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해병대 공격헬기, '마린온 무장형' 가닥…수리온 어디까지 변신하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0.04.07 09:06 수정 2020.04.07 09: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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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가 구상하고 있는 마린온 무장형의 모형
적 해안에 상륙한 해병대의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해병들이 뛰어내려 적 진지를 향해 내달립니다. 적의 중화기가 불을 뿜는 가운데 바위 같은 자연 엄폐물이 있으면 고맙고, 없어도 목숨 내놓고 상륙돌격하는 게 해병대의 숙명입니다.

상륙돌격장갑차의 뒤를 따라 출격한 상륙공격헬기들이 엄호해주면 해병들의 생존성은 크게 높아질 터. 상륙에 성공한 뒤 적진을 장악하기 위한 지상작전에서도 공격헬기의 엄호는 해병들에게 천군만마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병대는 상륙공격헬기가 없습니다. 이제야 도입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상륙공격헬기의 생명은 육중한 무장을 장착하고도 제비처럼 날쌔게 비행하는 데 있습니다. 국내 기술로 그런 헬기를 개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고, 안 되면 외국에서 찾아야 합니다.

현재 돌아가는 분위기는 국내 개발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전천후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무장을 장착하는 마린온 무장형입니다. 그렇다면 KAI가 해병대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고 바이퍼, 아파치 같은 외국 공격헬기에 버금가는 마린온 무장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한국 육군이 공격헬기로 운용하고 있는 아파치
● 마린온 무장형과 저 위의 바이퍼, 그리고 아파치

해병대는 상륙공격헬기 24대를 도입할 참입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 사업에 대한 선행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국내 개발이냐 국외 도입이냐를 검토하는 절차인데 최근 국내 개발로 결론이 났습니다.

방위사업청은 현재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내 개발 방안을 가지고 구체적인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업추진기본전략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결되면 KAI는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로 마린온 무장형을 개발하게 됩니다.

마린온으로 남 부럽지 않은 상륙공격헬기를 만들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마린온 무장형으로 공격헬기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제일 걱정은 공격헬기의 핵심 성능으로 꼽히는 수직상승속도입니다.

공격헬기는 효과적인 방어와 공격을 위해 순식간에 치솟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수직상승속도가 중요한 건데 수리온과 마린온의 수직상승속도는 8m/s 안팎입니다. 1초 동안 8m 정도 상승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 벨헬리콥터의 바이퍼(AH-1Z)는 14m/s대, 미국 보잉의 아파치(AH-64)는 12m/s대입니다. 남아공이 개발한 루이발크라는 공격헬기도 13m/s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초 동안 수리온, 마린온이 8m 안팍 상승하는 동안 바이퍼, 아파치, 루이발크는 13m 정도 치솟습니다.

게다가 마린온을 상륙공격헬기로 개량하면 방염처리하고 온갖 무장과 보조연료탱크 등을 달아야 합니다. 헬기의 무게가 대폭 늘어납니다. 마린온 무장형의 수직상승속도는 수리온, 마린온보다 느려집니다. 마린온 무장형이 실제로 개발되면 세계적으로 굼뜬 공격헬기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해병대야 울며 겨자 먹기로 느린 공격헬기라도 떠안아야겠지만 해외에서는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대한민국 해병대 수요만을 위한 공격헬기 개발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단히 비경제적입니다. 마린온 무장형의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으면 또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공격헬기 바이퍼
● 가격경쟁력도 별로라면…

마린온 무장형은 곧바로 양산하는 게 아니라 추가로 돈을 들여서 개발해야 합니다. 마린온 자체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개발비까지 더해지면 마린온 무장형의 가격은 대당 37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KAI는 당초 대당 400억 원 넘게 책정했지만 선행연구 단계에서 이런저런 옵션들 빼서 370억 원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바이퍼의 경우 한국 해병대의 ROC에 맞추면 마린온 무장형과 대당 가격이 엇비슷합니다. 벨헬리콥터는 마리온 무장형 370억 원보다 대당 가격을 낮게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파치는 좀 비쌉니다. 대당 500억 원까지 올라갑니다. 하지만 한국 육군의 대형 공격헬기도 아파치이고 추가 구매할 계획이기 때문에 해병대용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해병대가 상륙기동헬기로 마린온을 운용하는 만큼 마린온 무장형이 탄생하면 기동헬기, 공격헬기 모두 수리온 기반이어서 수리 및 유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과 성능 면에서 마린온 무장형은 공격헬기로서 경쟁력이 한참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선행연구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닌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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