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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독제에 말라리아약 소동까지…혼란 키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

[취재파일] 소독제에 말라리아약 소동까지…혼란 키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0.04.27 13: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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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극물 센터에 신고 급증"…계속되는 트럼프 '소독제 여진'

소독제를 인체에 주입하는 게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평소 실언이 많은 편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서도 거의 역대급 망언 반열에 올랐습니다. SNS에는 세제와 소독제를 먹는 트럼프 대통령을 합성한 수많은 풍자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소독제를 만드는 회사까지 나서 절대로 먹거나 주사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띄웠을 정도입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 대통령이 한 발언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소독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리노이주 공중보건국장은 독극물 통제 센터에 전년 대비 현저하게 많은 신고 접수가 들어오고 있다며, "절대로 소독제를 먹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들어온 신고 가운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애겠다며 코 세척용으로 세탁 세제를 사용하거나, 가글액과 소독제를 섞어서 입안을 헹궜다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말만 들어도 가슴 철렁한 위험한 행동들입니다.
미국 코로나19 알려진 것 보다 많은 실제 감염자 수'한국 사위'로 잘 알려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오늘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 19 치료를 위해 소독제를 먹어도 되는지 묻는 전화가 수백 통 걸려왔다"고 소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호건 주지사조차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독제 언급을 정말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도 인터뷰에서 "중독 센터에 신고 접수가 늘어났다"며 "의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언론에는 수많은 의사들이 나와 "소독제를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얘기를 수많은 전문가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대중에게 설명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대통령이 하는 발언의 힘 때문에 그 말을 그냥 믿어버린 사람들을 다시 설득하는 건 전문가들이 총출동해야 할 정도로 여려운 일입니다.
미 '소독제 치료법' 논란..'말라리아약 효과 없다 ● 이해하기 어려운 '말라리아약 찬양'…참을 수 없이 가벼운 '대통령의 입'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한 건 손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아예 정례 브리핑 자체를 없애 버렸기 때문에 외국 정상이 올 때나 기자들도 질의 응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외부 행사를 나갈 때도 헬기 앞에서 질문을 받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헬기음이 들리는 어수선한 상황에 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국면에서 시작된 브리핑은 매일 하는 정례 행사가 됐습니다. 코로나19가 너무 심해져 외부에 나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은 주말마다 치는 골프도 접고 백악관에서 브리핑에만 매달렸습니다. 미국 지상파들의 저녁 뉴스 시간과 겹쳤지만, 초반에는 방송사들이 뉴스까지 접고 기자회견을 생중계할 정도여서 거의 모든 채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브리핑에서 점점 정보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내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응은 너무 좋았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뿐이었습니다. 중국발 비행기를 끊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숨졌을 거라는 발언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할 얘기로는 너무나 부적절해 보였습니다. 느닷없이 대통령이 평소 원했던 이민 금지 같은 정책이 발표되기도 했고, 기자회견은 트럼프 정부의 어젠다를 홍보하는 유세장처럼 변해갔습니다.
美 말라리아 약 투입더욱 이상한 것은 말라리아약, 클로로퀸과 하이드로 클로로퀸에 대한 찬양이었습니다. '게임 체인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극찬으로 이 약을 선전하는 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습니다. "손해 볼 게 없지 않냐"며 빨리 이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라고 부추겼습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FDA 책임자에게 긴급 승인하라고 압박할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마치 물건을 파는 홈쇼핑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집계해 봤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에서만 이 약의 효능을 8차례나 선전했다고 합니다. 백악관 코로나 TF에서 '과학의 소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美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장도 보다 못해 트럼프 대통령 보는 앞에서까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직설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FDA가 말라리아약을 잘못 쓰면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 선전을 믿고 같은 이름을 가진 어항 청소용 약을 잘못 먹고 숨진 미국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대통령의 선전 때문에 미국에서 말라이아약 처방은 46배나 늘었다는 통계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 "허리케인 대응은 핵폭탄으로"…또 다른 트럼프의 황당 발언

재난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 허리케인에 대한 대응 논의가 한창일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관료들에게 "핵폭탄을 떨어뜨려 허리케인을 막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는 게 여러 매체에 보도됐습니다. 허리케인이 대서양으로 이동할 때 중심부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소멸시킬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설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핵탄두를 떨어뜨린 이후에 벌어질 후폭풍과 국제사회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미국 대통령이 입에 올릴 수 없는 발언임에는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나중에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에 찍힌 발언도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자주 부인하곤 합니다.) 관련된 여러 기관에서 반응을 내놨고, 미국 매체 여러 곳에서 취재원을 통해 확인 취재를 한 것으로 봐서 적어도 그런 말을 꺼낸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허리케인 도리안이 5등급으로 세력이 커져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렇게 5등급 허리케인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리안은 이미 미국으로 향하고 있던 4번째 5등급 허리케인이었습니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언론이 문제를 지적하면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는 지루한 패턴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처럼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코로나19 ● 코로나 비극에 공감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4월 26일 기준으로 96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6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감염자, 사망자 모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에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한 달 넘게 하루에 거의 두 시간씩 한 브리핑에서 사망자를 애도한 것은 원고에 써져 있는 걸 읽은 단 4분에 불과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집계했습니다. 의도적인 무시와 외면으로 발병 초기 팬데믹에 대응할 귀중할 시간을 허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응을 아주 잘해왔다"고 말할 뿐입니다. 자신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뉴욕주 쿠오모 주지사가 매일 브리핑을 하면서 사망자가 줄고 있다는 긍정적인 소식에도 "사망자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라며 진심으로 애도를 표시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기까지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도 언론에 대한 비난을 트위터에 잔뜩 쏟아내고는 주말 브리핑을 모두 생략했습니다. 가장 든든한 자신의 우군이었던 폭스 뉴스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로운 대안 매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대통령의 노력과 성과를 가짜 뉴스 때문에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 섭섭하다는 겁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와중에 미국에서 이런 엄청난 희생이 나온 데에는 본인의 가벼운 입과 처신에 작지 않은 책임 있다는 걸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아마 알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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