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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변비 얕잡아보다 큰코다쳐요 (ft. 탈출 솔루션)

[인-잇] 변비 얕잡아보다 큰코다쳐요 (ft. 탈출 솔루션)

양성우 | 글 쓰는 내과 의사. 책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저자.

SBS 뉴스

작성 2020.08.02 11:00 수정 2020.08.03 14: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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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한 젊은 남자가 진료실 문을 열었다. 배가 너무 아프다고 했다. 보통 젊은 남자가 진료를 보면 혼자 오는 경우가 많은데, 친구들 한 무리가 같이 들어왔다. 너무 아파해서 걱정이 되어 같이 왔다고 했다. 너무 아파하니 다들 굉장한 중병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고 그의 진단을 내가 말했을 때 친구들은 박장대소했다. 엑스레이 상 그의 복부는 허연 물체로 가득했다. "여기 보이는 이 하얀 게 다 똥인데요…" 말 뱉기가 무섭게 어찌나 심하게 웃어대는지 보호자인(?) 이들을 진료실 안으로 들이지 말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어쨌든 고칠 수 있는 병이니 해피엔딩이었다. 그는 '변비'라는 진단명과 처방전을 받아들고 귀가했다.

그런데 변비가 사실 아무것도 아닌 병은 아니다. 내가 만났던 그 젊은 남성 환자도 분명 참기 어려운 통증에 시달렸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런 종류의 통증은 가장 참기 어려운 아픔이다. 인체의 가장 큰 통증은 찔리거나 찢기는 것도, 타박상도 아니다. '늘어날 때'가 가장 아프다고 한다. 요로결석 때문에 요관이 늘어나거나, 아이를 낳을 때 산도가 늘어날 때 극도의 아픔을 호소하는 이유다. 늘어나게 하는 주체가 '똥'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장이 자기 한계를 넘어서 늘어나면 굉장히 아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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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화장지 변비 (사진=픽사베이)
노인들에게서 갑자기 변비가 생겼다면 정말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변이 나오는 길을 뭔가가 막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뭔가는 높은 확률로 암이다. 치료시기를 놓친 대장암은 몸의 컨디션만 유지하는 보존적 항암치료를 할 때도 많은 문제가 있다. 다른 암처럼 통증 조절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변이 나오는 길을 확보해야 하기에 장 안에 스텐트를 넣거나 장루를 확보하기도 한다. 즉 마지막 순간에 대변도 볼 수 없으니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만성 변비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맛있게 먹어도 내보내질 못하는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다. 검사기법은 많은데 약 종류가 영 시원찮다. 삼투성, 자극성 등 여러 치료제가 있지만 한 번 만성 변비가 된 사람들은 뭘 써도 잘 안 듣는다. 최근에는 신경을 자극하는 신약도 나왔지만 효과를 보장할 수는 없다. 잘 안 나으니 약을 잘 끊지 못한다. 완치가 안 되는 여러 상황들에 의사인 내 속도 쓰리다.

변비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사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수만 가지 병의 원천일 리가 없다. 다만 변비의 의학 교과서상 위치가 생각보다 높기는 하다. 사실 격상하는 추세이다. 일단 경증이다 하더라도 굉장히 흔하고 많은 점을 시사하는 중요 증세다. 변 자체가 의학적으로 시사하는 바도 많다. 최근에는 임신한 여성의 장 박테리아가 태아의 자폐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논문도 발표되었다. 정신과적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사고가 뒤집힌 것이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 진행은 끝도 없이 활발할 것으로 본다.

의사로서 겪었던 가장 심각한 변비는 한 22세 여성의 사례였다. 대장이 보디빌더의 상완근 정도 크기로 늘어나 있었다. 관장까지 해도 좋아질 기미는 없었다. 아마도 장을 지배하는 신경이 죽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신경이 죽었으니 장이 움직이질 않고, 밥을 먹어도 변이 쌓이기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 예후와 관련해 책을 찾아보니 수술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22세 여성의 몸에 변비라는, '일상적으로 가볍다고 알려진' 진단명을 가지고 칼을 대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우리 내과뿐만이 아니었다. 수술 한 건이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호탕한 소리를 외치던 외과 교수님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수술해 달라고 외과로 전과했지만 그쪽도 수술 일정을 잡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웬만해선 수술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냥 수술이 아니라 장을 떼어내는 수술이었다. 돌아오는 강을 건너기 전 그 조심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여성 환자, 기적처럼 퇴원했다. 수술 없이 장의 변을 모두 빼낸 채. 한 달이 넘는 긴 입원이었다. "와, 퇴원하셨네요?" 나는 놀라워 외과 의료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수화기 너머로 웃음 섞인 대답이 들렸다.

변비, 과연 고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래도 현대의학이 만들어 낸 여러 약이 있다. 많은 다른 환자들처럼 약의 도움을 받아보자. 그런데 약도 약이지만 식이도 중요하다. 지나친 육류, 섬유질 부족은 변비를 만든다. 수분 섭취가 부족해도 그렇다.

습관도 중요하다. 아침의 변의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매일 아침마다 변의가 나타난다면 그는 복받은 사람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침마다 변 보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 변 보는 시간을 의식처럼 만드는 것도 좋다.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몇 년간의 노력 그리고 유년시절부터 습관 형성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아침에 할 일은 점점 많아진다.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 습관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똥 찬 사람' 이 아닌 '똥 싼 사람'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만병의 근원이라 하니, 신경 좀 써 보자. 홀쭉해진 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건 덤이다.

인잇 양성우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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