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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눈, 잘린 다리…당신이 버린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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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반려동물 하루 370마리, 절반은 죽는다

배정훈, 안혜민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20.10.26 21:07 수정 2020.10.26 22: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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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1천5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3명 가운데 1명 정도는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숫자가 하루에 370마리 정도나 됩니다. 이 문제를 저희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집중 취재했습니다.

배정훈 기자, 안혜민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배정훈 기자>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 뒤편.

[김경수/유기견 신고자 : 저기, 지금 자고 있는데 (물어요?) 안 물어요, 짖지도 않고.]

신고를 받고 가보니 겁먹은 개 한 마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녹색 목줄이 채워져 있지만, 주인을 알 수 있는 식별 장치는 없습니다.

강아지
또 다른 유기견 신고 현장.

[최만식/남양유기견보호센터 구조실장 : (구조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망으로 잡아봐야죠, 저런 애들은.]

하지만 이 개, 한쪽 다리를 잃어 절뚝거리면서도 구조팀을 피해 멀리 달아납니다.

[최근영/인근 카페 운영자 : 깨끗한 채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는데, 다리가 하나 다 잘리고, 여기 피부병 같은 것도 (나고) 너무 안쓰러워서 안 그래도 저희도 (구조를) 백방으로 알아봤거든요.]

"강아지 7마리를 낳은 유기견이 밭을 배회 중이다", "눈도 못 뜬 어린 고양이가 혼자 울고 있다".

이런 신고로 구조되는 동물은 화성시에서만 하루 평균 6마리 정도.

[강진우/경기 화성시청 축산과장 : (화성시에서만) 해마다 1,700여 두의 반려견이 버려지고 있고,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도 상당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부작침이 농림부 자료를 분석해 보니 최근 10년간 모두 94만 7천 마리의 동물이 버려졌습니다.

대부분 개와 고양이였고 여름, 특히 7월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워낙 많이 버려지다 보니 미처 구조하지 못해 야생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제주도의 한 오름 근처 목장. 뼈와 가죽만 남은 노루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들개가 무리 지어 노루를 사냥한 흔적입니다.

[현승민/제주 남원읍 수망리 이장 : 무슨 까마귀가 이렇게 많지 보니까 들개들이 (사체를) 뜯어먹고 까마귀들이 날아다니니까 노루가 죽었구나 했죠.]

지난 6월에는 암송아지 4마리가 들개에 물려 죽었습니다.

올 들어 제주도에서만 14건의 들개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제주는 인구 대비 유기동물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보니 그 폐해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 조천읍 주민 : (들개) 두 마리가 나타나서 졸졸 쫓아오는 거예요. 혹시라도 습격해서 문제가 생기면 한 번으로 끝날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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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민 기자>

전국적으로 올해에만 하루 평균 372마리가 유기동물로 등록됐습니다.

구조된 유기동물은 곧바로 각 지역의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집니다.

구조된 동물이 보호센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원칙적으로 열흘.

이 기간에 원래 주인이나 새 주인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안락사 혹은 자연사, 즉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유기 동물의 운명이 결정되는 보호센터의 상황이 모두 좋은 건 아닙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유기동물 사망률이 높은 경남 창녕의 한 보호소를 찾았습니다.

유기견이 있는 우리 안은 치우지 않은 배설물로 가득 찼고 사료통에 든 사료에는 바닥에 깔아둔 톱밥이 섞여 있습니다.

[김세현/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 : 이게 뭡니까. 이게. 애들이 이런 물을 마시고 병에 안 걸리고 있겠습니까, 진짜.]

기껏 구조해온 동물이 건강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수의사 처방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유통기한도 2년이나 지난 동물용 의약품이 들어 있습니다.

[양미란/비글구조네트워크 구조팀장 : 수의사가 와서 (보관된 의약품을) 쓴다면 상관이 없는데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쓴다면 문제가 되는 거죠.]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유기동물의 절반인 47만 마리는 보호센터에서 사망했습니다.

보호 기간을 넘겨 안락사시킨 경우와 자연사가 반반 정도입니다.

유기동물 보호를 민간에 위탁한 쪽의 사망률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김세현/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 : 유기동물 보호소 규칙 사항이 다 있어요. 그런데, 규칙을 지키는 보호소들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지자체에서) 위탁을 주면서 위탁자들의 배만 불리는 그런 꼴이 되고 있는데요.]

보호소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도 죽음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등록 당시 질병이 확인된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은 2배 가까이 높았는데 피부병, 타박상 등은 비교적 치료가 잘 이뤄졌지만, 골절상의 경우에는 절반 가까이 치료받지 못했습니다.

치료율 평균은 60% 수준입니다.

[서미진/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 : (위탁 보호소 예산에) 치료비가 따로 설정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치료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기 때문에 질병에 걸린 유기동물들이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전국의 애묘인, 애견인 등이 기르는 반려동물은 1천84만 마리로 추산됩니다.

지난해 등록된 유기동물은 13만 3천 마리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이승진,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 VJ : 정영삼·김초아·정한욱)

강아지
<앵커>

현재 전국 3백3십여 개의 보호소에서 지내는 유기동물은 공식적으로는 약 3만 마리인데 지난달까지 구조된 동물은 1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보호소에서는 수용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이런 동물들을 살리려면 먼저 반려동물을 장난감처럼 여기고, 또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우리의 잘못된 문화부터 먼저 바꿔야 합니다.

반려동물에서 '반려'는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저희도 이 문제, 앞으로 계속 관심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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