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앞 유독가스 뒤덮였지만 3명은 구겨진 차 뜯고 아이 구해

유영규 기자 ykyou@sbs.co.kr

작성 2020.02.20 16: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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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 2터널 사고 내부 현장

"찌그러진 차 문을 뜯고 아이를 꺼내어 사력을 다해 뛰었습니다.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당연히 그래야지요."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 2터널 다중추돌 사고에서 인명을 구조한 화물차 기사 이종태(44) 씨는 오늘(20일) 사고 당시와 구조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습니다.

지난 17일 낮 사매 2터널에서 발생한 다중추돌 사고로 불길이 치솟았고, 그 뒤로도 터널 앞에서 차량 수십 대가 추돌해 뒤엉켰습니다.

이 씨가 운전한 코일을 실은 25t 트럭도 이 중 1대였습니다.

그는 다행히 터널 속 사고를 인지해 차를 세웠지만 뒤따르던 5t 윙바디 트럭이 승용차 2대와 이 씨의 차를 덮쳤습니다.

이 씨는 차를 세운 직후 바로 내려 가까스로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터널 안과 밖이 이미 아수라장이 됐던 그때 이 씨는 대형 화물 트럭이 미끄러지면서 터널 바로 앞 1, 2차로 사이의 승용차를 덮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사방이 찌그러진 승용차 조수석에서 겨우 내린 여성은 울면서 주변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아직 구급차가 도착하지도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씨는 주저하지 않고 승용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차에서 내린 여성은 "뒷좌석에 있는 우리 아이 좀 구해달라"며 애원했다고 합니다.

주변에 있던 장정 2명이 더 달라붙었습니다.

이 씨를 포함한 3명은 온 힘을 다해 맨손으로 찌그러진 문짝을 뜯어냈습니다.

뒷좌석에 있는 아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힘을 썼다고 이 씨는 전했습니다.

10살쯤 되는 아이를 다 함께 차에서 꺼냈을 무렵 이 씨는 매캐한 검은 연기를 조금 들이마셔 정신이 순간 몽롱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터널 안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탱크로리에서 나온 질산 등이 포함된 유독가스였습니다.

사고 승용차가 터널과 지근거리에 있어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정신을 차린 이 씨는 이 아이를 업고 터널 반대 방향으로 힘껏 뛰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지점에 멈춰선 그는 10∼15분 정도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가 부모에게 인계했고, 아이는 부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이 씨는 사고를 당한 다른 승용차에서 빠져나온 이들을 가드레일 밖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기도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씨는 슬리퍼 한짝만 신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인적사항을 적어주고 사고 현장으로 온 회사 차를 이용해 귀가했습니다.

이 씨는 "아이가 찌그러진 차 안에 있다는데 그냥 지나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내가 (사고를) 당해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텐데…"라고 겸손해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를 구조할 때 옆에서 함께 한 분들도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많은 생명을 앗아간 대형 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불탄 차량을 터널 밖으로 빼는 등 현장을 정리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17일 낮 12시 20분을 넘겨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상행선 남원 사매 2터널에서 일부 차량이 추돌한 데 이어 24t 탱크로리와 트레일러, 화물차량 등 30여 대가 잇따라 부딪혔습니다.

질산 1만8천 ℓ를 실은 탱크로리 차량에 불이 붙으면서 검은 유독가스가 배출돼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명, 부상자는 43명으로 최종 집계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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