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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안내견 마트 출입 거부 논란을 보며

[인-잇] 안내견 마트 출입 거부 논란을 보며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20.12.04 11:01 수정 2020.12.04 12: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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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 대형마트에서 훈련 중인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퍼피워커(Puppy walker)가 출입 거부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마트 측이 같은 일이 반복 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며 곧바로 사과하고, '안내견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안내문을 만들어 안내견에 대한 홍보까지 나섰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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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가는 마트 정문에 '애완동물 출입금지'라고 써 붙여 놓은 곳이 있는데, 하필 같은 브랜드의 마트다. 위생이 중요한 곳이므로 마트에서 동물 출입을 금지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그 수준이 늘 신경쓰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마트가 스스로 동물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전반적으로 돌아봤으면 좋겠다.

예비안내견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도 걱정해야 할 문제이다. 퍼피워킹(Puppy Walking)은 생후 7주 된 안내견 후보 강아지들을 가정에서 1년간 돌보는 과정이다. 안내 후보견들은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전에 1년 동안 일반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생활하면서 사람과 함께 지내며, 기본적인 에티켓을 배우는 동시에 백화점에 가보고 지하철도 타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사회화 기간은 동물의 평생 성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 시기에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면 좋은 성격을 갖게 되고, 반대로 나쁜 경험을 하면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목격담에 따르면 마트 직원이 퍼피워커에게 언성을 높였다고 하는데, 이 일로 후보견이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질까 걱정이다. 이런 기억들이 쌓이면, 안내견이 되지 못하고 탈락할 수도 있다.

뉴스를 보며 '아직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한 사건이 떠올랐다. 몇 년 전 지하철에 안내견을 데리고 탑승한 시각장애인에게 "이런 큰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면 어떻게 해요! 사과해요!"라고 큰소리를 지른 승객이 있었는데, 그 승객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역무원을 불러 "개를 데리고 탄 승객이 있다"며 항의했다. 심지어는 해당 시각장애인에게 "큰 개 때문에 자신이 많이 놀랐으니, 사과하라"고 요구했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안내견은 규정상 모든 대중교통에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다. 규정을 떠나, 안내견은 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존재이므로 어디를 가든 함께 하는 게 당연하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 안경 없이 지하철을 탈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안내견 교육을 받은 개는 보호자가 위험에 빠진 상황이 아니면 짖지 않는다. 장담컨대 소리를 지른 그 분보다 훨씬 얌전하고 조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장담할 수 있는 건 안내견학교에 여러 번 방문한 경험 때문이다. 첫 방문 때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 가장 놀라웠던 순간은 안내견들이 교육하는 모습을 봤을 때였다. 여러 가지 장애물을 지나가는 교육을 받던 안내견이 1m가 조금 넘는 철봉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서는 것이 아닌가. 자신은 아래로 충분히 지나갈 수 있지만, 보호자는 철봉에 부딪힐 수 있으므로 멈춘 것이다. 안내견들이 얼마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똑똑한지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어떤 장소에서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퍼피워커나 장애인분들이 걱정 없이 예비안내견/안내견과 함께 공공장소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안내견과 예비안내견의 출입 거부는 흔히 발생하는 일이지만 그동안 이번 사건처럼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도 주요 포털 사이트 실검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건이 화제가 됐고, 불매운동 등 적극적인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사회적 관심이 마트 측의 빠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의 인식 수준이 같지 않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난 4월 칼럼에서 '동물 출입금지 구역이었던 국회가 도우미견 출입을 허용했다'며 세상이 바뀌긴 했다고 적었는데, 그 말을 잠시 '바뀌는 중인 것 같다'로 정정해야 할 것 같다. 조만간 '세상이 진짜로 바뀌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을 돕는 개(마약탐지견, 인명구조견, 경찰견 등의 '특수목적견'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을 돕는 '도우미견', 그리고 동물매개치료활동을 도와주는 '활동견' 등)에 대한 '모든 사람'의 인식이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안내견이 불쌍해'라는 생각을 넘어, 일상생활 속에서 퍼피워킹을 받는 안내견의 양성 과정에 대해서도 한 번씩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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