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디지털 코로나', '아날로그 코로나'…한국과 일본, 누가 승리할까?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작성 2020.03.30 14:11 수정 2020.03.30 15: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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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 선진국 일본…코로나19 대응은 '아날로그'

최근 도쿄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루 10명 내외의 감염자가 나왔던 도쿄는 2020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직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9일에는 하루 최대 68명이 새로 감염됐습니다. 일본 전체 확진자도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712명을 포함해 2천600명을 넘었습니다. 사망자도 66명이 됐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는 2주 내 감염자가 30배 이상 뛸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습니다. 일본이 코로나19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 올림픽 연기 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일본이 코로나19 검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자명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도쿄에서 필자가 느낀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박물관, 공연장, 미술관 등 공공체육문화시설의 2주 잠정 운영 중단과 스모 등 스포츠 게임의 무관중 경기 진행 또는 개막 연기, 휴원과 휴교 정도였습니다. 식당과 술집, 온천 등 대중들이 많이 이용하는 민간 다중이용시설은 그나마 그런 지침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헛소문에 사재기가 벌어져 화장지 등이 동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벚꽃으로 유명한 우에노공원의 '하나미(花見)'를 못하게 하는 등 도쿄 시민들의 발을 묶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한 일본 시민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의 코로나19 검사체계는 4단계로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먼저 외국을 다녀온 사람이나 확진자와 접촉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37.5도 이상의 열이 4일 이상 지속되고 답답하고 나른한 증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외래전문병원에 가서 먼저 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병원에서 의심 환자를 다시 보건소로 보내고, 보건소에서 검사할 필요성이 있다 판단하면 다시 지역 검사기관에 의뢰해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4단계를 거쳐야 하니 코로나19 검사자와 확진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보건소를 건너뛰고 3단계로 완화되긴 했지만,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어도 사실상 받기가 어렵습니다.

● 한국서 코로나19 검사 직접 받아보니…'디지털 코로나' 강국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날 특별검진대상으로 지정돼 발열 체크 등 검진을 받고 정부가 만든 앱을 깔고 나서야 특별검진 확인을 받고 입국이 가능했습니다. 이후 2주 동안 매일 앱에서 자가검진을 하라는 알람이 뜨면 코로나19 증상에 대해 체크한 뒤 보건당국에 이상 여부를 신고했습니다. 앱을 깔 때는 GPS를 이용한 위치추적에 동의해야 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일본에는 없습니다.

자가격리 관리 앱
일본에서 입국한 지 2주째가 되던 날, 37.5도의 미열이 감지돼 코로나19 검사를 하게 됐습니다. 느끼지 못할 정도의 열감이었고 다른 증상은 없었는데, 잠복기가 길거나 무증상인 경우가 있어서 회사에 보고하고 보건소에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선별진료소에서 간단한 문진을 한 뒤, 코와 목구멍에서 검체를 채취했습니다. 검사하는데 1분이 채 안 걸렸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8~10시간 정도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양성인 경우 즉시 통보해 주고 음성인 경우 이틀 뒤 문자로 해주겠다는 보건소의 지침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음성이라도 즉시 통보를 해줘야 회사나 접촉자에게도 알려줘 격리 조치 등을 해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를 받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양성으로 나올 경우 본의 아니게 방송국 폐쇄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저와 접촉한 동료와 지인들도 자가격리 또는 의심 증상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됩니다. 가족들도 마음을 졸인 채 외출하지 못했고, 저는 죄인처럼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19, 공항, 자가격리
또한 입국 이후의 모든 동선이 공개돼 저의 발길이 머문 공간들도 폐쇄 조치된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습니다. 경찰청과 통신사, 카드사 등이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10분 이내에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확진자의 신상과 동선을 거의 공개하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실시간 확진자 상황과 동선을 스마트폰 알람을 통해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일본이 공개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50% 정도 됩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을 뿐인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죄책감을 느끼며 뜬눈으로 밤을 샌 심적 부담은 의외로 컸습니다.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는 순간, 혐의를 벗어 부담은 덜었지만, 지금까지 코로나 검사를 받은 37만여 명의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양성 확진을 받은 분들은 이런 심적 고통과 부담에 더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걱정과 두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코로나19 검체 키트 밀봉하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 감염병 막을 '디지털 방역' 시스템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국은 코로나19 진단과 차단 방역, 치료에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롤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환자의 동선을 10분 내에 파악하는 첨단 통신 IT기술과 마스크의 수량을 스마트폰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진단키트와 시약의 수출 주문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주한 헝가리 대사가 진단시약을 생산하는 구로의 한 업체에 직접 찾아가 진단키트 수출을 해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참에 검사자와 확진자들의 '빅데이터'를 만들어 '디지털 방역'의 최첨단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언제든 제2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의료기술, 헌신적 자원봉사자, 생필품 사재기를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 등은 선진국이라고 자부해온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질서 잘 지키는 일본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두려움 앞에선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사회경제적 충격을 이겨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미리 예측해 종식 이후 우리나라의 위상이 세계에 우뚝 설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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