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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거래 '반 토막'에도 집값은 왜 안 떨어질까?

[취재파일] 거래 '반 토막'에도 집값은 왜 안 떨어질까?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09.28 09: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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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동 아파트 일대 (사진=연합뉴스)
무섭게 오르던 서울 아파트값, 일단 주춤해졌습니다. 다행스러운 현상입니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한두 달 새 억 단위로 오르던 것이 수천만 원대 상승으로 내려(?)온 곳도 나타났습니다. 거칠게 타오르던 불꽃이 사그라지는 모양새입니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공급 확대까지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필사의 노력이 제한적이나마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매수우위 지수도 3주 연속 하락해 기준선(100) 아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주택자와 법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며 투기 수요는 물론, 2030의 이른바 '패닉바잉'도 줄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값은 대개 거래가 활발해지며 올라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거래가 많다는 것은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고, 이때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값은 올라갑니다. 반대로 사려는 사람이 적어지면 거래도 줄어들고 값도 내려갑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도 바로 거래가 급감한 데 기인합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한 달 전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이달 들어선 현재까지 지난달의 반의반 토막 수준입니다(7월 10,651건 → 8월 4,903건 → 9월 1,417건, 9월 27일 기준) 공인중개사들도 "지난달부터 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해 이번 달 들어서는 사실상 얼어붙은 수준"이라며 "매수·매도 양측이 서로 견제하며 눈치 싸움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세현 취재파일용

● 상승세는 꺾였지만…하락 전환은 '아직'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 아파트값은 좀처럼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상승률 0.01%를 유지했습니다. 다행히 상승세는 꺾였지만,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른바 '게걸음' 횡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집값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채 급매물과 신고가가 뒤섞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부는 급매물을 예로 들며 '아파트값 하락 전환'이라고 해석하고, 일부 언론과 시장은 '거래 실종 속 신고가 속출'이라고 정반대로 설명을 내놓습니다. 관점에 따라 양측 모두 맞을 수도, 반대로 모두 다 틀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지금 집을 사면 상투(고점)"라는 주장과 "결국엔 또 올라간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 여전히 높은 중저가 아파트 수요

'거래 절벽'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왜 좀처럼 내림세로 돌아서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여전한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1차 원인으로 꼽습니다. 법인과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일부 나오고는 있지만, 서울 강북 등지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아파트값이 올라갈 것'이란 우려에,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저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노원구의 아파트를 매매한 한 30대 직장인도 "앞으로 (아파트값이) 내려갈 가능성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빚을 내면 살 수라도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마저도 불가능할 것 같아서 매매를 결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정원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거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서울 강북 지역 등 저가 아파트 단지는 매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 거래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세 전셋값
● 부족한 전세 매물…치솟는 전셋값

거래 급감에도 집값이 하락 전환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높은 전셋값입니다. 64주 연속 오른 전셋값이 매맷값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최근 전세 매물이 대폭 줄어들며 값이 크게 올랐고, 그렇다 보니 이럴 거면 차라리 내 집 마련에 나서자며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임대차법에 의한 과도기로 전세 시장이 혼란한 상황을 보이면서 서민들이 주거 불안을 느끼며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며 주거 안정성을 위해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추가 매물 나오며 하락 안정화될 듯"

이 같은 횡보가 얼마나 지속할지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금이 집값 하락 전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우선 내년 6월부터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이 대폭 증가합니다. 2주택자는 현재 10%p에서 20%p로, 3주택자는 20%p에서 30%p로 각각 10%p씩 올라갑니다. 이에 따라 3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 최고세율은 72%까지 높아지게 됩니다. 집을 팔아 남긴 차익의 7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여기에 지난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도 3.2%에서 6.0%로 대폭 인상됐습니다. 기준점이 되는 아파트 공시지가는 이미 오른 상태여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종부세의 부과 기준일도 6월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의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습니다.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임경인 KEB 하나은행 세무팀장(세무사)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실익을 따져보면 집을 파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말부터는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신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최장수 장관의 실력을 보여주길

지난 7월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SBS 8뉴스에 출연해 당일 발표한 7·10 대책에 대해 직접 설명했습니다. 그날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김 장관은 김흥진 주택토지실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여러 통계를 펼쳐놓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송 전 실핏줄이 터져 치료받았다는 김 장관의 눈은 어느새 다시 충혈되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또 두 달 반이 지났습니다. 그새 김 장관은 지난 23일부로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 됐습니다. 2017년 6월 21일 취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2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52일 만에 한 번꼴입니다. 그러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매우 박합니다. 이제는 눈의 핏줄이 터질 정도로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늦었지만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집값 안정은 물론 치솟는 전셋값을 잡고,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시장 혼란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도 잡음 없이 제때 이뤄내야 합니다. 이 많은 난제를, 그것도 동시에 해결해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은 벨기에에게 0-1로 지며 16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런 고언을 남겼습니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다. 결국엔 (실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김 장관을 보며 국민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장관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증명하는 자리다. 적어도 지금까진 증명하지 못했다" 최장수 장관의 진짜 실력을 증명해주길, 국민은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그 국민의 목소리를 더 무겁고 더 아프게 들어주길 바랍니다.

▶ 거래 절벽인데 집값은 철벽…매수-매도자 '눈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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