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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코로나 공포 팔이' 이대로는 안 된다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오늘도 어김없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가 핸드폰을 울린다. 통화 도중에 이 문자가 오면 통화가 중단되는 불편을 피하려고 꺼두었던 알람을,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다시 켰다는 분들이 많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지방지치단체에서 보내오는 문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평소보다 관련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지며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정보가 우리를 더욱 공포에 빠트리기도 한다. 지난 3월 9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벌어진 코로나 집단 감염 소식에 대다수 시민들은 화들짝 놀랬다. 대구에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서울에 확산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할 시점인 11일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이 라디오 생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했는데 아래는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일부이다.


- 진행자
질본(질병관리본부)에서는 구로구 콜센터의 경우 신천지 신도와의 연관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겠다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있습니까? 서울시는 워낙 신천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계시니까...
 
= 박원순 서울시장
저희들이 조사를 하고 있는데, 서울시에만도 콜센터에 2명 정도의 신천지교 교인들이 있는 것이 확인이 됐습니다.
 
- 진행자
아. 잠깐만요. 구로 콜센터 직원 중에 2명이요?
 
= 박원순 서울시장
네네. 그런데 이제 그 두 사람은 아직 음성으로 드러나 있어서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음성으로 나온 신천지 직원이 2명 있다" 굳이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해당 언론사는 인터뷰가 끝난 뒤 20분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기사화하였는데, 그 제목은 <박원순 "구로 콜센터에 신천지 신도 2명 있다">였다. 출근길에 이 뉴스를 접한 국민들, 특히 서울시민들은 대구에서 발생한 신천지 집단감염을 떠올리며, 더 큰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아직까지 구로콜센터 집단감염과 신천지와의 연관성은 확인된 바 없다.)

인잇 노컷뉴스 박원순 인터뷰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확인되는 여러 정보들은 조사에 참고할 내부정보이기에 이를 외부에 공표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인터뷰 당시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온 신천지 직원이 2명 있다'는 정보를 굳이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터뷰 중 흘러나온 내용이 부정확하고 불필요하였음에도 이를 '제목'으로 삼아 보도한 언론사의 태도는 아쉬움을 넘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표하는 확진자 동선 공개 또한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이유는 문제의 동선과 겹치는 사람 중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CTV 등을 통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되었을 때 동선 공개는 불필요하며, 확진자의 주소 전체나 직장명 등을 공표하여 확진자 개인이 특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별로 동선 공개의 범위와 기준 설정은 제각각 이루어졌고, 그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9일 국가인권위 위원장은 감염환자의 사생활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확진자의 정보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하여 거주지의 세부 주소나 직장명 등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내용의 확진자 동선 공개지침을 마련해 지난 14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고 하는데, 좀 더 일찍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시행했다면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확진자의 동선 공개 관련 일부 언론보도는 가뜩이나 지친 우리의 마음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필자는 지난 13일 토요일 오전에 안산시청이 공개한 4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챙겨봤다. 확진자의 동선이 필자가 있는 사무실 인근이었기 때문이다.

최정규 인잇

이 동선을 확인한 필자를 포함한 안산시민들은 확진자가 매일 특정 노래방에 출입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는데, 확진자가 노래방 주인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 궁금중을 풀 수 있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사들은 확진자가 노래방 주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안산 파랑새노래방 확진자 9일간 매일 몇 시간씩 들러>, <안산 코로나 4번째 확진자 동선보니…원곡동 파랑새 노래방 집중 방문>등 자극적 제목의 기사들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리며 '제목 낚시'에 열을 올렸다.


인잇 최정규 안산 파랑새 노래방 보도

코로나19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춰내고 있다.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감염 당국의 부정확한 정보 노출, 확진자 사생활 침해를 가져온 지방자치단체의 확진자 동선 공개, 코로나19 사태에도 '제목 낚시' 등 자극적 보도에 열을 올리는 일부 언론의 모습 등을 바라보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이런 모습들도 이 땅에서 사라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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