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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협회 돈 5억, 30명에 나눠줘"…누가 지시했나

[단독] "협회 돈 5억, 30명에 나눠줘"…누가 지시했나

박덕흠 의원 관련 수사, 새로운 증거들 제출돼

최고운, 김관진 기자 gowoon@sbs.co.kr

작성 2020.10.20 20:45 수정 2020.10.20 21: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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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 하나 전해드리겠습니다.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박덕흠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그동안 강하게 부인해왔습니다.

[박덕흠/의원 : 여당과 다수 언론의 근거 없는 비방, 왜곡 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박덕흠 의원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검찰과 경찰이 현재 들여다보고 있는 내용 가운데에는 4년 전, 2016년 총선 때 정치자금 문제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미 한 차례 수사가 진행됐다가 흐지부지됐던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있는 것인데, 새로운 증거들이 검찰에 제출된 사실을 저희 취재팀이 확인했습니다.

최고운 기자, 김관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최고운 기자>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5월.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이던 신 모 씨가 전직 회장단을 회장실로 불러모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 씨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협회 돈으로 정치자금을 뿌린 사실을 보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주장했습니다.

수상한 자금
[2016년 전문건설협회 간담회 참석자 : 당선 유력한 국회의원 후보 삼십몇 명 정도에게 얼마 정도를(줬다고)…]

[2016년 전문건설협회 간담회 참석자 : 일반적인 업무 보고는 실무본부장이 했어요. (본부장을) 내보냈어요. (회장이) 문을 잠그고 4·13 선거 보고 하겠습니다, 했어요. 5억을 가지고 30명에게 직접 나눠 줬는데 ○○○을 얼마 주고…]

경기도에 출마한 여야 후보에게 공금으로 200만 원씩을 전달한 사실을 들었다는 전 지역협회장의 경찰 진술서도 나왔습니다.

전문건설협회 전직 간부들은 이 과정에서 박덕흠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직전 협회장이자 당시 현역 의원인 박 의원이 사전에 후보들과 교감하지 않으면 돈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문건설협회 전 간부 : (돈을) 갖다 줬다가 무슨 망신을 당하려고, 아무한테나 찾아가서 돈을 줍니까? (사전 정지작업이 돼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그럼요. 누가 전해주라고 해서 (가는 거죠). 그러면 그분이 보증인이 되는 거죠.]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압수수색 등으로 박 의원을 포함해 의원 3명에게 돈이 흘러간 사실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돈을 보낸 협회 관계자들이 공금이 아니라 개인 돈으로 후원했다고 주장하면서 돈을 건넨 시·도 회장 3명만 입건했습니다.

박덕흠 의원은 모르고 받았다며 2천만 원을 돌려줬고,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관진 기자>

현역 의원들 이름이 여럿 오르내렸고 일부에겐 돈이 전달된 사실까지 확인했지만, 수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전문건설협회 돈이 전달됐다는 것을 경찰이 입증하지 못한 것인데, 이 상황을 뒤집을 만한 문서가 검찰에 제출됐고 이 문서를 저희 취재진이 확보했습니다.

2016년 수사에서 경찰은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들이 박덕흠 의원 등 현역 의원 3명을 후원한 흔적을 여러 건 찾아냈습니다.

협회 회원과 회원의 직원, 가족 명의로 돈이 쪼개져 의원들의 계좌로 입금됐고, 다시 이들 회원에게 협회 판공비로 보전한 증거를 찾아낸 것입니다.

당시 경찰은 협회의 공금이 개인 후원금으로 둔갑한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았지만, 결국 입증에 실패했습니다.

의심쩍은 판공비 지출에 대해 협회 측이 텔레비전을 샀다거나 단합대회를 했다며 영수증을 첨부해 경찰에 제출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음성대역) : 판공비 같은 경우는 다 현금으로 빼내 가지고 영수증을 만들었어요.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상당수 많이 확인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상황을 뒤집는 내용이 재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최근 제출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SBS가 입수한 이 확인서는 전문건설협회 지역 간부가 작성한 건데 2016년 총선에서 경기도 특정 지역 후보들에게 협회 공금으로 후원금을 직접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당시 수사가 벌어지자 공금으로 텔레비전을 샀다, 단합대회에 썼다는 등의 영수증을 경찰에 제출했는데, 이는 협회 차원의 후원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문건설협회 중앙회 지시로 만든 가짜 영수증이라고 폭로했습니다.

박덕흠 의원과 당시 협회 회장단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새로 드러난 증거와 증언 등을 토대로, 2016년 총선 당시 전문건설협회 공금이 누구의 지시로 누구에게 얼마나 뿌려졌는지 수사할 예정이어서 재수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소지혜, CG : 홍성용,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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