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텀블러로 기후 위기 막는다? 틀렸습니다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20.05.04 11:00 수정 2020.05.04 15:4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 기후 위기, 생활 실천만으로 해결 안 된다

지구의 날, 기후 변화 주간을 맞아 환경부가 포스터를 만들었다가 환경 단체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았다. 포스터는 얼핏 꽤 멋지게 보였다. 푸른 바다에 지구의 날 50주년 기념이라는 문구가 쓰였고 빙산에는 환경 보호를 위한 생활 속 실천 방법이 담겼다.

 
기후변화주간 포스터


1.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기를 실천해 주세요.
2.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는 뽑아주세요.
3.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분리 배출해주세요.
4.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해 주세요.
5.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해 주세요.



환경 단체가 이 포스터에 뿔난 이유는 간단하다. 생활 속 실천으로 절대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없음에도 매년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매우 높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150만 대의 자동차가 팔리고 대당 평균 1만4천 km씩 달리고 있다. 이미 자동차 2,200만 대가 넘게 보급되어 있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대단히 많은 상황,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이 답답할 따름이다. 또 대중교통인 버스는 대부분 경유나 천연가스를 이용해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해외 사례를 보자. 자동차 제조사가 책임지고 연비가 아주 우수한 차를 만들고 더 나아가 석유를 쓰지 않는 전기차를 의무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기준에 부합하는 차를 산 소비자는 애써 무언가를 실천하지 않아도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그리고 디젤, LNG 버스가 아닌 전기 버스 보급을 정책적으로 확대했다.

'안 쓰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도 그렇다. 한국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약 15% 정도다. 예전부터 대기전력이 문제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대기전력이 크게 줄어 TV는 시간당 약 1와트고 하루 대기시간을 18시간이라고 가정하면 18와트시(Wh)정도다. 그렇다면 TV 한 대가 한 달 동안 쓰는 대기전력은 540Wh. 한 달에 한 가구가 쓰는 전기가 30만Wh (300kWh)를 사용하니 전체 전력 사용량의 0.18%에 불과하다. 물론 아끼면 좋다. 하지만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너무 적다.

해외에서는 에너지 등급제를 적용해 전기 소모가 과도한 제품은 퇴출해버린다. 유럽연합은 진공청소기 전력 사용량 규제를 정해 적용했다. 필요 이상으로 흡입력을 높여서 전기를 지나치게 소모하거나 효율이 낮은 모터를 사용한 제품은 판매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가전제품 매장에 가면 저효율 제품들이 많은데 이런 제품을 막는 게 가정마다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분리수거, 비닐봉지, 일회용 컵'은 기후변화 문제라기보다는 쓰레기 문제다. 쓰레기도 당연히 문제지만 기후 변화와는 분명 다른 문제다.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는 것은 기후 변화 대응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제대로 하자.


오염 지구온난화 온난화 가스 공장 (사진=픽사베이)
기후변화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남에 따른 문제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그럼 온실가스는 어디서 나오는가? 화력발전소로 전기를 만들 때 아주 많이 나온다.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때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대안으로 자주 언급되는 가스화력발전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아 기후 변화 문제에 해가 된다. 대기전력을 줄이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태양광, 풍력의 대폭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온실가스의 또 다른 배출원은 자동차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한다. 자동차를 전면 퇴출시키는 건 현재로서는 경제·사회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문제가 적은 자동차로 대체해야 하는데 그건 바로 전기차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전기차 보급을 늘려서 보급한다는 게 많은 나라들의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은 전기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팔지 않으면 꽤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올해부터 적용했다. 중국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는 전기차 번호판 등록을 빠르게 하고 석유 차량의 번호판은 추첨을 통해서 받도록 했다.

이 밖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제철소의 공정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철강을 만들면서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양이 우리나라 전체의 20%에 이른다. 철강업체는 온실가스 배출은 어쩔 수 없다며 강변한다. 현재 기술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경제활동이 줄면서 공기가 맑아지고 자연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후 위기는 코로나로 인해 잠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강력한 기후 위기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탄소세를 처방하며 각국의 기획재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이대로 가면 경제 위기가 온다며 화석 연료 의존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기후 위기는 석탄으로 만든 전기를 아끼기 위해 플러그를 뽑고, 천연가스를 태우는 버스를 타고,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 기업이 나서야 바꿀 수 있다.

#인-잇 #인잇 #김지석 #생존의조건

# 본 글과 함께 생각해볼 '인-잇', 지금 만나보세요.

[인-잇] 금융 리더의 경고 "기후변화 리스크 막아라"
인잇 시즌 2 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