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끝까지판다②] "63빌딩은 가져갔지만 재단은 하나님 기업"

[끝까지판다②] "63빌딩은 가져갔지만 재단은 하나님 기업"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21.01.20 20:41 수정 2021.01.20 21:4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방금 보신대로 횃불재단은 지금까지 파악된 재산만 2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순영 전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동아그룹은 국가가 빼앗아 갔지만, 횃불재단은 하나님 기업이라서 못 가져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재단의 실질적인 주인은 누군지, 저희가 확인해봤습니다.

계속해서 권지윤 기자입니다.

<기자>

유죄 확정 뒤 14년 넘게 1,5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에 1천 억 원 넘는 세금까지 내지 않고 있는 최순영 전 회장,

[최순영/전 신동아그룹 회장 (2015년) : 김대중 정권 시절인데 느닷없이 하루아침에 저를 잡아다가 감옥에 집어넣고 63빌딩 할 거 없이 신동아그룹이 22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몽땅 다 나라에서 가져가 버렸어요.]

회사는 뺏겼지만, 횃불재단은 지켰다고 말합니다.

[최순영/전 신동아그룹 회장 (2015년) : 이건(횃불재단) 하나님의 기관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건 못 가져가게 막으신 거예요. 가끔 하나님께 불평을 합니다. 제 기업은 어떻게 다 뺏어가시고 하나님 기업만 남겨놓으십니까?]

최 전 회장은 1989년 횃불재단을 설립한 뒤, 구속 전인 1999년까지 이사장을 지냈고 이어 부인 이형자 씨가 두 차례 이사장을 지내며 현재까지 재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중간에 A 목사가 이사장직을 맡은 적이 있는데, A 목사는 취재진과 만나 최 전 회장 부부가 이름만 이사장이고 명예직이라며 요청해 와서 수락했다며, 자신은 그 기간 미국에 있어 재단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때도 이형자 씨가 이사로 실제 재단을 운영했다는 건데 결국 재단 설립 뒤 지금까지 32년간, 최 전 회장 부부가 주인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재단 정관에 이사장과 이사 등 임원 임기는 3년이지만, 중임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고 임원을 뽑는 방식은 있지만, 이사장 선출 방식은 없습니다.

최 씨 부부의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취재진이 확인할 수 있었던 이사장 월급은 2013년 당시 1,500만 원, 이형자 이사장이 해마다 1억 8천만 원 넘게 받아 가고 있는 건데 여기에는 겸직 중인 횃불학원 이사장 급여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사장은 재단 업무를 총괄하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재산의 처분과 취득, 임원 선출은 물론 자신이 맡은 이사장 급여도 정할 수 있습니다.

[양봉식 목사/교회와 신앙 : (최순영·이형자 씨) 두 사람이 이사장을 교대로 하면서 결국에는 재단을 사유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부의 막강한 힘이 내부의 어떤 감시를 제대로 역할 할 수 없는, 그런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남편인 최 전 회장과 두 아들까지 재단 소유 고급빌라에 무상으로 살며 부유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재단 재산은 자기 것이 아니라며 추징금도, 세금도 낼 돈이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재단을 만들어 놓은 기업 회장은 회사가 부도나도, 거액의 추징금과 세금을 내지 않아도, 여전히 잘 살며 부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건데, 이런 행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경제적 이익을 차단시켜 범죄를 막는다는 추징제도의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겁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홍명, CG : 홍성용·최재영, 화면출처 : 유튜브 CGNTV)

---

<앵커>

이 내용 오래 취재한 끝까지 판다팀 권지윤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돈 없다" 버티면 추징금 못 받나?

[권지윤 기자 : 네, 추징금은 타인에게 양도도, 상속도 되지 않는 일신전속입니다. 최순영 전 회장이 수입도 없고 본인 명의 재산도 없다고 납부를 버티다가 본인이 사망하면 그걸로 끝인 겁니다.]

Q. 횃불재단 상대 추징 가능한가?

[권지윤 기자 : 재단 밑천을 최 전 회장이 댔고 여기에 불법 자금까지 흘러간 사실 전해드렸는데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범죄 몰수법은 불법 재산임을 알고 취득한 제3자에 대해서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는데 경제사범에게 적용되는 법에는 이 조항이 없습니다. 설령 법이 개정돼도 소급이 어렵고 또 오랜 기간 재단 재산이 섞여 있다 보니까 어디까지를 추징 가능한 불법 재산으로 볼지 입증도 쉽지는 않습니다.]

Q. 추징제도 개선책은?

[권지윤 기자 : 현행법상 추징금을 내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처럼, 고의적인 추징금 미납자는 구금하거나 노역장에 유치하는, 이른바 자진 납부 유도 장치를 우리도 도입하자, 이런 의견이 있습니다. 입법 조사처도 이런 보고서를 내기도 했는데요. 기본권 침해 우려도 있지만 범죄자가 경제적 이득은 누리면서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 또 다른 범죄의 자양분이자 정의와 공정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까지 떨어뜨릴 수 있으니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끝까지판다①] 횃불재단 재산 추적해 보니…2천억대 추정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