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DD 기밀 유출 사건의 뇌관 UAE 칼리파大와 소걸음 수사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5.03 10:17 수정 2020.05.04 14: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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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 ADD 전경그제(1일) 대전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퇴직 연구원 A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는 퇴직 전 ADD의 각종 자료 68만 건을 출력하거나 내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DD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강제 수사의 신호탄입니다.

68만 건이라는 자료의 양도 방대하고 압수수색이라는 수사 절차도 자극적이어서 퇴직 연구원 A 씨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 같지만 군과 국가정보원, 안보지원사령부, 국내외 방산업계는 A 씨가 아니라 UAE의 칼리파 대학에 주목하는 눈치입니다. 이번 ADD 기밀 유출 사건의 혐의자들인 ADD 퇴직 연구원 20여 명 중 1명이 칼리파 대학의 부설 연구소로 취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작된 관심입니다.
2018년 4월 UAE를 방문한 송영무 장관 일행. 왼쪽 두번째가 남세규 ADD 소장이다.이 대학은 2018년 4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 그리고 이례적으로 남세규 ADD 소장을 비롯한 국방과학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두 함께 방문했었고, 그때 한국-UAE 정부가 공동 추진했던 UAE판 ADD의 모태(母胎)로 여겼던 곳입니다. UAE판 ADD 설립을 위한 한국-UAE 정부의 계획은 현실적, 법적 이유로 무산됐지만 UAE가 무기 개발 연구소로 육성하는 곳에 자료 유출 혐의를 받는 ADD 퇴직 연구원이 갔으니 그 목적과 과정, 해외 유출 여부에 군과 수사기관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UAE 칼리파 대학 부설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ADD 퇴직 연구원은 자료 유출 혐의자 1명이 전부가 아닙니다. 5~6명이 더 있습니다. 이번 기밀 유출 사건과 무관하게, ADD 퇴직 연구원 5~6명이 2~3년 전부터 칼리파 대학 부설 연구소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나라 정부의 UAE판 ADD 계획은 깨졌는데 첨단 국방과학기술로 무장한 ADD 퇴직 연구원 6~7명이 칼리파 대학으로 몰려 간 겁니다. 왜 갔을까요. 이들의 칼리파 행(行)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합리적인 추론, 관측들이 군과 방산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의 수사와 조사는 더디기만 합니다. 사건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운 건지…

국방과학연구소 ADD 자료유출 의혹● 칼리파 대학으로 간 유도무기 탐색기 개발 전문가들…

ADD 기밀 유출 사건의 핵심 혐의자 20여 명은 거의 작년 퇴직자들입니다. 칼리파 대학으로 간 혐의자도 지난해 퇴직자입니다. 퇴직 이후 오래지 않아 칼리파 대학으로 갔습니다. 그 연구원 외에 칼리파 대학 부설 연구소에 적(籍)을 둔 ADD 퇴직 연구원 5~6명은 2018년 이전에 ADD를 떠났고 방산기업을 거쳐 칼리파 대학으로 진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5~6명은 이번 기밀 유출 사건의 혐의자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군과 수사기관들은 "칼리파 대학 건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수사 결과를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칼리파 대학으로 떠난 6~7명 중 3~4명은 국산 2.75인치 로켓의 탐색기(seeker) 개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방산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ADD의 2.75인치 탐색기 개발팀에서 함께 연구개발한 동료, 바통을 주고받은 선후임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탐색기는 미사일, 로켓의 눈과 같은 장치로 유도무기의 핵심 중 핵심 기술입니다. 탐색기 기술 보유 여부에 따라 방산기업의 유도무기 개발 능력이 판가름 날 정도입니다.

방산기업의 다른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유도무기 탐색기 기술이 한국에서 UAE로 이전된 것", "이전할 수도 없는 고부가가치 최첨단 기술이 공짜로 UAE로 넘어갔다"고 탄식했습니다. 국산 유도무기 탐색기는 순수 국산 기술도 아닙니다. 연구개발자들이 칼리파 대학으로 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원천 기술 보유국의 항의와 제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료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ADD 전 연구원이 취업한 UAE 칼리파 대학● "뒤에서 기획한 이는 없나?"

UAE 칼리파 대학은 어렵지 않게 유도무기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체적으로 2.75인치 로켓을 개발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평이 국내 방산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무기체계 연구개발 전문가도 갔습니다. 자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퇴직 연구원이 갖고 간 게 무엇인지도 몹시 궁금한 대목입니다.

한국-UAE 공동의 칼리파 대학 ADD 설립 계획이 중단된 가운데, UAE 홀로 UAE판 ADD를 세워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협조는 없었지만 ADD 퇴직 연구원들의 이직으로 UAE는 한국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군과 수사기관은 ADD 퇴직 연구자들이 개인적으로 칼리파 대학에 갔다기보다는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이미 자료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칼리파 대학 이직자 1명 외, 2~3년 전부터 칼리파 대학으로 옮긴 5~6명이 퇴직 시 ADD에서 가져간 자료가 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1월에 '유출 흔적' 찾고 이제야 본격 수사

사건이 참 무겁습니다. ADD를 관리 감독하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적절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참 더뎠던 수사와 조사에 속도가 붙기를 기대합니다.

68만 건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A 씨는 1주일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ADD 기술보호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 이후로는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말 ADD에 대한 보안실태점검을 한 뒤 부실한 점을 발견했고 ADD에 자체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ADD는 즉각 보안실태를 정밀 진단했고 1월 중에 유출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ADD는 1월 68만 건 혐의자 A 씨에게 전화했던 겁니다.

ADD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한 건 지난달 21일입니다. 정리하면 ADD는 유출 혐의점을 찾은 뒤 3개월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왜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또 그 3개월 간 ADD는 방위사업청에 2~3차례 보안 점검 관련 보고를 했습니다. 방위사업청도 1~4월 중 이른 시점에 유출 사실을 인지했지만 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왜 뒷짐 지고 있었던 걸까요.

국가정보원과 안보지원사령부도 1~2월 중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정보원과 안보지원사령부는 기밀, 방첩, 보안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역시 ADD 기밀 유출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가 접촉한 다른 혐의자는 "국가정보원, 안보지원사령부로부터 조사는커녕 연락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ADD 핵심 관계자는 "수사기관들이 혐의자들을 두루 조사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국가정보원이 조사하겠다며 ADD의 서버를 봉인하기는 했는데 그 이후 별다른 일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달 26일 SBS 8뉴스 단독 보도로 ADD 기밀 유출 사건이 처음 공개된 이후 국가정보원과 안보지원사령부는 허둥지둥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 (20.04.26 8뉴스) [단독] ADD 퇴직 연구원들, 사상 최대 무기 기술 빼갔다

ADD와 방위사업청, 그리고 국가정보원과 안보지원사령부가 4개월 동안 보인 행동은 이번 사건의 무게에 비해 너무 굼떴습니다. 남 일 구경하듯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성격과 규모가 자명한 사건이어서 수사기관들의 판단 착오가 나오기 어려웠는데도 그랬습니다. 기밀 유출 사건의 진상만큼이나 소걸음 한 수사기관들의 속내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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