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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본, '도쿄올림픽 취소 또는 연기설'에 바짝 긴장

[취재파일] 일본, '도쿄올림픽 취소 또는 연기설'에 바짝 긴장

바흐 IOC 위원장 발언으로 한숨 돌렸지만…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20.02.28 17:33 수정 2020.02.28 17: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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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이 일본 내에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어제(27일)까지 모든 승객의 하선이 끝났고, 이제 승무원들의 하선이 시작됐지만, 귀가한 승객들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크루즈선과는 관계 없는 국내 발생자가 어느덧 200명을 넘겼습니다. 특히 홋카이도의 경우 최근 확진자가 하루 10명이 넘게 나오고, 중증 고령자가 사망하기까지 하면서 공포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어제(27일) 대책본부 회의에서 주변의 예상을 깨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3월 2일부터 봄방학(일본의 학제는 3월 중순 경 봄방학을 시작하고, 4월에 신학기에 들어갑니다)까지 임시휴교를 요청하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앞으로 1, 2주 동안이 감염 확산과 억제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일본 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모양새입니다.

일본 정부의 '임시 휴교'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요청'입니다. 이 요청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가 현지의 상황을 반영해 휴교를 시행할지, 한다면 언제부터로 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아베 총리가 어제 오후 갑작스럽게 '휴교 요청'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본 각지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여는 등 부산한 모습입니다. 이미 홋카이도와 지바 현 이치가와 시 등은 감염 확산에 따라 자체 휴교에 돌입한 곳도 있지만,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자체 등에서는 정부의 요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만약 휴교에 돌입할 경우 예상되는 보육 문제 등 사회적 영향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저마다 급하게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시급한 문제에 의한 요청이므로 이를 지자체(교육위원회)가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겠지만, 당장 이번 주말이 지나면 정부가 요청한 휴교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결정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마스크를 쓴 일본 도쿄의 지하철 승객들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그리고 도쿄 도(都)를 잔뜩 긴장하게 한 발언이 한 차례 일본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바로 1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예정대로 치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입니다. 캐나다 출신의 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지난 25일(현지시간)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도쿄 올림픽 중지도 검토할 수 있다"며, 이를 포함해 개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한은 5월 말까지로 보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그러면서 "준비 기간이 짧으므로 다른 도시로 개최지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 (올림픽을) 몇 개월 연기하는 것은 중계권을 가진 북미의 방송국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도 함께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말 그대로 '깜짝' 놀랐습니다. 26일 열린 국회(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의 올림픽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하시모토 올림픽 담당상은 "(딕 파운드 위원의 발언은) IOC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고, 개최도시 도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도 "위원 개인의 견해일 뿐이다. IOC의 담당자로부터는 잘 준비하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그렇잖아도 코로나19 대응에 정신을 쏟고 있는 판국에 올림픽 개최 여부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주요 언론들도 딕 파운드 IOC 위원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그가 IOC 내부에서 갖는 위상으로 볼 때 발언이 '실현'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일본 내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석은 이런 내용입니다.

딕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의 '비즈니스화(化)'에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이력이 있다. 1978년에 IOC 위원이 된 이후 사마란치 전 위원장과 발맞춰 IOC 마케팅 위원장을 역임했다. IOC 위원 가운데 최고참 축에 들어 각국 위원들과의 안면도 있다. 특히 그가 열심히 추진한 것이, 미국의 거대 TV 방송국에 중계권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시점에 도쿄 올림픽의 개최에 먹구름을 불러오는 발언을 한 것은 '코로나19 봉쇄에 실패해서 올림픽이 중지된다면 중계권료를 내지 않겠다'는 미국 미디어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다.


익명의 '스포츠 전문 기자'를 인용한 분석이지만, 올림픽이 거대한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메인스타디움 전경다른 분석은 좀 더 IOC의 내부 사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다니구치 겐타로 씨의 발언으로, '일간 현대'가 전한 내용입니다.

딕 파운드 위원은 세계의 IOC 위원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지금 바흐 위원장 체제에서는 다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가 확산하는 시점에서 올림픽에 뭔가 '경계'의 의미를 담은 발언을 함으로써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본인의 발언이 IOC 내부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딕 파운드 IOC 위원의 발언 이면에 숨어있는 의도는 본인이 아니면 정확하게 알기 어렵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발언이 일본 정부에게 코로나19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명령'으로 작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이 발언 이후 (공교롭게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급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런 가운데 IOC의 수장인 바흐 위원장이 개최국 일본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일본 언론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7월 24일 개막식을 확신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딕 파운드 위원의 발언에 대해 "억측의 불길에 기름을 붓지 않겠다"며 연기 가능성도 일축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바흐 위원장의 발언을 비중있게 전하면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여론 진화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더해, '도쿄 올림픽이 환상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자숙·자제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는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현재로서 '도쿄 올림픽 중지·연기론'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일단 봉합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 전제에는 일본이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과제가 깔려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의심 환자의 병원 검진 기준을 일반인의 경우 '4일 이상 37.5도 이상 발열, 기침이 계속되는 경우'로 다소 높게 잡고, 경증 환자의 경우 '자택 대기'를 통해 사실상 '스스로 이겨내라'로 해석되는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미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확진자 숫자를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조치가 다분히 올림픽을 의식한 것이라는 '의심'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사회적 에너지가 투입된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전에 일본 국민은 물론 올림픽 참가자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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