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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매달 '공짜 월급'을 준다?…정말 가능한 일일까?

전 국민 기본소득제 4분 순삭 정리

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작성 2020.06.26 15:19 수정 2020.06.28 09:1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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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다른 세 사람이 담장 너머 야구 경기를 구경 중입니다. 담장에 가려 경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발 받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자는 3개 뿐. 이 3개의 상자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요? 세 사람이 하나씩 쓰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키가 작은 순서대로 더 많은 상자를 주는 게 좋을까요?

요즘 대한민국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논쟁이 벌어진 이유, 바로 기본소득 때문인데요. 고용 여부, 구직 의사, 소득, 재산 등 따지지 않고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매달 생활비를 주는 셈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먼저 논의가 시작됐는데 최근 대한민국에도 이 논쟁이 상륙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를 보장해야한다"며 정치권 기본소득 논쟁을 쏘아올렸고,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취약계층 지원 없애고 전 국민에게 빵 값 주는 게 맞냐"며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기본소득을 가장 선제적으로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복지 그대로 두고 전국민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 돈을 다 어디서 마련하냐. 전 국민 고용보험이 우선"이라며 현실론을 말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16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의 책 '유토피아'에서도 언급된 오래된 개념입니다.

"(도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끔찍한 처벌 대신 모든 사람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합니다. 처음엔 도둑이 되고 나중엔 시체가 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궁핍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하려면 말이죠"

'어떻게 하면 모든 인간이 빈곤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인간 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고민에서 시작된 건데요. 기술이 발전하고 자동화가 확산하면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인간의 빈곤을 해결하는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더욱 시급해졌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2016년 향후 5년 간 전세계 일자리 500만 개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었죠. 즉,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소비하면서 경제가 순환되는, 인간의 노동을 기반으로 한 경제 구조가 무너지는 위기에 직면한 겁니다.

이 위기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치면서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코로나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구체적 전망까지 나오는 등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 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 수입을 보장해주자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는 건데요. 전국민 기본소득제 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이 1) 빈곤을 아예 벗어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를 담보할 수 있고 2) 돈이 없어 꿈을 포기하는 일을 줄일 수 있고 3) 안전을 위협받는 위험한 노동에 뛰어들지 않도록 해주는 등 인간의 삶의 질을 보장해준다고 주장합니다.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입니다. 전 국민에게 매달 30만원을 주려면 연간 186조원, 50만원을 주려면 309조원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 보고서)가 있는데 올해 보건·복지·고용 예산, 180조 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입니다.

결국 기존 복지제도를 유지하면서 전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려면 결국 세금을 더 걷거나,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존 복지제도를 개편해 비용을 줄이거나, 로봇세, 국토보유세 등을 걷으면 큰 추가 비용 없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복지 지원을 삭감하거나 재편할 경우 오히려 정말 지원이 필요한 최빈층에 피해가 가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산정책연구에 실린 '기본소득 모의실험' 논문에 따르면, 기본소득으로 오히려 극빈층에 속하는 1분위~2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논문은 "저소득층의 소득 보장이 주요한 정책 목표라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기본소득은 적합한 정책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노동 없이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일 하려는 의지를 꺾어 경제 성장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실행하는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2016년 스위스가 모든 복지제도를 없애고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진행했다가 국민 77%의 반대로 무산됐고, 2017년 핀란드가 무작위로 선발한 국민 2000명에게 2년 간 월 7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국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경기도의회가, 기본 소득 시행을 위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각 시군에 관련 재정을 지원할 수있게하는내용의 '기본소득 조례'를 추진 중이고,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연 기본소득은 모든 인간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다리가 될까요? 아니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판타지에 그칠까요?

(취재·구성: 박수진 / 영상취재 : 조춘동 조창현 최준식 / 영상편집 : 김경연 / 디자인 : 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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