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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건수가 수입 · 분류 작업은 공짜…"쉬기도 어렵다"

배송 건수가 수입 · 분류 작업은 공짜…"쉬기도 어렵다"

14일 '택배 없는 날'

제희원, 유덕기 기자 jessy@sbs.co.kr

작성 2020.08.13 20:27 수정 2020.08.13 22: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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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14일)은 하나 더 챙기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8월 14일, 바로 '택배가 없는 날'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최근 택배 물량이 크게 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에 쫓기는 택배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일하다가 숨진 사람도 있었는데, 그래서 택배 노조와 업체가 내일 하루 택배를 쉬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일을 했길래 이런 날까지 만들어야 했는지, 또 연휴도 있다는데, 그럼 내가 주문한 택배는 언제 오는 것인지 이런 내용들 제희원 기자, 유덕기 기자가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제희원 기자>

[김경환/택배기사 : 지금 시각은 (아침) 6시 7분. 분류 작업하러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일찍 나서도 물류센터에서 그날 배송할 택배를 분류하는 데만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갑니다.

[(오늘 배송 몇 건 하셔야 해요?) 오늘 270~280건 정도.]

그나마 물량이 적은 날이랍니다.

본격 배송을 시작하는 것은 낮 12시쯤, 점심 거르는 날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뛰지 않으면 배송을 다 못 하니까 계속 뛰셔야 되는 거예요?) 예 늦게 끝나니까.]

급한 마음에 계단은 두세 칸씩 건너뜁니다.

배송 시작 30분도 채 안 돼 땀에 흠뻑 젖기 일쑤입니다.

[요즘에는 생필품이 좀 많아요. 휴지, 물, 그런 것들…. 마트에 가기가 좀 고객들이 불편하니까.]

손수레 한가득 싣고 향한 곳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오래 쓰면 주민들이 불편해할까 봐 1분 1초가 더 급해집니다.

[그래도 여기는 엘리베이터가 3개 있고 이렇게 하나 잡고 써도 관리실이나 고객들이 다 이해해줘서 좀 편한 편이에요. 여기는.]

하루에 이렇게 걷고 또 뛰는 거리가 약 20㎞, 3만 보 정도입니다.

[(제일 배송하기 힘든 곳은 어디예요?) 엘리베이터 없는 일반 주택, 이런 데가 무거운 거 많이 나오면 많이 힘들죠.]

저녁 8시쯤 일을 마친 경환 씨.

내일 7년 만에 처음으로 사흘 연휴를 맞았습니다.

[김경환/택배기사 : 그냥 집에서 쉬고 자고. 취미생활이나 어디 놀러 가는 것도 힘들어서 많이 못 가는 편이죠.]

(영상편집 : 소지혜, VJ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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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기 기자>

이런 택배 노동자들에게 휴식을 주자,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택배 없는 날', 바로 내일입니다.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업체 4곳과 우체국 물량을 위탁받는 노동자들이 내일부터 사흘간 쉴 수 있습니다.

전체 택배 노동자의 약 95%, 5만 명 정도가 해당됩니다.

택배없는날
다만 임시공휴일인 17일은 대부분 정상 근무합니다.

그래서 오늘 택배를 주문하면 17일부터 순차적으로 배송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체국의 경우 직원인 집배 노동자와 개인 사업자들이 택배 업무를 나눠 맡고 있는데요, 집배 노동자들은 내일도 배송을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연될 수 있으니 오늘과 내일 신선식품 배송은 접수하지 않습니다.

자체 배송망을 갖춘 쿠팡 등 상거래 업체들은 내일도 정상 서비스를 합니다.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지 28년 만에 전국 단위 휴무일.

택배 노동자에게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노동 조건 개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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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희원 기자>

28년 만의 휴무일마저 남의 이야기인 택배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박상복/소규모 택배업체 기사 : 왜 다른 업체는 쉬는데 우리는 못 쉰다고 그러니까. 진짜 나라에서 쉴 수 있게 만들어 준 날인데.]

코로나 사태로 올해 택배 물량 증가율은 20%로 뛰어올랐습니다.

택배업체 실적은 좋아졌지만, 노동 조건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최승묵/집배노조 위원장 : (평균) 주당 74시간 (일하고) 연간 노동시간이 전체 임금 평균 노동자보다도 1,800시간이나 더 넘는 노동을 강요하는 겁니다.]

올해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택배 노동자 5명이 숨졌습니다.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택배 노동 사망자도 9명에 달합니다.

수입이 배송 건수로 결정되는 구조 때문에 쉬거나 물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택배 노동자들의 하소연입니다.

매일 대여섯 시간 걸리는 분류 작업은 사실상 '공짜 노동'인데, 대체 인력 투입 논의는 지지부진합니다.

상당수가 특수고용노동자여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산재보험은 임의 가입이라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와 택배업체가 맺은 공동선언에는 "심야시간 배송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같은 추상적인 내용뿐입니다.

[진경호/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 : 다달이 한 명씩 죽어 나가니까 이번에 대책을 내놓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이 공동선언문에는 그런 실질적인 조치가 단 한 조항도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자동분류기 도입이나 분류 인력 확충 등 기업의 투자는 물론, 산재보험 제도 개선 등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VJ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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