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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신 입가리개 나눠주고선 "쓰지 마세요"

마스크 대신 입가리개 나눠주고선 "쓰지 마세요"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작성 2020.11.26 20:31 수정 2020.11.26 21: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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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기자>

코로나 방역 기준을 충족하는 마스크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것처럼 코와 입이 덮여있는 상태에서 비말차단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로 식당에서 쓰이는 이 플라스틱 입가리개는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전혀 없어 현재는 과태료 단속 대상입니다.

그런데 몇몇 지자체에서 코로나 방역용으로 쓰라면서 이 입가리개를 관내 식당에 나눠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현장 취재했습니다.

점심시간, 분주한 경기 김포시의 한 식당.

주방 안을 들여다보니 조리사가 마스크가 아닌 플라스틱 입가리개를 썼습니다.

입가리개에는 '김포시'라는 글씨가 선명합니다.

김포 식당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식당 주인 : 제가 본 것도 60대 여성분이 이걸 쓰고 서빙하고 계셨고, 50대 남성분이 조리를 하고 계셨어요. 저걸 쓰면 안 되는데….]

이 플라스틱 입가리개는 김포시가 관내 식당 4천여 곳에 2개씩 나눠준 것들입니다.

[식당 주인 : 시청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공문 두 장하고 입가리개 두 장을 주셨어요. 김포시라고 적혀 있으니까 당연히 써도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죠.)]

정부는 지난달 13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하며 이른바 코스크, 턱스크는 물론 플라스틱 입가리개도 단속 대상으로 못 박았습니다.

[서울시 코로나 점검단 (지난 10월) : 지금 주방에 계신 분들 다 마스크 안 끼고 있어요.]

[식당 주인 : 다 플라스틱 마스크 끼고 있어요.]

[서울시 코로나 점검단 : 그걸로 어떻게 코로나를 예방할 거예요? 코로나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마스크가 아니라니까요.]

이런데도 김포시는 한 달 계도기간을 거쳐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 13일 이후에도 입가리개를 배포했습니다.

[식당 주인 : ((시청에서 입가리개 준 날짜가) 며칠인지 혹시 기억하세요?) (11월) 17일이네요. 아까 얼추 보니까.]

써도 될까 혼란스러운 식당 주인들이 문의하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식당 주인-김포시청 직원 녹취 : (투명 마스크 이거 안 되는 거 아녜요 코 뚫려 있어서?) 선생님 그거 안 되는데요. (근데 왜 나눠줘요?) (코로나) 격상이 풀리면 주방용 마스크로 쓰시면 되세요. (그래도 단속 대상 아녜요? 1단계면 사용 가능한 거예요?) 아니요. 불가능한 거예요.]

방역용으로 나눠주고는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쓰지 말라는 겁니다.

이런 건 김포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8월부터 넉 달간 입가리개를 방역물품이라며 식당에 나눠줬거나 지급하려던 지자체는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전국에 8곳입니다.

김포시만도 7천만 원, 다른 지자체들 역시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씩 썼습니다.

[안심식당 주인 : 좋은가 보다 해서 내가 써봤어요. 차단을 해 뭐를 해, 그게. 그걸 돈 주고 만들어가지고 식당마다 주는 게 나랏돈을 가지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정책 혼선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 시대에 맞는 식당 문화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투명 입가리개를 하는 것도 방역 수칙 준수로 인정했습니다.

이후 코로나 확산으로 여러 차례 방역기준이 강화됐는데도 일부 지자체들이 처음 받은 지침 그대로 입가리개를 방역물품에 포함해 지급한 것입니다.

[타 지자체 관계자 : 그때는 지급을 했는데, 지금 다 점검을 하고 있어요. 못 쓰게.]

식당 방역 점검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가 방역 위반 물품을 나눠준 웃지 못할 상황.

잘못된 행정으로 세금 낭비에다 현장 혼란까지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자 농식품부는 전국 지자체에 식당에서 플라스틱 입가리개를 사용하지 말도록 하라는 지침을 다시 내리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서진호, 영상편집 : 이소영,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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