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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컬투쇼가 사랑받는 비결은요 (feat. 전지적 DJ 시점)

개그맨 김태균 | SBS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DJ, 14년째 진행 중.

57초, 58초, 59초 그리고… 오.후.2.시.

매일 오후 2시면 육아와 집안일로 지친 주부, 택배 일로 전국을 누비는 기사,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거래처 다니는 영업사원, 취업 준비하랴 가족들 눈치 보랴 정신없는 백수....다양한 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저는 어김없이 라디오 속으로 들어갑니다.

2006년 5월 1일 오후 2시 첫 방송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14년을, 돌아보면 정말 아득합니다. 처음에는 '잘해봐야 1년? 길어야 2년 정도 하지 않을까?' 했는데 14년을… 와! 대견합니다. 그러고 보니 컬투쇼를 시작한 같은 해에 제 아들 녀석도 태어났네요. 14살,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되니까 아들하고 컬투쇼는 동갑내기 친구죠. ㅎㅎ

왜, 자식 키워보신 부모님들이면 공감하실 거예요. '아니, 얘가 언제 이렇게 컸나? 아장아장 걸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 생각, 해보셨죠? 아이 키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지나가죠. 숨 좀 돌리려고 하면 또 내일이 시작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아이는 훌쩍 자라 있잖아요.

라디오도 그날 방송을 위해서 준비하고 또 생방송에 집중하고 나면 진이 빠집니다. 숨 좀 돌리려고 하면 금세 내일이 오고 또 준비하고 방송하고, 그러다 돌아보니 어느새 14년이 지난 겁니다. 물론 자식 키우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애정을 가지고 꾸준해야 하는 건 비슷합니다.

컬투쇼가 이렇게 꾸준히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이번에 이렇게 인-잇에 글을 써보는 김에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죠, 그것도 아주 전지적 디제이 시점으로 말이죠. ㅎㅎㅎㅎㅎㅎ


인잇 김태균

# 장수 비결 1. 쇼!단!원! (a.k.a 컬투쇼의 핵심)

첫 번째, 방송 진행 중에 청취자들을 '쇼단원'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어요. 그것도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적어도 문자나, 사연 하나라도 보내봐야, 진짜 '쇼단원'이 될 수 있다고 방송 중에 자주 언급하죠. 요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본인의 채널 구독자들의 애칭을 따로 만들어서 방송에서 자주 부르면 구독자들이 소속감이 생겨 채널에 대한 애정과 참여가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방법을 우린 방송을 시작했던 14년 전부터 쓰고 있었다는 거죠. 길을 걷다 보면 자신을 '쇼단원'이라 밝히며 격하게 반겨주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쇼단원이에요. 라디오 잘 듣고 있어요." 이렇게요. 효과가 있다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소속감이 생긴 쇼단원들이 보내준 소중한 사연들이죠. 이것이야말로 컬투쇼의 핵심입니다. 컬투쇼의 일명 '레전드 사연'들은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재제작되어 온라인을 돌아다니며 온 국민들을 웃게 하니까요. 그리고 살짝 숟가락을 얹자면 제가 사연을 좀 맛깔나게 읽기도 하잖아요. (인정? ㅎㅎ)

# 장수 비결 2. 방청객 (a.k.a 부스터 같은 존재)

두 번째, 두시탈출 컬투쇼는 항상 텐션이 업 돼 있죠. 요즘 말로 '저세상 텐션'! 그 이유는 바로 방청객! "라디오 생방송에 방청객을 초대한다? 그것도 낮 2시에? 과연 그 시간에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모든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엔 없는데 컬투쇼에만 있는 차별화 전략, 바로 방청객 초대입니다.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컬투쇼를 보고자 하는 방청객은 해마다 늘어나서 스튜디오를 두 번이나 확장 이전했고, 지금의 SBS 목동사옥 1층에 컬투쇼 전용 스튜디오를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 무려 20만 명 이상의 방청객을 초대해왔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오셨고 심지어 해외에 계시는 유학생과 교민 여러분들은 한국에 다녀가실 때 꼭 하고 싶은 게 컬투쇼 방청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죠.

 
방청객은 진행하는 저를 더 신나게 
달리도록 돕는 부스터 같은 존재랄까?

만약 방청객이 없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 방송을 듣고 있는지, 또 재미를 느끼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실시간으로 받는 문자뿐입니다. 그마저도 제작진들이 문자를 먼저 보고 고른 뒤 제게 전달하면 반응까지 약간의 시간차가 생긴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방청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불과 0.5초 정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전해지게 됩니다. 매일 생방송마다 참여하는 100명 남짓 되는 방청객들은 듣고 있는 청취자들의 대표입니다. 즉, 방청객이 빵빵 터지면 듣는 청취자, '쇼단원'도 박장대소하게 되는 원리죠.

그래서 전 늘 눈앞에 있는 방청객들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두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현장에만 집중하게 할까? 그러다 보니 2시간 동안은 웬만하면 제 자리를 지킵니다. 광고나 노래가 나가는 시간에도 말이죠. 정말 급한 생리적인 현상(?) 말고는.

어느 책에서 '행복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것을 집중해서 즐기는 순간'이란 글을 읽고 정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예컨대 방청객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컬투쇼를 찾아와서 즐기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방송을 즐기면서 서로서로 집중하니 듣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죠. '매일 어떤 방청객들이 또 어떤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찾아올까?' 하는 기대와 설렘은 14년 동안 방송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달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장수 비결 3. 방송국 놈들 (feat. 그놈들의 열정)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제가 방송 중에 제작진들을 '방송국 놈들'이라고 부르거든요. 네, 바로 그놈들의 프로그램을 향한 애정 어린 열정이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후후. 방송국 놈들 이거 보면 좀 감동하겠네요! 지금까지 컬투쇼를 거쳐 간 PD, 작가, 엔지니어들만 해도 50명은 족히 넘을 겁니다. 컬투쇼는 다른 라디오에 비해 신경 쓸 일이 많죠.

매일 오는 방청객들 인솔하고 챙겨야 하고, 쏟아지는 문자와 사연을 일일이 다 읽어보고 잘 선별해야 합니다, 매일 각자 맡은 코너 대본 재밌게 써야 하지요, 그리고 DJ의 갑작스럽고 괴팍한 진행에 순간순간 재치 있게 잘 대처도 해야 하고, 게스트들 섭외부터 스케줄 체크, 심지어 녹음 방송과 생방 사이에 먹는 점심 메뉴 고르기까지. (제가 보기엔 이걸 제일 힘들어하는 거 같음.) 정말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저야 두 시간 진행하고 가면 그만이지만 이 친구들은 방송 시간 전후 몇 시간 동안 준비하고 회의를 한답니다.

어찌 보면 이 친구들이 제철 신선한 재료들로 장 다 봐 놓고 밤새 재료 손질 깔끔하게 다해 놓은 상황에 제가 잠깐 요리조리 해서 쇼단원 상에 올리는 셈이랄까? 우리끼리는 매일 보니까 사실 이런 얘기 하기가 민망한데,

"진짜 고맙고, 고생들 많다. 사실 스텝들이 DJ 닮아 간다고, 이제 니들도 서로 틈만 나면 웃기려고 하는 모습 보기 좋아 ㅋㅋ 계속 달려 보자고."

인잇 김태균

얼마 전에 박미선 누나가 라디오에 스페셜 디제이로 함께 하시다가 제게 "태균아, 이 방송은 라디오 같지 않고 꼭 tv 예능 프로 하는 거 같다야."라고 하시더라고요. 맞습니다. 컬투쇼는 2시간짜리 TV 예능 프로그램을 마치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이겠죠. 생방송을 14년을 해온 베테랑이라고는 하지만 저도 늘 긴장합니다. 티가 잘 안 나서 그렇지. ㅋㅋㅋㅋㅋ 여러분을 즐겁게 하는 행복한 긴장은 언제든지 즐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불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컬투쇼도 방청객 없이 방송한 지가 한 달 반째 넘어가고 있습니다. 많이 허전하고 방청객 여러분들이 그립습니다. 하루빨리 모두가 건강하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날을 기원하며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라디오 클로징 멘트로 글을 맺습니다.

소중한 오늘 하루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충분히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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