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단지 외로워서 반려동물 사는 건 아니죠?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SBS 뉴스

작성 2020.05.13 11:04 수정 2020.05.14 08: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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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집콕'으로 인한 외로움과 심심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분양도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의 솔루션으로 반려동물을 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을지 궁금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알아봤더니, 마찬가지였다. 주요 반려동물 분양 업체 매출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증가했다고 한다. 충격적이었다. 이렇게나 눈에 띄게 늘었다니….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가족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반려동물이 죽을 때까지 평생 책임질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결혼, 임신, 이사, 유학 등이 예정되어 있다면 더 신중히 고민해야 하고, 내 생활방식과 주거환경에 적합한 동물을 선택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반려동물 분양이 증가했다라…. 만약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발생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부디 나의 기우일 뿐이고 오랜 기간 충분한 고민 끝에 반려동물을 분양했는데 그게 하필 지금이었길 바랄 따름이다.


강아지 개 반려동물 (사진=픽사베이)
한 가지 더 놀라웠던 점은 유기 동물 입양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2개월간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유기 동물 입양 건수는 총 3,300여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00여 마리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펫샵을 통한 분양은 늘고, 유기 동물 입양은 감소한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유기 동물 수는 무려 12만 마리가 넘는다. 하루 평균 매일 300마리 이상 버려지는 꼴이다. 연간 유기 동물 관리에 투입되는 세금도 2년 만에 75%나 늘렸지만 유기 동물 입양은 줄고 있으니 올해는 아마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블루' 때문이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반려 동물 분양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유기 동물 입양을 한 번 고려해보길 바란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설명했듯 펫샵에서 입양한 강아지 공장 출신 강아지들이 행동학적 문제를 더 많이 보인다는 과학적 근거도 여럿 나왔다.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도 느낄 수 있고, 보호소 포화 상황을 해결하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의사로서 소개할 수 있는 유기 동물 입양 방법은 크게 3가지다.

①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www. animal.go.kr) 또는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센터(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강동구 리본센터,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부산 반려동물복지문화센터 등)를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보고 입양을 결정할 수도 있다.

② 동물보호단체에서 입양
각 단체 홈페이지와 온라인 카페에서 입양 절차를 확인할 수 있다. 단,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단체도 있으니, 단체 선택 전 꼼꼼한 검색이 필요하다.

③ 사설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
지자체 보호소(동물보호센터)가 아닌, 개인이 버려진 동물을 보호하는 사설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방법도 있다. 개체 관리를 잘하는 곳도 있지만 반대로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곳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양이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TV프로그램에 귀여운 고양이 집사로 소개된 한 배우는 SNS에 이런 말을 남겼다.

저희 아이들 예쁘게 보셨나요? 혹시 털 날리고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도 보셨나요? 방송이라 짧아 보이셨을 지도 모르지만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게 굉장히 큰 결심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희생을 강요합니다.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고 시간을 뺏겨 취미생활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중략)


평상시에도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떠올리는 모두가 아주 신중하게 곱씹어봐야 할 사실이다.

#인-잇 #인잇 #이학범 #동문동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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