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우한-400'이 '코로나19'?…소설 '어둠의 눈'이 말하는 것들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작성 2020.05.27 18:09 수정 2020.05.27 18: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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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 코로나19의 습격에 갈라서는 미-중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시장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5개월,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5월 27일 오후 4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560만 명, 사망자는 35만 명에 달했다. 특히 미국은 확진자가 168만 명, 사망자는 10만 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대처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를 은폐해 피해를 키웠다면서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경제번영네트워크(EPN : 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구축하고, 중국에 5세대 통신(5G) 장비와 반도체 같은 첨단제품 수출을 통제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중국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책임론을 반박하고 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 주임은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로 지목되는 후베이성 우한시 화난수산시장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인 가오 주임은 지난 5월 25일 홍콩 펑황 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초 내가 우한시에 직접 가서 일부 샘플을 채취했는데, 당시 (화난수산물시장에 있는) 동물 표본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다만 하수구 폐수 등 환경 샘플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가오 주임은 "초기에 화난수산물시장에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시장 자체가 피해 업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왕옌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은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관영 매체인 중국 국제 텔레비전(CGT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돼 팬데믹으로 번졌다는 것은 완전한 조작"이라면서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바이러스를 어떻게 유출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왕 소장은 "우리는 지난해 12월 30일에서야 코로나19샘플을 처음 접했고, 나중에 연구를 통해 코로나19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전까지는 접촉한 적도, 연구한 적도, 보관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가 연구해 보유한 바이러스는 중증호흡기증후군(SARS)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들이라며, 그 가운데 하나는 사스와 96% 유사하지만 코로나19와는 79.8% 정도밖에 유사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 우한 화난수산시장
● 40년 전 '딘 쿤츠'가 창작한 '우한-400'이 '코로나19'?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연일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우한시의 화난수산시장 인근에 있는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돼 전 세계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딘 쿤츠(Dean Koontz)가 1981년 출간한 소설 '어둠의 눈(The Eyes Of Darkness)'은 중국 과학자 리 첸(Li Chen)이 제조 방법이 들어 있는 디스켓을 들고 망명한 우한-400이 미국의 비밀연구소에서 누출돼 발생하는 사고를 다뤄, 코로나19 사태를 벌써 40년 전에 예견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 우한의 재조합DNA(Recombonant DNA)연구소에서 400번째로 만든 소설 속 우한-400은 노출되면 4시간 만에 발현해 24시간 이내에 100% 사망하게 하는 바이러스로 동물이 아닌 사람만 감염시킨다. 감염된 사람이 사망해 체온이 30도(화씨 86도) 아래로 떨어지면 1분 이내에 바이러스도 사멸한다. 바이러스로 특정 지역을 공격한 뒤, 그 지역 사람들이 모두 죽으면 방역 작업도 필요 없다는 설정이다.

소설속에서 미국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쇼걸 출신으로 대형 마술쇼를 연출하는 크리스티나 에번스(Christina Evans)는 아들 12살 대니(Danny)가 야생 체험 캠프에 갔다가 일행과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만류하는 바람에 아들의 시신을 보지 못하고 매장한 크리스티나는 아들이 살아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아들 대니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신호를 엄마 크리스티나에게 보낸다.

미국의 비밀 연구소에서 우한-400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판도라(Project Pandora)'에 참여했던 연구원 래리 볼링커(Larry Bollinger)는 실수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자 연구소를 탈출하고, 숲에서 래리를 만난 야생 체험 탐험대는 우한-400에 노출돼 대니를 제외하고 모두 사망한다. 유일한 생존자 대니는 몸에서 우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낸 것은 물론 뇌파를 통해 사물을 조종하는 초능력이 커졌고, 이 초능력으로 엄마 크리스티나가 비밀 실험실에 들어가 자신을 구조하도록 한다.

소설 '어둠의 눈'은 판타지 소설에 가깝지만 재조합DNA와 국가간 생화학 무기 개발 경쟁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럴듯한 사실성을 부여한다. 현재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미국은 코로나19가 중국이 실험실에서 개발한 뒤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5월27일 오후 4시 현재● 21세기는 '블랙스완'의 시대…불확실성에 대처할 유연한 리더십 필요

코로나19의 치명률은 5% 정도로 노출되면 100% 숨진다는 소설 '어둠의 눈' 속 우한-400보다는 낮다. 하지만 잠복기가 2주 정도로 긴 데다 증상이 없이도 감염시키고, 노약자나 병력이 있는 등 취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여러 가지 변종이 나타나고, 어린이에게 괴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는 바람을 막는 것만큼이나 차단이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코로나19를 '감기처럼 왔다가는 바이러스'로 치부하고 느슨하게 대처한 이른바 마초형 리더들이 통치하는 국가들은 여지없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퍼지는데도 대규모 집회를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마스크도 쓰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168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제일 많다.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코로나19를 경시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브라질은 확진자가 39만 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 역시 늑장 대처한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확진자가 36만 명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 코로나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악수하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고집하다 본인이 감염돼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보리스 존슨 총리의 영국에서는 확진자가 26만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소설 '어둠의 눈'은 미국에서 12살 어린아이를 놓고 생체실험이 이뤄지고, 어린아이가 텔레파시를 이용해 사물을 원격조종한다는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비밀조직(소설 속 Network)을 만들어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적을 무력화하기 위한 생화학 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런 치명적이고 끔찍한 무기개발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완전고용을 달성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해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것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40년 전 소설 '어둠의 눈'에서 딘 쿤츠가 제시한 치명적인 바이러스 '우한-400'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로 확산해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모더나(Moderna), 노바백스(Novavax), 파이자(Pfizer), 존슨 앤 존슨(Johnson & Johnson), 이노비오(Inovio), 옥스포드대학(Oxford) 등 세계적인 바이오 회사나 제약사, 연구소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은 아직 가능성일 뿐 실현 가능성이 낮은 불확실한 가설인 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I)이 텍스트와 음성, 영상까지 인식해 스스로 학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 로봇이 사람의 서비스를 대신하는 시대, 전자기기들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서로 연결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에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컴퓨터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도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이 접목해 또 어떤 기술이 출현할지 그 가능성의 영역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시대, 예측하지 못한 큰일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블랙스완(Black Swan)의 시대로 불린다. 블랙스완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홍역을 치르고 있는 4개 나라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 영국의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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