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수조 원대 '비궁' 기술 UAE 유출 의혹과 정부의 '방조'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5.12 10:17 수정 2020.05.12 16:1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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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수조 원대 비궁 기술 UAE 유출 의혹과 정부의 방조
국방과학연구소 ADD 기밀 유출 사건이 음울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군과 수사기관들이 파악한 바로는 유출된 기술 중에 국산 유도로켓 '비궁'의 핵심 기술도 포함됐습니다. 그 가치가 최소 수조 원입니다.

유출 혐의자는 작년 ADD를 퇴직한 연구원으로, UAE의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이직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떠난 두 번째 ADD 기밀 유출 혐의 퇴직 연구원입니다. 최첨단 초고가 기술의 해외 유출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자료유출 혐의 받고 있는 ADD 퇴직연구원들이 취업한 UAE 칼리파대학.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는 UAE의 국책 무기개발 기관입니다. UAE 정부가 UAE판 ADD로 양성하고자 애쓰는 곳입니다. 당황스럽게도 ADD 퇴직 연구원들의 칼리파대학행(行)은 현 정부가 UAE의 국방 R&D 지원을 위해 추진한 일입니다.

얼핏 보면 기술 이전 같은데 이런 식의 기술 이전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퇴직 연구원들이 ADD에서 갈고 닦은 기술을 UAE로 가지고 갔다면 관리도 검증도 협상도 없는 기술의 해외 유출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말이 없습니다.

UAE에 핵심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국산 유도로켓 '비궁'
● '비궁'의 초핵심 seeker 기술 유출됐다!

최신 국산 유도로켓 비궁은 현재 서북도서 해병 부대에 실전 배치돼 있습니다. 북한의 공기부양정, 경비정을 정밀 타격하기 위한 무기입니다. 여러 표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게 특징이고 핵심입니다. 비궁의 탐색기(seeker)에 녹아있는 기술입니다.

ADD는 비궁의 탐색기 기술에 대해 수조 원 가치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비궁의 탐색기 기술을 확장, 발전시키면 다른 미사일도 쉽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비궁 탐색기 기술이 유출됐습니다. 군과 경찰은 이번 ADD 기밀 유출 사건의 핵심 혐의자 23명 가운데 한 명인 A 씨가 작년 가을 퇴직하면서 비궁 탐색기 기술 자료를 외장 하드에 무단으로 대거 내려받은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경찰은 어제(11일) A 씨가 ADD 근무 당시 사용했던 개인용 컴퓨터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압수한 A 씨의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칼리파대학 신체검사 서류, UAE 이민 서류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과 수사기관, ADD는 A 씨가 UAE의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 씨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최근까지 ADD의 고위 간부들과 SNS 등을 통해 근황을 주고받았다는 말도 있지만 ADD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ADD 기밀 유출 혐의자 23명 중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간 퇴직자는 2명입니다. 이 2명 외에도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는 ADD 퇴직연구원 4~5명이 더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동 사정에 정통한 방산업계에서는 그들의 실명이 나돌고 있습니다.

● 정부가 ADD 퇴직자들의 UAE행 길을 닦았다!

물론 ADD 퇴직 연구원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직장인보다는 퇴직 후 직장을 고를 때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국방과학기술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로 나갈 때는 반드시 몸이 가벼워야 합니다. ADD에서 들고나온 물건은 절대로 갖고 나가면 안 됩니다. 이번 ADD 기밀 유출 사건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도 퇴직연구원들이 기술 자료들 들고 해외로 떠나는 겁니다. 23명 유출 혐의자 중 2명이 UAE 칼리파대학으로 이직함에 따라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UAE를 방문한 송영무 장관 일행. 왼쪽 두번째가 남세규 ADD 소장이다.
그런데 UAE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길은 이번 정부가 놓아줬습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ADD 퇴직자들을 데려다 쓰라고 우리가 UAE 측에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도 "UAE가 ADD 같은 기관을 갖고 싶어 했지만 설립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국방 R&D를 어떻게 하는지 가이드해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단독 결정일 리 없습니다. UAE와 협력은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를 맡고 전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제안으로 열린 길을 따라 ADD 퇴직 연구원들은 UAE 칼리파대학으로 떠난 겁니다.

그중에는 비궁 핵심 기술을 포함한 기술 자료를 들고 간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부 제안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ADD 퇴직연구원들이 언제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UAE로 갔는지 정부는 제때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길만 뚫었지 그 길로 무엇이 오고 가는지 정부는 방치했습니다.

난감합니다. 이런 경우는 호혜적 기술 지원이 아닙니다. 그들이 ADD의 기술 자료를 가지고 UAE로 떠났다면 명백한 국방기술의 해외 유출입니다. 정부가 기획하고 방조한 기술 유출입니다. 현재 드러난 피해액만 수조 원대입니다.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지만 청와대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중하순 국가정보원, 안보지원사령부, 방위사업청은 ADD 기밀 유출 사건을 간파했습니다. 경찰 신고는 넉 달 후인 지난 4월 21일에야 이뤄졌습니다. 그동안 국가정보원, 안보지원사령부가 제대로 수사를 안 했으니 대통령이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겠지요. 그들은 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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