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DD '기술유출' 혐의자, 'UAE판 ADD' 노리는 칼리파대학 갔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4.28 11:21 수정 2020.04.28 15: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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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15일부터 3박 4일간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이 UAE를 방문했습니다. UAE 요청으로 전제국 당시 방위사업청장, 남세규 현(現)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 국방과학 책임자들이 송 장관을 동행했습니다.

UAE 측은 송 장관 일행을 융숭하게 대접했습니다. UAE의 실세 모하메드 알 나흐얀 왕세자를 비롯한 고위급 수십 명이 송 장관과 남세규 소장을 국빈 모시듯 했습니다.
2018년 4월 UAE를 방문한 송영무 장관 일행…왼쪽 첫번째가 남세규 ADD 소장이다.그때 UAE 측은 송 장관 일행을 UAE의 명문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안내했습니다. 명문대라고는 하지만 부설 연구소는 연구진 수십 명 규모의 소소한 시설이었다고 칼리파대학 방문자는 전합니다. 하지만 UAE의 요구는 창대했습니다. "한국의 ADD 같은 무기 개발 연구소를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세워달라!" UAE가 송 장관과 함께 방위사업청장, ADD 소장을 초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UAE 측은 대신 대대적인 경제협력을 제안했습니다. 국방기술도 수출하고 국산 무기와 공산품들도 수출할 수 있는,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송 장관 일행이 귀국한 뒤 검토해보니 ADD의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ADD 소유 기술들은 한국의 순수한 기술이 아니라 외국 기술이 스며든 다국적 기술이어서 한국 정부 마음대로 해외 이전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UAE판 미니 ADD 설립 계획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런데 현재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ADD 기술 유출 사건의 핵심 혐의자가 바로 그 UAE의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로 간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UAE가 무기 개발 연구소를 만들고 싶어 하는 곳에 ADD 기술 유출 혐의자가 취업했습니다. ADD 기술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ADD 전 수석연구원 B씨가 취업한 UAE 칼리파대학● 'UAE판 ADD' 노리는 칼리파대학 갔다!

ADD 기술 유출 사건의 혐의자는 60여 명입니다. 최근 ADD를 퇴직한 고위급 연구원 중 ADD 서버에서 무엇인가 내려받거나 출력한 사람들입니다. 이 가운데 20여 명은 다량의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유력 혐의자 20여 명 가운데 작년 퇴직한 ADD 수석연구원 출신의 B 씨가 UAE의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취업했다고 군 고위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가 UAE판 ADD를 꿈꾸는 곳이니 B 씨는 그곳에서 기술 이식 작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B 씨가 어떤 기술들을 갖고 나갔는지는 명쾌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B 씨가 ADD 현직에 있을 때 그는 상당한 자료에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수석연구원은 ADD 최고위급이어서 ADD 서버에 보관된 중요 자료에 대해 거의 무제한 접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군과 수사기관들은 그가 어떤 자료를 가져갔는지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ADD 내부 연루자 없나

B 씨의 칼리파대학 취업 사실이 알려지자 군 내부에서는 B 씨가 어떻게 정보 당국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칼리파대학에 입성할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B 씨가 UAE의 희망사항을 간파하고 칼리파대학 부설 연구소에 원서를 넣었다기보다는 UAE 측이 B 씨에게 접근했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B 씨 외에 다른 연구원들도 비슷한 제안을 받았을 텐데 소리 소문이 없이 칼리파대학으로 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B 씨가 다른 곳도 아닌 칼리파대학으로 가는 것을 그와 가까운 ADD 연구원들은 알았을 터. 하지만 어떤 경고음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ADD 주변에서는 "퇴직 연구원들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부국에서 잘 적응해 살고 있다"는 말이 해당 퇴직자 실명과 함께 자주 거론됐습니다. ADD 수뇌부는 B 씨의 칼리파대학행(行)을 몰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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