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평범함이 비범함보다 어렵다

Max | 뭐라도 써야지. 방송사 짬밥 좀 먹은 저널리스트, 프로듀서.

SBS 뉴스

작성 2020.04.05 11: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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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
# 대패질이란 그냥 대패를 사서 나무를 깎으면 되는 일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대패를 샀다 하더라도 나무를 깎기 전에 대팻날을 한참 숫돌에 갈아야 한다. 또 대팻집 바닥면을 끌질한 뒤 사포로 가는 '대팻집 고치기'를 해줘야 한다. 그런 다음 대팻날이 머리카락 굵기만큼만 대패집 밖으로 나오도록 망치로 대패날 머리와 대팻집을 쳐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나무를 깎을 준비가 된 것이다. 

## 지금이야 목공 일이 트렌디한 취미로 부상하고, 목수가 전문성 있는 괜찮은 직업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목수들의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았다. 기다란 작업대를 차려놓고 한쪽 귓바퀴에 지우개 달린 연필을 척 얹은 흰색 러닝셔츠 바람의 모습이 당시 그 직업을 상징하는 룩(LOOK)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또는 동네에서 집을 수선하는 일이 있을라치면 그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았고, 가끔씩은 직접 톱질도 했던 기억이 난다. (왜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강화도에서 태어나 소싯적부터 배도 만들고 목수 일을 했던 목공 선생님의 코치를 받으며 대패질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대패질을 제대로 하면 톱밥 모양도 고르고 예쁘다는 것을. 그뿐 아니라 대패질 소리도 경쾌하고 균질하다. 팔의 움직임에도 무리가 없다. 톱질도 마찬가지다. 톱질 역시 물 흐르듯 유연하고 무리 없는 톱질이라면 멀찍이 떨어져 들어도 나무가 잘 켜지고 있구나, 제대로 잘리고 있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좋은 소리가 난다. 목공 선생님은 대패질만 잘하면 목수 일은 끝이고 대패와 끌, 톱만 있으면 못 만들게 없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몇 번 해 본 경험 덕분일까? 제대로 힘의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엉성한 대패질로 기우뚱하게 나무를 깎아놓은 허튼 실력이었지만 톱질할 때는 켜는 소리만으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저만치서 다른 사람의 톱질을 봐주던 선생님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톱질 소리만으로도 나무가 잘 켜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막힘없이 물 흐르듯 '쓱싹쓱싹'하는 톱질 소리는 아름다운 악기에서 나오는 음악처럼 느껴진다. 소리, 음악, 모양 이런 것들에는 어떤 절대미가 깃들어 있다가 튀어나오는 것만 같다. 또 소리(음악)와 색, 모양 따위는 어떤 본질적인 것에 맞닿아 있음을 직관한다. 그러한 본질은 오랜 수련을 통해서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성취될 수 있음도 직감한다. 칼이 소의 몸이 생긴 그대로 따라가 살이나 뼈를 다침이 없이 고기를 발라내 수천 마리의 소를 잡은 뒤에도 칼날이 방금 숫돌에 간 것과 같았다는 '장자'에 나오는 포정해우(庖丁解牛) 이야기처럼 말이다.


자연스러운 대패질, 무리 없는 톱질은 아트다. 한편 너무나 '평범한' 것이기도 하다. 평범하지 않는 대패질과 톱질은 팔에 무리가 가고, 불협화음이 나며, (톱밥) 모양도 곱지 않게 나온다. 마치 홈런을 칠 때의 손맛은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어찌 보면 밋밋하고 평범한 맛이듯이.
 
평범한 게 자연스럽고
평범한 게 어렵다.

대패질을 하며, 평범함이란 쉽게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평범함이야말로 비범함과 불협화음을 이겨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노자도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다.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법 개정 때부터 빠직빠직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굴러 온 '4년지대계'(그러나 그 4년은 앞으로의 100년을 좌우할 수도 있겠다)가 곧 그 결과를 내게 된다. 이렇게 시끄럽게 온 데다 막판에는 누더기가 돼서 평범하기는 애초에 틀렸지만 일부 언론이 함부로 쓰는 '깜깜이 선거'(는 나쁜 표현이다. 시민은 찾아볼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고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가 돼서는 안되겠다. 그러나 또 이 동네 저 동네에 올라온 명단과 정당을 보면 막연하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용하고 평범하지만 소리 없이 할 일을 해온,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을 그래도 눈 밝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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