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가능한가?

이것이 도쿄올림픽 ⑬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0.03.16 10:08 수정 2020.03.17 16: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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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가능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2020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에 앞서 "올림픽 경기장에 관중들이 없는 것보다는 가능하다면 1년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무관중 올림픽' 보다는 대회를 1년 연기하는 게 바람직스럽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올림픽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미국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종합 우승이 거의 확실한 스포츠 최강국이고 미국 NBC는 전체 중계권료의 절반 이상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이 없는 올림픽은 생각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년 연기론은 단순한 사견으로 치부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코로나19가 오는 5월까지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미국 선수단을 7월에 도쿄에 보내기 힘들다는 시그널을 보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연기'라는 단어가 나오자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14일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OC와 협력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며 "인구 1만 명 당 감염자 수를 비교하면 일본은 0.06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연기와 관련해 결정권을 갖고 있는 IOC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언에 따르겠다고 밝혀 일본 측을 더욱 긴장시켰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WHO가 취소하라고 권고하면 도쿄올림픽을 취소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그럼 도쿄올림픽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아베 총리 뜻대로 정상 개최가 될까요?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처럼 1년 연기가 될까요?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IOC와 개최국 일본 정부, 그리고 '큰 손'인 미국, 3자의 합의에 따라 그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3자 모두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전면 취소입니다. IOC나 일본 모두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되고 무엇보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온 전 세계 선수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게 됩니다. 올림픽이 사상 처음으로 바이러스로 취소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도 IOC로서는 큰 부담입니다.

그 다음 시나리오는 '무관중 올림픽'입니다. 이 경우 올림픽이 '지구촌 축제'라는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지만 IOC로서는 중계권료와 스폰서 수입을 거의 챙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무관중 올림픽'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남는 시나리오는 오는 10월 이후 연기 또는 내년 7월 연기입니다. 올해 가을 연기의 경우 코로나19 종식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미국과 영국의 프로스포츠 일정과 맞물려 있어 IOC와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 이후 연기는 IOC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마지막 남는 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1년 연기입니다. 도쿄올림픽을 정확히 1년 늦춰 내년 7월 하순에 개막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IOC와 일본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도쿄올림픽을 올해 말까지 치르도록 돼 있는 '개최도시 협약서'를 양자의 합의로 파기하고 새로운 합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1년 연기할 경우 곤란한 점은 이미 예정된 대형 국제 스포츠대회와 일정이 겹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IOC가 행정력을 발휘해 개최국 및 각 경기단체와 협의해 풀어야 합니다. 2021년 7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일본 후쿠오카), 8월 6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미국 오리건주 유진), 비슷한 기간에 열리는 지구촌 대학생들의 축제 2021 하계유니버시아드(중국 쓰촨성 청두)의 일정을 전면 변경해야 하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가장 큰 골칫거리는 일본 정부의 막대한 부담입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도쿄 요지에 5,000세대 이상의 선수촌이 새로 신축됐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하루미 지역에 건설된 이 선수촌의 일부 평형은 한 채에 우리 돈으로 40억 원이나 되는 호화 아파트입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는 9월 이후 일반인에게 판매될 예정인데 선수촌 아파트가 완공된 상태에서 입주를 1년이나 연기할 경우 그 보상 금액과 관리 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또 도쿄조직위가 1년간 더 운영될 경우 그 비용만 수천억 원이 추가되고 이밖에 각종 숙소와 교통편, 관광객 수송 예약도 전면 바뀌면서 큰 차질을 빚게 됩니다. 이런 어려움을 훤히 알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강행' 외에는 뾰족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1년을 연기하면 일본이 최대 피해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추세를 고려하면 WHO가 도쿄올림픽의 7월 정상 개최가 어렵다는 점을 IOC에 권고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정부도 건강을 우려해 자국 선수단을 선뜻 파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 내년 7월로 연기하는 것이 IOC나 미국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차선책'으로 보입니다.

만약 오는 5월 하순쯤 IOC나 미국이 1년 연기를 제안할 경우 일본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단을 내릴 지가 주목됩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는 현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12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근대올림픽이 동-하계를 통틀어 사상 처음으로 홀수 해(2021년)에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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