에 대해 SBS 카메라 앞에 설명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LG 디스플레이 공장 독성 화학물질 누출 사고

LG 디스플레이 임원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꼭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8시 뉴스에 시간 분량상 모두 다루지 못했던 인터뷰 내용을 아래에 영상과 텍스트로 대신 전하겠습니다.
 

# 양재훈 LG디스플레이 부사장 (2월 8일)
"LG디스플레이에서 1월 13일 날 파주에서 사고가 나서 인명피해가 난 것에 대해서 상당히 통렬하게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피해자 가족의 그 심정까지도 저희가 헤아려서 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가 위험한 작업의 외주화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높은데 저희 회사는 이번 기회를 삼아서 글로벌하게 외부에 상당히 검증된 기관을 통해서 정밀 진단을 받을 계획입니다."

"또한 정밀 진단에서 나온 결과는 협력회사를 포함한 위원회를 결성해서 해결책을 하나 둘 제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서 위험 작업에 노출된 협력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근본적이고 강화된 해결책들을 만들어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내부에서도 안전환경 관련된 조직에 대해서 위상이라든가 규모도 보강하고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저희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회사 직원까지 포함해서 특화된 안전 교육을 준비해서 저희 회사와 똑같은 안전의식이 올라올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은 어쨌든 이번 피해를 보신 가족분들, 협력회사 직원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취재파일①] 40일째 의식 없는 협력업체 노동자 2명…밸브는 열려 있었나?
▶ [취재파일③] 19년째 그대로인 화학물질 기준…고시만 빨리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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