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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UAE로 떠난 ADD 퇴직연구원들의 배후는 일단 국방부

자료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ADD 전 연구원이 취업한 UAE 칼리파 대학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은 크게 2가지 이슈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는 사건의 본질인 2018~2019년 퇴직 연구원 23명의 사상 최대 자료 무단 반출이고 두 번째는 ADD 퇴직 연구원들의 UAE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 취업입니다. 오늘 본 취재파일은 두 번째 이슈인 ADD 퇴직 연구원들의 UAE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 취업 문제에 집중합니다.

자료 무단 반출 혐의자 중 작년 ADD를 퇴직한 1인이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직행했습니다. 그 외에도 ADD 퇴직 연구원 6명 정도가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적을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DD 퇴직 연구원 7명이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UAE의 안보를 위해 무기체계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는 한국-UAE 정부가 2년 전 공동 추진했던 UAE판 ADD의 모태(母胎)로 여겨졌던 곳입니다. 하지만 오롯이 이전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기술도 없고 법적으로도 장애가 많아서 UAE판 ADD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그런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길을 ADD 퇴직 연구원들 스스로 개척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유력한 누군가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을 것이란 추론이 더 합리적으로 들렸습니다. [▶[취재파일] ADD 기밀 유출 사건의 뇌관 UAE 칼리파大와 소걸음 수사]
어제(6일)자 세계일보의 ADD 기밀유출 사건 관련 기사
어제(6일) 세계일보가 답안 하나를 내놨습니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 인터뷰를 통해 국방부가 UAE 측에 "ADD 퇴직자를 데려다 쓰라"고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도 세계일보에 "UAE판 ADD를 설립하지 못하니까 대신 UAE 측이 ADD 퇴직 연구원을 채용해 연구개발 기반을 닦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일보 보도는 한마디로 국방부가 ADD 퇴직 연구원들이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길을 터줬다는 겁니다. 단순한 개인을 넘어 기밀이나 다름없는 국가적 자산으로 불리는 ADD 퇴직 연구원들을 국방부가 앞장서서 UAE로 송출한 셈입니다. ADD 기밀 유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ADD 퇴직 연구원들이 칼리파대학으로 간 사실에 대해 꿋꿋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던 국방부가 면목 없게 됐습니다.

국방부 너머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UAE의 협력은 방위산업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양국의 협력은 경제, 외교, 국방 등 정부의 각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주고받기 손익을 계산하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ADD 퇴직 연구원들의 칼리파대학행(行)은 국방부의 단독 결정 같지가 않습니다.
2018년 4월 UAE를 방문한 송영무 장관 일행. 왼쪽 두 번째가 남세규 ADD 소장이다.
● "국방 R&D를 어떻게 하는지 가이드해준 것"

세계일보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어제 오전 송영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송 전 장관은 "그거는 확인하기가 좀 그러네"라더니 "기사를 확인하고 이야기를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기다리다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했지만 송 전 장관은 일절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은 세계일보 보도를 인정했습니다. 여 전 실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UAE가 ADD 퇴직 연구원들을 채용하는 문제에 대해 "UAE 측에 오래전부터 제안을 했었다", "국방 R&D를 어떻게 하는지 가이드해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여 전 실장은 "UAE가 적성국가도 아니지 않느냐"며 ADD 퇴직 연구원 UAE행의 무해함을 강조했습니다.

UAE에서 한국-UAE 간 국방협력 관련 협의를 할 때 종종 ADD 퇴직 연구원들이 UAE 측 대표로 등장한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 전 실장은 "ADD 퇴직 연구원들이 (국방부에) 보고하고 UAE로 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한국-UAE 간) 회의하는 데 등장해서 (퇴직 연구원들이 UAE로 간 사실을) 알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UAE판 ADD 계획이 어그러진 후, 대안으로 국방부가 ADD 퇴직 연구원의 활용을 UAE 측에 먼저 제안했고 UAE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ADD 퇴직 연구원들은 칼리파대학으로 가게 된 겁니다. 절정의 국방과학기술로 무장한 ADD 퇴직 연구원들의 해외 유출, 그 과정에서 국방부의 개입 및 주도가 옳은 일인지에 대한 논의가 국방부 내부적으로 또는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또 ADD 기밀 유출 사건의 혐의자가 칼리파대학으로 간 일은 어떻게 해결할 참인지…

● 국방부 홀로 결정했을까?
국방부
문재인 대통령의 UAE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월 18~20일 특사단을 이끌고 UAE를 방문했습니다. 특사단에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포함됐습니다.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 방위사업청 국제협력관도 동행했습니다.

2월 임종석 전 실장을 특사로 앞세운 특사단의 UAE 방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UAE 협력은 에너지, 외교, 국방 등을 망라한 포괄적 관계입니다. UAE 측에 ADD 퇴직 연구원이라는 국방 R&D 최고급 최첨단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도 한국의 대UAE 협력 카드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ADD 퇴직 연구원 카드를 양국의 다른 여러 가지 카드들과 함께 놓고 손익을 따져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렸을 겁니다.

즉 ADD 퇴직 연구원들이 UAE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방안은 국방부 홀로 강구했다기보다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협의해서 결정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송영무 장관 시절 국방부에는 한국-UAE 협력을 전담하는 UAE TF팀이 있었고 소소한 일까지 청와대, 관련 부처와 수시로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ADD 기밀 유출 사건의 두 번째 이슈인 ADD 퇴직 연구원들의 칼리파대학 취업 건의 수수께끼가 거의 풀려갑니다. 수수께끼의 마지막 고비는 "사람 자체가 국방과학 기밀이라는 ADD 연구원들을 UAE로 보낸 데 대한 대가, 또 보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입니다. 곧 밝혀질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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