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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그 부모에 그 자식_#나는 어떤 부모일까

[인-잇] 그 부모에 그 자식_#나는 어떤 부모일까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SBS 뉴스

작성 2020.08.08 10:58 수정 2020.08.08 10: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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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아이를 재우고 밤 10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창문 밖에서 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억센 소리는 닫힌 창문을 뚫을 정도로 점점 커지더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깰까 걱정이 되어 밖에 나가 상황을 살펴보니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50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술을 많이 드셨나 보네...'하고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 편의점 사장님이 보였다. 취객이 소리치던 상대가 평소 나와 가깝게 지내던 사장님이었던 것이다. 매일 같이 가는 편의점인 터라 사장님과도 잘 알고 지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점잖은 분이신데, 어쩌다 이런 소동에 휘말리게 되셨는지 깜짝 놀라 편의점으로 향했다. 시-뻘건 얼굴을 한 아저씨는 누가 봐도 많이 취해 있었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사장님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왜 나한테만 그래? 왜?!"

만취한 아저씨가 소리쳤다. 사장님도 내가 본 모습 중 가장 큰 목소리로 맞받아치셨다.

"아니, 잘못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요. 그 손님이 기분이 나빴나 보지요."

늦은 밤, 동네가 떠나갈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앞뒤 사정을 모르는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아저씨는 사장님을 향해 계속해서 소리쳤다.

"걔네가 왜 기분이 나쁘냐고? 나는 비어있는 의자를 돌려서 앉았을 뿐인데!"

의자까지 탕탕 치며 급기야 위협적으로 삿대질까지 했다. 계속되는 소란에 여차하면 '경찰을 불러야지'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사장님이 뜻밖의 행동을 하셨다. 고함치는 아저씨를 자신의 품으로 꼭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자네가 잘못한 거 없다니까 그러네. 내가 대신 사과할게. 미안해요."

당장이라도 깽판을 칠 듯이 몸부림치던 취객은 사장님이 껴안자 화가 사그라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억울해서 그래. 억울해서"

싸움으로 이어질 줄 알았던 긴박한 상황에서 사장님의 따뜻한 포옹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소란을 피우던 아저씨는 어느새 아빠 품에 안긴 아이처럼 얌전한 모습으로 사장님을 두 팔로 안고 있었다. 사장님은 연신 그분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신기하게도 그 취객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온순하게 테이블에 다시 앉아 남은 막걸리를 조용히 마셨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사장님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셨고 나는 감탄하며 따라들어갔다.

"아니 사장님, 어떻게 저 사람을 안아주실 생각을 하셨어요?"

"저 사람은 외로워서 그러는 거여. 외로워서."

내가 묻자 사장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허허 웃으셨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장님과 취객이 처음부터 시비가 붙은 것은 아니었다. 편의점 밖에 있던 손님들끼리 테이블 의자를 가지고 말다툼이 시작됐는데, 그 상황을 말리려고 나선 사장님에게 왜 자기 보고 뭐라고 하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장님의 포옹으로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그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사장님이었다면 아마 나는 취객보다 더 크게 화를 내고 소리쳤을 것이다. 나는 화를 화로 맞받아치는 사람이니까.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누군가 내게 화를 내면 나는 더 큰 분노를 터뜨렸다. 그렇게 점점 언성이 높아지고 분노가 폭발하여 결국 한 사람이 나가떨어져야만 그 상황이 끝이 났다. 나라는 사람은 격앙되는 감정을 스스로 억누를 수가 없기에 사장님처럼 상대방의 화를 포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내 잘못이 아닌 일에 화를 내는 사람을 보듬어 주다니...이게 가능한 일인가?

최근 접한 심리학 책에서 '인내의 창(Window of tolerance)'이라는 개념을 본 적이 있다. 사람마다 정서적으로 인내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른데, 이 인내의 창이 넓은 사람은 쉽게 흥분하거나 쉽게 우울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면 인내의 창이 좁은 사람은 감정 조절이 어렵고 작은 일에도 화를 내거나 우울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인내의 창이 좁은 사람에 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인내의 창이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순간 내 아이가 떠올랐다. 감정 조절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내의 창을 내 자식이 닮는다고 생각하니 이건 단순히 내 삶에서만 그치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나 역시 아버지의 화내는 모습을 보고 자란 사람이다. 만약 내가 어릴 때부터 편의점 사장님처럼 화를 다스리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보다 넓은 인내의 창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나는 포용할 수 있는 감정의 크기를 벗어나면 극도로 흥분하여 감정이 폭발하곤 했다. 폭발하는 감정 때문에 남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이런 내 모습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해야 한다. 스스로 인내의 창을 넓히는 연습을 하자.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일까.
오랫동안 굳어진 나의 인내의 범위가 쉽게 넓혀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담과 공부를 통해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책에서 보니 극도로 흥분하거나 우울해지려고 할 때 심호흡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심호흡을 하면서 자기의 감정과 상황을 인지하다 보면 보다 이성적으로 그 상황을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명상과 운동이 인내의 창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명상은커녕 화가 날 때 심호흡조차 해본 적이 없는 나였다.

그러나 편의점 사건 이후 나는 아침마다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이 격해지려고 할 때 심호흡을 하는 연습을 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는 것 같았다. 작은 변화지만 차근차근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편의점 사장님처럼 상대의 분노를 포용해 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나의 감정을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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