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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하루하루 죽을 맛" 지옥의 삶 끝낸 비결

[인-잇] "하루하루 죽을 맛" 지옥의 삶 끝낸 비결

문요한|정신과전문의. 책 <오티움 :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저자.

SBS 뉴스

작성 2020.07.07 11:01 수정 2020.07.07 18: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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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13년 가을이었던가 보다. 어깨가 축 처진 중년 남자가 상담실을 찾았다. 40대 중반의 그는 회사의 인원 감축 대상에 포함돼 계속 퇴직을 종용 받고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결국 소속된 팀도 없고, 하는 일도 없이 책상에 앉아 있는 게 그의 일과였다. 죽을 맛이었다. 그 모멸감과 참담함을 가눌 수가 없어 상담실을 찾아온 것이다. 그는 나에게 버티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나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해도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그가 힘들어한 만큼 나도 답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예약을 취소한 후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 나는 그를 까마득히 잊었다. 아마 1년 정도 지났을까? 어떤 행사장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그가 먼저 인사를 해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굴빛이 한결 좋아져 있었다. '혹 다른 회사로 취업이 된 걸까?' 궁금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회사를 아직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여전히 꾸역꾸역 그 회사에 나가고 있습니다. 변화가 있다면 주말마다 공방에 나가고 있는데요, 그게 힘이 된 것 같네요."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죽을 맛" 외치던 그를 달라지게 한 '단 하나'
# 진정한 치유란?

그는 상담받기를 그만두고 산책을 하다가 문득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그의 집은 목공소 근처였는데, 목공소 옆에는 늘 폐자재가 쌓여 있었다. 그곳에서 동네 아이들과 나무로 총칼을 만들며 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뛰어놀았다. 그 시절은 그에게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는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곧장 생활 가구를 만드는 공방을 알아보았다. 첫 느낌부터 좋았다. 그 뒤로는 주말이면 하루 종일 공방에서 지냈다. 공구를 잡고 나무를 만지는 시간만큼은 회사 생활을 잊을 수 있었다. 종종 자신도 잊어버렸다. 그 시간이 그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숨 쉴 틈을 주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것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심지어 선물용으로 구입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두려움과 답답함이 조금씩 가셔나갔다. 그에게 상담이나 약물보다 더 좋은 치료제는 '목공예'였던 것이다.

그와의 짧은 재회는 여러 깨달음을 주었다. 무엇보다 그는 나에게 진정한 치유란 고통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활기를 되찾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치유란 전문가들이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상의 여가 활동 또한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사람들이 쉬지 않고 사서 고생하는 이유

이후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여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양했다. 딱히 TV 시청을 빼면 여가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 고생을 해가면서 적극적으로 여가 활동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나는 그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굳이 마흔이 넘어서 발레를 배웁니까?"

"왜 더 예쁜 옷을 살 수 있는데 일일이 옷을 만들어 입습니까?"

"왜 일이 끝나고 피곤할 텐데 집에 가지 않고 색소폰을 연주합니까?"

"왜 전공자도 아닌데 잠자는 시간을 아껴 철학책을 봅니까?"

"왜 주말에 쉬지 않고 유기 동물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합니까?"


사람들의 대답은 간명했다. "좋아서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사실 그 대답 외에 어떤 말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그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말하며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지 못한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눈빛 같다고나 할까. 반짝거린다. 좋아하는 활동이 있었기에 그들의 삶은 활력이 넘쳤고, 삶의 고단함을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다.

# 오티움(ótĭum),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나는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능동적 여가 활동이야말로 행복, 기쁨, 창조성, 몰입, 알아차림, 자존감 등 수많은 긍정적 심리자원을 길러내는 삶의 터전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한마디 말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그냥 '여가(餘暇 : 일이 없어 남는 시간)'라는 말로 한통치는 것은 일종의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정성껏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에 걸맞은 아름다운 언어를 붙여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오티움ótĭum'이라는 라틴어를 운명적으로 만났다.

이 말은 크게 세 가지 뜻으로 사전에 담겨 있다. 첫째, '여가'. 둘째, '은퇴 후 시간' 그리고 셋째 '학예 활동'이다. 고대의 학예 활동이란 시 짓기, 공부하기, 토론하기, 연주하기, 감상하기 등을 말한다. 즉, 오티움은 한가한 시간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배움을 즐기는 여가 시간'을 의미했다. 이는 소극적인 휴식을 넘어 자신을 재창조하는 능동적인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 당신이 오티움을 만나면 달라지는 것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능동적 여가 활동을 하는 40여 명의 사람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오티움을 접하고 난 후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했다.

인잇 오티움 문요한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떤 일을 하느냐 만큼 어떤 여가 활동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 시대에 여가는 새롭게 재조명되어야 한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작은 기쁨이 있다면 그래도 삶은 살 만하지 않을까.

* 편집자 주 : 문요한 의사의 '잘 쉬면서 삽시다' 시리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나를 위한 진정한 휴식법을 알려 드립니다.

인잇 필진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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