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단독] 홍수 대비책 12년째 그대로…내년이 막막하다

[단독] 홍수 대비책 12년째 그대로…내년이 막막하다

박재현, 조윤하 기자 replay@sbs.co.kr

작성 2020.08.14 20:23 수정 2020.08.14 22:21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잠잠했던 비는 내일(15일) 다시 전국에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지금까지 피해가 워낙 커서 복구 작업에도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 특히 금강과 섬진강, 또 낙동강 유역은 댐 방류량이 늘거나 제방이 무너지면서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대비만 잘했어도 충분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국토부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주요 하천의 홍수 관리 방안을 담은 유역종합 치수계획이라는 걸 마련해 놓고 있었습니다. 이 치수계획은 기후변화라든지 달라진 환경에 맞춰서 보완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10년이 넘도록 처음 만든 거에서 하나도 바뀐 게 없었습니다.

그 이유와 문제점을 박재현 기자, 조윤하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박재현 기자>

지난 8일 내린 폭우에 용담댐이 초당 3천 톤을 방류하면서 물에 잠긴 충남 금산군 평촌리.

[양현일/평촌1리 이장 : (물이) 다리 위로 넘쳤어. 난간 두 개가 넘치고, 금강 물이 범람을 해버린 거야. 이 일대를 다… 마을 전체가 다 잠긴 거지.]

섬진강, 낙동강 유역에서도 제방이 무너져 곳곳이 물에 잠겼습니다.

[최경자/피해 주민 (지난 9일) : 아무것도 못써. 아무것도. 쓸 수 있는 것이라곤 한 개도 없어. 그러니 어떻게 사냐고…. 지붕까지 물이 차버렸어. 지붕까지….]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4대강을 포함한 10여 개 하천별로 유역종합 치수계획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댐·하천의 규모를 고려해 홍수에 대비한 펌프장과 저수지를 하천 인근에 마련한다는 내용이 핵심으로, 5년에 한 번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10년에 한 번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홍수 피해가 난 섬진강과 금강은 2008년, 낙동강은 2009년 각각 치수계획을 만든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수정하지 않은 사실이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정부 관계자 : (2008년) 확인하신 게 최신 겁니다. (새로운 계획은) 지금 만들고 있어요.]

10년도 더 된 치수계획에 의존하다 보니 허점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나라 기후와 하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뀐 게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치수계획에는 용담댐 부근 전북 장수군에 앞으로 10년 내 내릴 수 있는 1일 최대 강수량을 198.5mm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일 하루 장수에 내린 비는 237mm.

최대 강수량 예측 같은 기본 전제부터 틀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

<조윤하 기자>

이곳은 2008년 한강 유역종합 치수계획 보고서상, 농업용 저수지로 명시돼 있는 '무실 저수지'입니다.

유역면적이 13.3km²에 달하고 꽤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서 한때 이곳은 재개발 예비저수지로 검토되기도 했었습니다.

5년 전 사진은 어떨까요. 5년 전에는 저수지답게 이렇게 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지금은 물이 완전히 흙으로 뒤덮였고 역세권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입니다.

개발이 진행돼 평지가 됐는데도 계획서상에는 여전히 저수지로 표시돼 있습니다.

군위댐의 경우 치수계획을 수립한 뒤에 준공돼 치수계획에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계획 따로 현실 따로인 이유는 뭘까.

정부는 2018년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며 치수계획 주체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겼습니다.

치수계획을 담은 하천법 일부도 새로 제정된 수자원 조사법에 편입됐습니다.

책임 주체가 바뀌면서 치수계획을 포함한 물관리 방안 논의가 계속 늦어져 기존 계획이 고쳐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던 겁니다.

홍수 대비를 총괄하는 기구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홍수 대비의 큰 계획은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세우고 홍수 관련 세부 대책 시행은 국토부에서 하는 형태입니다.

댐은 환경부, 하천은 국토부와 지자체, 각종 안전 관리는 행안부에서 제각각 맡다 보니 긴급한 재난 사태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김성준/건국대 사회환경공학부 교수 : 홍수는 협업 체계가 없다는 거예요. 서로 나 몰라라 한다는 거죠. (부처) 합동으로 하는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협업 체계만 잘돼 있어도 홍수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어요.]

환경부는 2017년부터 치수계획에 기본이 되는 주요 하천 홍수량 산정을 시작했다며 2022년까지 각계 의견을 충분히 받아 새 치수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에 또 얼마나 많은 비가 올지 모르는데 여전히 10년도 넘은 과거 치수계획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신동환, 영상편집 : 소지혜·김종태, VJ : 이준영) 

▶ 연휴 앞두고 봉사자 '뚝'…끼니도 못 잇는 이재민들
▶ 제방 무너질 때까지 몰랐다…계측장치 없는 저수지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