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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인증받고 부실 시공…층간소음 대책은?

<앵커>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연속보도 오늘(26일) 두 번째 순서로,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층간소음에 왜 이렇게 취약한지를 짚어봅니다.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문제, 또 건물 구조적인 부분까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대안도 고민해봤습니다.

박찬근, 임상범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박찬근 기자>

벽을 타고 들리는 소음에 부부는 잠을 설치고 아이도 깜짝 놀라기 일쑤입니다.

"층간 소음이다", "아니다" 윗집, 아랫집과 다투다 경찰서까지 들락거렸던 부부의 귀에 마침내 소음의 원인이 잡혔습니다.

[대구시 아파트 거주자 :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밤새 원인을 찾다 보니까 엘리베이터 소리더라고요.]

관리사무소 통해 시공사에 여러 번 항의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습니다.

[대구시 아파트 거주자 : 3년 후 전 세대 다 엘리베이터 교체까지만 참아 주지 않겠느냐]

부실 시공은 이곳뿐만 아닙니다.

2019년 5월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완공 아파트 191세대를 골라 층간소음을 측정했는데, 96%는 짓기 전 사전 인정 실험 때보다 등급이 낮게 나왔고, 60%는 아예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층간소음을 줄이려면 콘크리트 슬래브부터 완충재, 경량 기포 콘크리트, 마감 모르타르 등을 규정 두께에 맞춰 제대로 된 소재로 깔아야 합니다.

시공 현장

하지만 다 지은 아파트 바닥을 뜯어볼 수 없다는 점을 노려 부실 시공을 한 비율이 88%나 됐습니다.

사전 인증만 눈속임으로 통과하면 실제 시공 과정에서 싸구려 자재로 대충 지어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바닥 시공업체 사장 : 실험실은 10배 압축할 걸 현장에서는 3배 압축하죠. 그러면 돈이 덜 들 거 아닙니까, 그냥 깔아버리고 덮는 겁니다.]

세금으로 짓는 공공아파트도 마찬가집니다.

SBS가 입수한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내부 문건입니다.

최저가 입찰과 덤핑 수주로 값싼 바닥 완충재가 쓰이고 있고,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고, 재시공도 곤란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입주민들이 기준 미달에 대해 피해 보상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LH는 이에 대해 "문제를 방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입주민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건설사를 상대로 집단소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민동환/변호사 : 일부 세대가 부담하기에는 소송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층간소음 문제가 있다는 게 소문나면 (집값에)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임상범 기자>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아예 아파트 구조를 바꿔보자는 시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벽식 구조가 대세입니다.

시공이 쉽고 비용이 저렴해 30년 넘게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 방법으로 지어졌습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은 내력벽이 없는 기둥식 구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중반 이전에는 이 기둥 구조가 많았는데, 건설사들은 층고가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기피하지만, 이 기둥식 구조가 층간소음이 덜 합니다.

[김수암/한국건설기술연구원 : 지금은 35층, 50층 이렇게 올라가니까 가변성을 위해서는 기둥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소음 쪽에서도 벽식보다는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는 기둥 구조로 된 오래 가는 아파트라는 뜻의 '장수명아파트'를 지어놨습니다.

기둥과 보가 바닥을 지탱하는 이른바 '라멘 구조'로 지어진 이 장수명아파트는 기존의 벽식 아파트에 비해 층간소음 측정치가 5데시벨 이상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입주민들이 소음 저감 효과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진만택/'장수명아파트' 거주자 : 도대체 사람들이 살지 않는가 이럴 정도로 층간소음에 관한 한 아주 좋습니다.]

층간소음에서 배관도 중요한데, 화장실에서 윗집 소음이 유난히 잘 들리는 것은, 바로 배관 때문입니다.

천정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랫집 천정에 붙은 배관을 윗집 바닥으로 올린 층상 배관으로만 바꿔도 소음이 줄어듭니다.

[박지영/LH 토지주택연구원 : 우리 집 내부에 배관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물을 사용할 때나 화장실 물을 내릴 때 이 배관 소음들이 아래층까지 전달이 덜 됩니다.]

건설사들이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신기술 도입에 나설 수 있는 유인책뿐만 아니라, 부실 공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처벌방안을 함께 고민할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기덕, VJ : 정영삼·정한욱,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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