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수리온으로 '바이퍼'급 공격헬기 개발?…국방기술품질원 책임질 수 있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4.08 10:02 수정 2020.04.08 10: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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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수리온으로 바이퍼급 공격헬기 개발?…국방기술품질원 책임질 수 있나
▲ KAI의 공격헬기 마린온 무장형의 모형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를 국내 개발하느냐, 국외 도입하느냐… 국방기술품질원은 선행연구를 통해 국내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수송헬기 수리온을 개량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해 마린온 무장형으로 변신시키면 된다는 겁니다.

방위산업 육성, 고급 국방기술 개발, 자주국방, 국산품 애용 등등을 생각하면 수리온으로 무엇인들 못 하겠습니까. 하지만 상륙공격헬기는 수송헬기 수리온에 방탄 철갑 붙이고 무장 매단다고 나오는 물건이 아닙니다. 후방에서 병력, 화물 나르는 헬기가 아니라 상륙작전 최전선에서 적의 지상·항공 화력과 사투를 벌일 헬기입니다.

그래서 해병대가 소요제기하고 합참이 결정한 공격헬기의 ROC(작전요구성능)는 세계적인 공격헬기인 미국 벨헬리콥터의 바이퍼(AH-1Z) 성능과 유사합니다. 육중한 공대지, 공대공 무장을 장착하고도 빨라야 합니다. 단언컨대 수리온, 마린온을 이른바 '마개조'한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리온, 마린온으로 어떻게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의 ROC를 맞추겠다는 건지 국방기술품질원의 계산속이 무척 궁금합니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공격헬기 바이퍼
●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의 ROC는 '바이퍼'급

바이퍼 공격헬기는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헬기입니다. 늘상 미 해병대와 연합훈련하고 유사시에는 역시 미 해병대와 연합작전을 펼쳐야 하는 한국 해병대로서는 미 해병대와 같은 공격헬기를 운용하는 편이 전술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래서 해병대의 공격헬기 ROC는 바이퍼급입니다. 미 육군의 공격헬기가 아파치이고 한국 육군도 공격헬기로 아파치를 선택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바이퍼의 수직상승속도는 14.2m/s입니다. 순항속도는 296km/h이고 최고속도는 370km/h에 달합니다. 공대지, 공대공 무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의 ROC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반면 수리온의 수직상승속도는 7.8m/s입니다. 바이퍼의 절반 수준입니다. 수리온을 기동헬기로 개량한 마린온은 수리온보다 300kg 정도 무겁습니다. 수직상승속도는 7.2m/s로 떨어집니다. 마린온에 방염, 방탄 설비하고 공대공, 공대지 무장 덧붙인 마린온 무장형은 마린온보다 더 무거워서 더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순항속도는 수리온 270km/h, 마린온 264km/h입니다. 마린온은 수리온보다 무거우니까 비행속도도 느립니다. 당연히 마린온 무장형은 수리온, 마린온보다 더 무거워서 비행속도는 한 단계 더 느려집니다. 바이퍼의 296km/h와는 상대가 안 됩니다.

즉 마린온 무장형은 수리온 파생형 가운데에서도 가장 기동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마린온 무장형은 비쌉니다. 개발비가 추가되는 탓에 바이퍼 값과 차이가 없습니다. 두 기종 모두 대당 350억~400억 원 사이입니다. 마린온 무장형의 민낯이 이런데도 국방기술품질원은 공격헬기 국내 개발이라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 수리온 '우려먹기'는 이제 그만

국방기술품질원의 선행연구 중 마린온 무장형이 해병대 공격헬기 ROC의 모든 항목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평가 기준이 어떻든 마린온 무장형은 공격헬기 ROC를 충족할 수 없습니다. 해병대와 합참 모르게 ROC를 대폭 낮췄다면 모를까….

국방기술품질원은 선행연구 결과를 재고(再考)하기 바랍니다. 재고하지 않겠다면, 자신 있다면, 한점 의혹도 없다면 4·15 총선으로 꾸려질 21대 국회 국방위원회에 선행연구 전 과정을 보고할 것을 제안합니다.

KAI는 마리온 무장형으로 바이퍼급 ROC를 절대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마린온 무장형이 공격헬기일 수 없다는 사실을 KAI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자로 선정되면 군말 없이 마린온 무장형을 개발하겠지요.

굳이 국내 개발하겠다면 KAI는 수리온 접고 십수 년 걸려서라도 완전히 새로운 공격헬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수리온 파생형은 소방, 경찰, 의무, 산림 헬기로 족합니다. '기동성 떨어지는 기동헬기' 마린온은 수리온 우려먹기였습니다. 마린온 무장형 공격헬기는 안됩니다. 대미 의존이냐, 자주국방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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