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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다 버티다 결국"…명동 · 이태원, 사라지는 가게들

"버티다 버티다 결국"…명동 · 이태원, 사라지는 가게들

최재영, 손형안, 배여운 기자 stillyoung@sbs.co.kr

작성 2020.12.03 21:00 수정 2020.12.03 22: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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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던 명동 거리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올여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했던 자영업자들도 결국 하나둘 가게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정부 조사 결과 지난 3분기 서울 명동의 공실률은 30%에 육박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에 지친 상인들의 목소리와 함께,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피해가 컸는지, 저희가 분석한 결과를 전해 드립니다.

최재영 기자, 손형안 기자, 배여운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최재영 기자>

보통 연말이면 서울 명동 거리는 이렇게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열 달. 거리는 많이 변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크게 줄었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빈 가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걷다 보면 골목 양쪽의 가게들이 모두 비어 있는 풍경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은윤창/명동상인 : 7월쯤에서 그때부터 이제 한참 정리를 많이 하시기 시작했죠. 한 달 정도 전까지 거의 다 많이 빼셔가지고 지금은 거의 빈 상태예요.]

취재진이 직접 명동 중심 거리에 가서 임대 광고가 붙어 있거나 간판은 있지만, 문을 닫고 영업하지 않는 곳을 하나하나 세어봤습니다.

모두 100곳이 넘었습니다.

인적이 끊긴 이태원 식당가 거리, 여기도 입구부터 비어 있는 가게가 눈에 띕니다.

이 2층짜리 건물은 통째로 비었습니다.

[김현승/이태원 주민 : 제가 여기 오래 살면서 임대 나온 거 처음 봤거든요. 근데 아직도 안 나가고 있더라고요.]

중심 상권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아예 한 집 건너 하나씩 비었습니다.

이태원 상권과 이어진 경리단길의 경우, 처음에는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예전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서영희/이태원 주민 : TV에 굉장히 여러 번 나와서 젊은이들이 와서 난리.. 제가 추석 때 봤을 때는 있었어요.]

취재팀이 한때 이태원에서 가장 유명해서 젊은이들로 붐볐다는 길 2km를 걸어봤더니 빈 가게가 30곳이 넘었습니다.

[이태원 소재 부동산 중개인 : 손님이 없잖아요. 코로나로 언택트가 되니까. 그동안 버티다가 버티다가 못 버티고… 앞으로 좀 더 되리라고 봐요.]

추석 이후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정부 집계 공실률은 지난 2분기 명동과 이태원이 각각 0%, 15.2%였지만, 3분기 들어 양쪽 모두 30%에 육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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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형안 기자>

[김종훈/명동상인 : (장갑이 새 거다. 일 한 지 얼마 안 됐나 봐?) 네 전에도. 사장님 수고하세요. (조심해서 가요.)]

10년째 서울 명동 지하상가에서 여행용 가방을 팔고 있는 김종훈 씨.

그가 가게 문을 닫고 배달 일에 나선 건 지난 달부터였습니다.

가게 매출이 정말 거짓말처럼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김종훈/명동 상인 : (3월은 다 엑스를 쳐 놓았네요?) 네, 그날은 못 팔았다는 거예요. 4월부터는 (수익이) 아예 없으니까. 아예 (장부 작성을) 안 했어요.]

매달 100만 원씩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이 가게, 언제쯤 다시 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종훈/명동 상인 : 굴곡이 있으면 다시 좋아질 때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때까지 버티자, 버티자 이런 마음으로 하고는 있는데, 지금은 눈앞의 현실이 너무 힘든 건 사실이죠.]

홍대 일대에서 이름 꽤 알려진 이 식당은 지난 9월 폐업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국/홍대 폐업 상인 : 처음 저희도 주방에 3명, 홀에도 3명 두고 하다가 결국 저 혼자. 줄일 수 있는 게 인건비랑 월세인데 어떻게든 줄어야죠.]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했지만, 폐업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국/홍대 폐업 상인 : 임대료는 보증금에서 다 까였고요.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게를 원상복구, 철거를 다 하고 갔어야 했어요. 철거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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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운 기자>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의 피해, 저희는 세 가지 데이터에 주목해 봤습니다.

먼저 유동인구입니다.

저희 마부작침 팀이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를 집계구 단위로 분석해봤더니 작년 이맘때보다 서울 전체 유동인구가 평균 23.6% 줄었습니다.

특히 쇼핑하고 식사하는 주요 상권들의 감소 폭이 컸습니다.

이태원, 명동, 강남역 같은 전통적인 상권들이 40~50%까지 사람들 이동이 급감했고 홍대, 건국대, 중앙대 같은 대학가도 비대면 수업의 여파로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습니다.

또 3월, 9월, 11월 유동 인구수가 갑자기 줄어든 때가 있는데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됐을 때입니다.

다음은 소비입니다.

서울 주요 상권 5곳에서 결제된 식료품과 생필품 등 63개 항목의 카드 매출을 저희가 직접 분석해봤더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감소했습니다.

특히 식당이 많은 이태원 일대는 무려 68.4%나 감소했습니다.

다만 정부 인허가 통계로 파악한 서울 전체의 폐업률은 예상과 달리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아직 버틸만하다, 이렇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교 교수 : 어려워서 폐업을 하게 되면 내가 권리금도 못 받는 거고. 소위 매몰 비용이 너무 큰 상황이 발생된다는 거죠… (그래서) 가능하면 폐업을 하지 않고 버티려고 할 거고.]

오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봐야 합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상황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이랄까, 정부의 재원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고요. 버티는 데 도움을 주면서 정부의 자금을 지원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더 썰렁해진 거리.

연말 특수는커녕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이소영·황지영, VJ : 정한욱·김초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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