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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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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61 : 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한국은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친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강한 나라이지만,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냉담한 나라이기도하다. 마치 부동산에 관심을 쏟으면서도, 그 부동산에서 어떻게 삶의 희로애락을 쌓아 올릴지에 대해서는 냉담한 것처럼.
-'공부란 무엇인가' 中


'공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국어사전에서는 '공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머리와 몸을 쓸 수 없게 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셈인데, 우리는 어린 나이부터 입시나 취업을 위한 공부에 찌들어 '공부'라는 것이 얼른 끝내고 빠져나가야 하는 터널처럼 되어버린 측면이 있지요. 그러니 우리 누구라도 '공부'에 대해서는 맺힌 게 있고, 말할 게 있고, 듣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입니다.

2020년 10월 11일 북적북적은 바로 이 '공부'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읽어드립니다. 김영민 교수가 최근 펴낸 에세이 '공부란 무엇인가'입니다. 김영민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는 앞서 펴낸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과 신문 칼럼 등을 통해 특유의 골계미와 뼈 있는 글로 많은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저자입니다.

공부 에세이 모음을 펴낸 데에 대해 저자는 '무성한 대학입시 논의만큼이나 이제 대학에 가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성숙하게, 잘 양념된 삶을 살아가는 것, 보다 나은 것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비방과 조소를 넘어서는 논리와 수사학'을 갖추는 길, 독자는 강의를 듣듯 저자의 이야기를 가이드 삼아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거칠게 일반화해도 좋을 만큼 인간의 삶이 단순하지는 않다. 거친 안목과 언어로 상대를 대하다 보면, 상대를 부수거나 난도질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식의 거친 공부라면, 편견을 강화해줄 뿐, 편견을 교정해주지는 않는다…(중략)…
그럴진대, 누군가 어떤 대상을 너무 과도한 일반화를 일삼는다면, 혹은 너무 흐릿한 언어를 동원하고 있다면, 혹은 지식을 떠먹여 준다는 명분 하에 너무 쉬운 말만 늘어놓고 있다면, 듣자마자 쉽게 이해가 가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면, 잠깐의 공부를 통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약을 팔고 있다면, 이는 거의 반사회적 행동에 가깝다.
-'공부란 무엇인가' 中


'공부 에세이'라는 얘기만 듣고도, '나는 학생이 아닌데', '먹고살기 바쁜데 웬 공부?' 하는 생각이 삐죽삐죽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쓰인 '공부'가 꼭 좁은 의미의 공부만은 아닙니다. 일하는 것도 사는 것도 결국 다 공부이니, 책의 내용이 '학문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나 싶다가도 곧 내 일터와 하루하루와 크게 멀지 않구나 싶어 집니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참여의 몫을 늘 상기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정크 메일로 가득한 메일함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학창 시절에나 졸업한 이후에나 좋은 배움의 기회를 목마른 사람처럼 찾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적 사기꾼들을 조심하면서.
-'공부란 무엇인가' 中


'공부란 무엇인가'는 지난 8월 말에 출간됐습니다. 출간 전 예약 주문해 책을 손에 받아 든 날, 표지를 넘기자 저자 사인과 함께 이 문장이 쓰여 있었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 그 어느 해보다 대부분 힘들었을 올해, 자포자기하게 되는 마음이 때때로 들기도 했는데, 이 문장을 만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2020년이 석 달도 남지 않은 10월에 읽기 좋은 책, 북적북적에서 만나보세요.

*출판사 '어크로스'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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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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