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전국의 개엄빠·냥집사를 위한 동물무협이 왔다! 애견무사와 고양이눈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20.03.22 07:34 수정 2020.03.23 09: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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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34 : 전국의 개엄빠·냥집사를 위한 동물무협이 왔다! <애견무사와 고양이눈>

"강호의 악적을 제거하고 대공을 성취하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네게 애견무사라는 별호라도 붙여줄지 모르지. 장담하건대 무림 천년사에 전무후무한 별호가 될 것이다." <애견무사> 중에서

"어딘가에서 고양이 요괴 묘파파가 또 인간을 하나 잡아먹었다는 이야기가 퍼지겠구나. 그러면 뭐 어때."
<고양이 눈> 중에서


코로나 시국에 안녕하신가요. 또 3주가 지났습니다만,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중국과 한국을 넘어 이제 전 세계가 흉흉합니다. 가급적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미덕인 요즘, TV 시청률도 올라가고 넷플릭스 가입자도 늘었다고 하는데요. 북적북적 식구들은 팟캐스트와 책이죠!

꿀꿀할 때면 저를 위로해주는 하루키에 이어 이번엔 최근에 나온 무협소설을 가져왔습니다. 그냥 무협이 아니라 전국의 개엄빠와 냥집사를 위한 동물무협! 개와 고양이가 곳곳에 등장하고 특히 서사의 중심에 서 있는 사상 최초의 동물 무협입니다. 부부 무협작가인 좌백과 진산 작가가 세 편씩 나눠서 쓴 <애견무사와 고양이눈>, 이번 주 북적북적의 선택입니다.

제가 이 두 작가님과 사적인 친분은 없습니다만 꽤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20년 전부터 이 분들의 작품을 읽어왔기 때문일 겁니다. 대도오와 홍엽만리가 90년대 중반에 나온 소설들이니 벌써 그렇게 됐네요. 어쩌다 보니 두 분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가끔 올리는 글들을 보곤 하는데 지금은 주주와 모모라는 이름의 개를 키우고 계시고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오기도 하고 그런 경험들이 작가와 만나면 이런 멋진 소설이 됩니다.


좌백: 반려동물무협을 쓸 생각이야.
진산: 뭐?
좌백: '개와 함께 다니는 무사'라거나 '고양이 협객의 복수'라거나 그런 식으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무협소설을 단편으로 쓴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 이를테면 이런 거야. 뉴스에서 봤는데 브라질에서 있었던 일이라는군. 한 노숙자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서 죽었어. 근데 그 노숙자에게는 같이 노숙하며 기르던 개가 있었거든. 개도 응급실로 따라갔지. 하지만 주인이 죽은 건 모르는 거야. 알려준다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다는 거야. 응급실 앞에서. 사람들이 데려가서 밥도 주고 새집을 마련해줘도 개는 다시 응급실 앞에 와 있다는 거지. 눈물 나지 않소.
진산: 감동적이지만 그게 무협이랑 어떻게 연결돼?
좌백: 그건 말이지…


그렇게 소설로 이어집니다.

"나는 또 절반은 개와 같아서 그건 잘 모르겠네. 내가 아는 건 그가 날 위해 싸워줬다는 것, 그러니 이제는 내가 그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뿐이네. 그가 나를 자신의 개로 여긴 것만큼 나도 그를 나의 주인으로 여겼으니까. 사실은..." -<들개 이빨> 중에서

진산: 공원에 산책 갔다가 길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발견해서 병원에 맡겼는데 오후에 죽었어....
좌백: 저런

무명의 고양이를 위하여.


그리고 소설이 나왔습니다.

"십이는 팔을 뻗어 고양이를 건드려보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죽은 듯 누워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비틀어 올리더니 힘껏 깨물었다. 찌릿하고 하찮은 통증이 꽂혔다. 십이는 팔을 흔들었고, 고양이는 다시 바닥에 머리를 뉘었다. 살아있구나."-<고양이 꼬리> 중에서

진산: 동물무협이라 하면 동물이 주연이거나 말을 하는 내용이어야지.
좌백: 그럼 그렇게 한 번 써볼까?

"이제 안심해도 좋아, 도련님. 내가 지켜줄 테니까."
그러면서 그 사람은 손을 내밀어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 바람에 아이는 흐릿하던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개의 얼굴이었다. 그 사람은 개대가리를 하고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좌백 작가는 오로지 개로, 진산 작가는 죄다 고양이로... 무협을 잘 몰라도 즐길 만합니다. 작품이 순차적으로 나와서 그럴 수 있었을까요. 앞 소설에 등장했던 이가 슬쩍 다음 소설에도 샥 지나가고 그다음 소설에 어물쩡 나와 있는 걸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전국의 개엄빠와 냥집사들, 특히 무협소설의 팬이라면 더더욱 반가워할 만한 소설 여섯 편, '코로나 방콕' 해야 하는 우리들의 벗이 기꺼이 돼 줄 것 같은 종이책이네요.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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