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충격과 공포를 넘어…'코로나 바이러스'를 생각한다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20.02.16 11:42 수정 2020.02.18 11: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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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현미경 촬영 사진 (자료 : NIAID')저는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수의사입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방송기자로 살고 있습니다만….) 대학원에서는 동물이 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연구하는 '병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가령 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떤 장기가 어떻게 공격받고, 또 어떤 과정을 거치며 치유 혹은 죽어 가는지 등을 따져보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쨌든 그런 학문을 전공해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도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며 연구논문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저는 이번 기사가 어렵고 또 조심스럽습니다. 바이러스 세계는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며, 또한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짧은 지식과 필력으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 앞섭니다.

● 오랜 시간, 우리 주변에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서론이 길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번에도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지난 2002년 사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더 강력해진 '코로나19'로 돌아왔습니다. (※ 'CORONA'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왕관'이란 뜻인데,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실제로 공 모양에 돌기가 튀어나와, 왕관처럼 생겼습니다.) 이 코로나바이러스, 사실 알고 보면 낯설지 않은 존재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었습니다. 주로 코, 인·후두 등 사람 상부 호흡기에 감염해 바이러스성 감기를 유발해왔습니다(1).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왕관' 모양 코로나바이러스 (자료 : 미국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그런데 사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보다 동물을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바이러스학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이 동물, 저 동물 때리고 다니다 보니, 지나가는 길에 사람이 보여 겸사겸사(?) 때리고 간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게 빈번하게 감염하는데, 여기에는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도 포함됩니다. 개에게는 소화기로 가서 장염을, 고양이에게 전염성 복막염이라는 질병도 일으킵니다. 특히 고양이의 전염성 복막염(FIP)은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높아집니다. 이밖에 소와 돼지, 닭과 같은 조류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주변에 오랜 시간, 널리 존재해왔습니다(2).

● 돌연변이, 더 강력해진 바이러스를 탄생시키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하는 '대상' 동물은 참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결론적으로, 고양이 전염성복막염 등을 제외하면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여기저기 말썽을 부리며 다니는 '동네 불량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랬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느 날 새로운, 강력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가시적인 시작은 2002년이었습니다. '사스(SARS)' 공포가 우리를 덮친 것이었습니다. 동네 불량배 수준이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조직폭력배' 수준으로 난폭해진 것입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큰 피해를 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국제 마피아'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강력해진'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를 공포와 충격으로 몰고 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습니다. 2012년부터 '메르스'가 중동에서 돌기 시작하더니 2015년에는 결국 우리나라까지 강타했고, 이번에 '코로나19'가' 다시 우리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강력하고 난폭해진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돌연변이' 때문입니다(3). 유전자 염기서열이 바뀌면서, 기존에 없던 새롭고 더 강력해진 종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2002년 사스 바이러스가 변형된, 사촌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4).

● '한 줄' RNA 바이러스, 돌연변이 가능성 ↑

사실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바이러스는 대개 병원성이 약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예외'들입니다. 돌연변이 가운데 1~2%는 오히려 병원성이 더 강해지는 것입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가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돌연변이'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원래 그런 '자연의 이치'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공장이라도 불량품은 나옵니다.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반도체 공정에서도 오류는 일어납니다. 이처럼 오류가 일어나는 것은 사람도, 동물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를 복제하고 늘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오류'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스는 바이러스 가운데서도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축에 들어갑니다. 돌연변이가 많이 생길수록, 병원성이 강해지는 바이러스들도 확률적으로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왜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날까요? 각론적으로 보면 매우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지만, 간단하게 2개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1) 코로나바이러스는 한 가닥으로 된 'RNA 바이러스'이다.
2) 한 가닥은 쉽게 꼬인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DNA는 '이중나선(Double-Helix)'으로 돼 있습니다. '이중나선' 즉, 유전자 정보가 담긴 두 줄이 서로 '엇갈려 꼬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풀어져 유전자가 엉키지 않습니다. 이는 '돌연변이가 상대적으로 잘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반면, RNA는 한 줄로 돼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꼬이거나 뒤틀어지기도 쉽습니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더 불안정합니다.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쉽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결론적으로 한 줄로 된 'RNA 바이러스'이기에, 코로나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것입니다(5).

거기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형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종이나 됩니다(6). 그래서 다양한 동물에 침투할 수 있습니다. 동물 몸 안으로 들어와서 공격하는 장기도 호흡기, 소화기 등 다양합니다. 원래 종류가 많은데다, 변종까지 잘 생기니, 그래서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우리에게 새롭고 강력해진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현미경 촬영 사진 (자료 : NIAID')● 홀로 생존할 수 없는 바이러스…숙주를 노리다

앞서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인류를 향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는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작품을 통해 답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묻습니다. '바이러스는 무엇으로 사는가?' 바이러스는 바로 '생명체를 등쳐먹고' 살아갑니다. '등쳐먹는다.'라는 표현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숙주라고 불리는 생명체가 몸 안에서 부지런히 공장을 돌리면(신진대사), 바이러스는 얌체처럼 그 공정에 자기 유전자를 몰래 쓱 끼워 넣어 증식해나갑니다. 숙주는 그것도 모르고 몸 안에서 계속 공장을 돌리고, 바이러스는 점점 더 늘어만 갑니다. 그러다가 늘어난 바이러스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침범한 그 숙주를 아프게 합니다. 의학적으로 '임상증상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 임상증상의 첫 번째는 '발열'입니다. 열이 나는 것입니다. 우리 몸 안에 있는 면역물질은 조금 높은 온도에서 잘 싸웁니다. 그래서 적군 즉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인지하면, 숙주는 체온을 올려 아군(면역물질)들이 잘 싸울 수 있게 돕습니다. 공항 등에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발열 검사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적군인 바이러스가 몸 안에 들어왔지만 아군(면역물질) 등으로 충분히 증식하지 못했을 때, 이럴 때를 '잠복기'라고 합니다. 이때는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사람은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조차 모를 때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코로나19는 이 같은 잠복기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와서 관련 검증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 사람 감염 중간 숙주는?

그렇다면 이 '변화무쌍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이 친구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쯤 얘기하면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괜스레 머리를 긁적거리게 되는 동물이 한 종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박쥐'입니다(7). 코로나바이러스가 멸종하지 않고 실로 오랜 시간 생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동물이 바로 '박쥐'입니다. 실제로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증도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8).

그럼 사람이 박쥐를 직접 먹어서 박쥐에게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들어온 것일까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약 박쥐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직접 사람에게 넘어온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박쥐와 사람 사이에 다른 매개체(중간숙주)는 있다는 가설이 성립됩니다.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에게 갔고, 거기서 앞서 설명 드린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람에게까지 넘어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가령, 박쥐→뱀→사람 이렇게 말이죠(9). 혹은 박쥐→천산갑→사람 이런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넘어왔을 수도 있습니다(10). 마치 사스는 박쥐→사향고양이→사람, 메르스는 박쥐→낙타→사람 이렇게 넘어온 것처럼 말입니다(11), (12).

이에 대해 바이러스학자들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우선 뱀은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라는 점에서, 천산갑은 해당 연구에 대한 설명과 입증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바이러스학·수의학박사)도 "'코흐 법칙'이란 것에 따라, 원인체인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해냈으면, 그것을 다시 뱀이나 천산갑에 감염시켜 그 질병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재감염 과정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현재 상황에서 사스나 메르스처럼 중간숙주를 단정하기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학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으니 이번 코로나19의 중간숙주가 무엇인지도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 반려동물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사실, 뱀과 천산갑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동물들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야생동물을 사고팔거나 직접 섭취하는 나라도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그것이 일반적인 사례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은 어떨까요? '박쥐→반려동물→사람' 이런 감염 사이클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가지 형으로 나뉩니다. 개(장염)와 고양이(전염성 복막염)가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형에 속합니다. 반면, 사스와 메르스, 사스의 사촌지간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베타형으로 알려졌습니다(13). 사람도 아시아인,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있듯이 같은 바이러스라도 세부 종이 제각기 다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까지는 연구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넘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그럼 왜 감염이 어려울까요?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인 거 같습니다. 감염의 또 다른 이름은 '만남'이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사가 그렇듯, 이 만남이란 것이 참 어렵습니다. 성별, 나이, 직업, 출신지, 학력 수준, 관심사, 기호, 직장 내 직급과 역할 등이 제각각이기에 "우리는 참 잘 맞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입니다. 시쳇말로 '케미'가 잘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확률적으로 참 아슬아슬합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만남이 어려운 것은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케미'가 잘 맞는 동물(숙주)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만약, 바이러스와 동물의 만남이 쉬웠다면, 오늘까지 살아남은 생명체가 많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걸음만 들어가서 보겠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 경우, 'human dipeptidyl peptidase 4(hDPP4, CD26)'라고 부르는 세포 표면 수용체가 있어야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에 감염할 수 있습니다(14). 바이러스가 내민 손을 숙주가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DPP4'와 아미노산 서열이 같거나 유사한 동물로는 '히말라야 원숭이'로 불리는 레서스원숭이(Rhesus macaque), 마모셋원숭이(marmoset), 낙타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15), (16). 즉, 이들 동물은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가 내민 손을 잡아줬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은 사람도 세포에 이런 수용체가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메르스 바이러스 등은 쥐(Mouse)와 햄스터, 페럿(Ferret) 등에는 감염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17), (18). 바이러스를 이 동물들에게 주입해도, 세포에서 받아주는 수용체가 없기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과 소, 염소, 물소, 야생조류도 동물실험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최근 연구 등을 고려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직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도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바이러스가 살던 고향, 박쥐

돌고 돌아, 코로나바이러스는 결국 박쥐로 귀결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박쥐'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박쥐에는 미안한 얘기이지만,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바이러스에게 '대모(大母)'와 같은 존재입니다.

2013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웹(Colleen Webb) 교수 연구팀은 박쥐에 감염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19). 박쥐는 모두 137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특히 이 가운데는 사람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도 61종이나 포함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에게 전염병을 쉽게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쥐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실제로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인수공통전염병 상당 부분이 박쥐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왔습니다.

우리나라라고 다를 리 없습니다.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에서도 사스, 메르스와 유전자가 최대 89%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혜권·정대균 박사, 고려대 송대섭 교수, 한국동굴생물연구소 공동연구팀이 박쥐 서식지 49곳에서 박쥐 분변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소화기 또는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등이 검출된 것입니다(20). 박쥐는 종이 워낙 다양해 전체 포유류 전체 종의 1/5가량을 차지합니다. 그렇다 보니, 각 종이 보유하는 바이러스를 더하면 박쥐에 감염하는 바이러스 종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21).

이렇게 말하면, 마치 박쥐가 모든 문제의 원흉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쥐는 사실 '세상 억울' 합니다. "거친 환경에도 군소리 없이,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한테 '연쇄살인범'이란 주홍글씨를 새기다니, 이것이 바로 인생무상인가" 싶을 것입니다. 거기에 어두컴컴한 동굴에 서식하며 밤에만 활동하고, 심지어 피까지 빨아먹는 종도 있어 '흡혈박쥐', '드라큘라' 등 온갖 나쁜 이미지까지도 다 더해졌습니다. 5천만 년이나 생존해온 박쥐 입장에서 보면, 고작 300만~500만 년 전 처음 태어나 새파랗게 어린(?) 인간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을 거 같습니다(22).

(※ 참고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에덴의 용'에서 우주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150억 년에 이르는 우주 시간을 1년으로 보면, 태양계는 9월 9일에, 지구는 9월 14일에 탄생했다. 인류는 12월 31일 밤 10시 30분쯤 등장해, 11시 59분에서야 동굴에 벽화를 그린다. 고대문명에서 현대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 미만. 이 세계는 엄청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

결론적으로, 박쥐는 죄가 없습니다. 이 5천만 년이란 긴 세월 거치며 1,000여 종으로 분화했는데 이 가운데 피를 빨아먹는 종은 고작 3종에 불과합니다(23). 그 가운데서도 1종만 포유류만 공격하고 나머지 2종은 조류의 피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마저도 이런 흡혈박쥐들은 남미 열대지방에만 국한돼 소수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박쥐에게 "너 그거 몰랐지? 사실 드라큘라 백작의 모태가 너야!"라고 말한다면, 박쥐는 시쳇말로 "멍미"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반대로, 박쥐는 사람에게 이로운 동물입니다. 주식이 피가 아닌 곤충이기 때문입니다(24). 먹성도 좋아 몇 시간이면 모기와 나방 수백 마리를 먹어치울 수 있습니다. 작물을 해치는 해충들도 박쥐가 즐겨먹는 주식입니다. 박쥐는 이처럼 사람 피를 빨아먹고 질병까지 옮기는 모기를 없애주는, 해충들까지 먹어치우는 고맙고 또 고마운 존재입니다. 미워만 보이는 박쥐이지만, 알고 보면 참 고맙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 문제의 시작, 박쥐가 아닌 '우리 인간'

이처럼 박쥐는 5천만 년을 살아오며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그 긴 세월을 무탈하게 잘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박쥐 안에 있는 바이러스를 모두 죽이는 것은 박쥐를 전멸시키지 않는 이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박쥐가 가진 바이러스가 왜 우리 인간에게 넘어왔을까요? 동물에서 잘 살던 박쥐가 어느 날 갑자기 영화에 나오는 '배트맨'처럼 도심으로 날아들어 사람들을 감염시킨 것일까요?

조용히 자기들 방식으로 잘 살고 있던 박쥐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으로 쳐들어가고, 그런 파괴와 기후환경 변화 속에 박쥐가 살 수 있는 터전은 파괴됐습니다. 동물과 숲 속에서 과일, 곤충을 먹고 살던 박쥐는 서식지를 잃었고, 사람의 생활터전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동시에, 야생동물을 적절한 과정 없이 마구잡이 섭취하는 것 또한 우리가 저지른 업(業, Karma)입니다(25).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설파한 것처럼 "우월한 문화도 열등한 문화도 없다."라는 관점에서 특정 국가의 문화를 비판할 마음은 없지만, 적어도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박쥐를 포함한 야생동물을 비위생적으로 사고팔고 섭취까지 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헛웃음을 자아내는 일입니다.

설사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박쥐를 식용으로 먹는 것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탕이든 구이든 조리과정에서 충분히 가열했다면 고온에서 사멸하는 바이러스 특성상 인체 감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대규모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것은 박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무엇인가 특정한 행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이는 대목입니다.

● 사람과 동물, 그리고 생태계 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노력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에게 치명적인 급성 설사증후군 유발, 네이처_2018.4.1년여 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 논문 한 편이 출판됐습니다(26). 논문 제목은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에게 치명적인 급성 설사증후군 유발'이었습니다. 이 논문이 나온 뒤 바이러스학자들은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박쥐→박쥐로 넘어가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돼지로 감염됐다는 것을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는 돼지에게 넘어가서는 호흡기가 아닌 소화기를 공격해, 치사율이 높은 설사를 유발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지옥의 문'이 열렸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변형된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 다음으로 공격할 대상은 바로 우리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31년, 보험사에 근무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저서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을 통해 흥미로운 주장을 폅니다(27). 수많은 사고 통계를 분석해보니 '1:29:300'의 비율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하인리히 법칙'입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가 돼지에게 가서 치명적인 설사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는 큰 사고를 미리 알리는 경고음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이런 경고음은 이번 코로나19에 앞서 수많은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고음을 우리는 왜 못 들었을까요? 세상을 우리 '인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놓고 보면, 사람도 그저 수많은 동물 가운데 그저 1종일뿐입니다. 우리의 과욕이 부른 생태계 파괴와 공장식 사육은 우리가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전염병을 불러들였습니다(28). 에이즈,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 어쩌면 우리가 만든 비극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원헬스-One Health(하나의 건강)'이란 개념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29), (30). '원헬스-One Health'는 사람과 동물, 생태계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으로, 인류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람, 동물, 생태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도 어쩌면 거대한 생태계가 우리 인간을 향해 던지는 사이렌이자 더 큰 재앙을 앞둔 '비극의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경고 메시지를,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깊이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참고문헌 *
1. Chilvers, M. A., McKean, M., Rutman, A., Myint, B. S., Silverman, M., & O'Callaghan, C. (2001). The effects of coronavirus on human nasal ciliated respiratory epithelium. European Respiratory Journal, 18(6), 965-970.

2. Saif, L. J. (2004). Animal coronaviruses: what can they teach us about the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Revue scientifique et technique-Office international des épizooties, 23(2), 643-660.

3. Lu, G., Wang, Q., & Gao, G. F. (2015). Bat-to-human: spike features determining 'host jump'of coronaviruses SARS-CoV, MERS-CoV, and beyond. Trends in microbiology, 23(8), 468-478.

4. Wan, Y., Shang, J., Graham, R., Baric, R. S., & Li, F. (2020). Receptor recognition by novel coronavirus from Wuhan: An analysis based on decade-long structural studies of SARS. Journal of Virology.

5. Domingo, E. J. J. H., & Holland, J. J. (1997). RNA virus mutations and fitness for survival. Annual review of microbiology, 51(1), 151-178.

6. de Groot, Raoul J., et al. "Commentary: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MERS-CoV): announcement of the Coronavirus Study Group." Journal of virology 87.14 (2013): 7790-7792.

7. Li, Wendong, et al. "Bats are natural reservoirs of SARS-like coronaviruses." Science 310.5748 (2005): 676-679.

8. Zhou, P., Yang, X. L., Wang, X. G., Hu, B., Zhang, L., Zhang, W., ... & Chen, H. D. (2020). A pneumonia outbreak associated with a new coronavirus of probable bat origin. Nature,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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