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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일상이 멈춘 대구' 데이터로 분석했습니다

지하철 승하차 데이터로 본 대구

[사실은] '일상이 멈춘 대구' 데이터로 분석했습니다
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은 대구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인적을 찾기 어려운 거리, 당분간 쉰다는 메모만 가득한 가게들…… SBS 뉴스에서도 현지 분위기를 여러 차례 전해드렸습니다. 어떤 언론은 '유령 도시', '좀비 도시', 심지어 '버려진 도시'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대구의 유동 인구가 정말 줄었는지 확인해달라는, 조금은 추상적인 팩트체크 요청이 '사실은팀'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집회 인구를 측정할 때 자주 쓰이는 '생활인구데이터'를 활용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대구시 생활인구데이터 최신 버전이 지난해 12월이어서 자료 활용이 불가능했습니다.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구시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 겁니다.

결국, 생활인구데이터가 나오기 전, 유동 인구 증감폭을 살펴볼 때 자주 쓰였던 '지하철 승하차 인구'를 기준삼아 살펴봤습니다. 대구 인구는 2월 기준으로 243만 명 정도인데, 승차와 하차 인구를 합치면 하루 지하철 이용객이 80만 명 정도가 됩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생활권'에 있습니다. 그 추이를 분석하면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가 줄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대구 도시철도공사에서 올해 1, 2월 지하철역 승하차 데이터를 받았습니다. 3개 노선, 91개 역 전체 수치입니다. 각 승차역별로 승차 인원, 하차 인원이 하루 단위로 기록돼 있는 자료입니다.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오는 '토요일'을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1월 25일 토요일은 설날 연휴라 '이상치'로 판단,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가 확진된 게 지난달 18일이었는데, 그 전과 그 후의 평균 승하차 인원 변화를 비교했습니다.

<표1> 2월 18일 전후 대구 지하철 승하차 승객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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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드렸듯 대구 지하철의 토요일 평균 승하차 인구의 합은 평균 80만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평균 18만 명이 안됐습니다. 평소보다 77.7%나 줄었습니다. 31번 환자 확진 이전, 지하철을 이용했던 사람이 5명이었다면, 확진 이후에는 한 명 뿐이라는 얘깁니다.

91개 승차역 별로 따로 분석했습니다. 승하차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하철역 다섯 곳입니다.

<표2> 승하차 승객이 대폭 감소한 지하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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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7%가 줄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중앙로역은 87.9%나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습니다. 서문시장역, 대명역, 반월당역, 동대구역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유난히 이동이 줄어든 곳의 특성 분석해보겠습니다. 이들 5개 지하철역을 지도로 그려봤습니다.

<지도> 승객수 많이 줄어든 5개 지하철역
대구 지하철 데이터 분석
(지도CG : 홍성용)

중앙로역과 반월당역은 대구 도심 대표 번화가인 동성로 주변에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동성로를 가려면 중앙로역이나 반월당역에 내려야 합니다. 서문시장역은 서문시장으로 가는 관문입니다. 500년 전통의 서문시장은 대구 경제의 활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라고 합니다. 정치인들이 대구가면 늘 서문시장부터 방문하는 이유입니다. 서문시장이 지난주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아서 서문시장역의 승하차 승객 감소폭도 유독 컸습니다.

세 곳 모두 대구 도심부로 그만큼 사람이 많은 곳입니다. 주말 도심의 감소가 유독 두드러졌다는 건, 대구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은 이후, 사람 많은 곳을 꺼릴 수밖에 없는 대구 주민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듯 합니다.

외지에서 대구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도착하는 KTX의 관문, 동대구역이 5번쨉니다.

주목할 곳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줄어든 대명역입니다. 대명동은 도심부는 아닙니다. 뜻밖이다 싶어서 SBS 영상 아카이브를 검색해보니, 대명역 근처에 논란이 됐던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었습니다.

<사진> 대명역
대구 지하철 데이터 분석

아무래도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대명역을 방문하는 데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방역 활동도 이어졌습니다. 신천지 교인들 역시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어서 승하차 인구에 영향을 미친 걸로 분석됩니다.

정확히 유동 인구가 얼마나 줄었는지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 통계로 유동 인구 감소폭은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감소폭은 80%, 사람이 많은 도심 지역은 90%에 가까웠습니다. 코로나 19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놨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2월 25~28일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대구·경북 주민들의 심리 상태가 많이 안좋았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가 65% (전체 평균 58.1%), '내가 보기에 아주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 76.3%, (전체 평균 67.4%), '내 감정에 상처를 주고 상당한 정도의 울분을 느끼게 한다' 71.2% (전체 평균 60.5%)로 나왔습니다. 코로나19 방역과 더불어, 우리 공동체 '감정 전염'에 대한 방역도 고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대구 주민 여러분, 힘 내십시오.

지금까지 코로나19 팩트체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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