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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도는 일본 땅…손기정 금메달은 일본 것"

[취재파일] "독도는 일본 땅…손기정 금메달은 일본 것"

이것이 도쿄올림픽 ②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20.02.05 09:24 수정 2020.02.25 17: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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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취재파일용2020년 도쿄올림픽 사전 기획 취재를 위해 저는 지난해 연말 도쿄와 인근 도시들을 방문했습니다. 1조 7천억 원을 투입해 새로 지은 주경기장을 취재하던 중 바로 길 건너편에 일본올림픽박물관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곳은 일본의 근대 체육사와 올림픽 역사는 물론 올림픽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각종 기념물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권종오 취재파일용저는 일본올림픽박물관에서 100여 명의 관람객들과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매우 낯익은 사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고 손기정 선생이 월계관을 쓰고 시상대에 선 바로 그 사진이었습니다. 손기정 선생은 다른 종목의 역대 일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전시돼 있었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하단에는 '손기정(孫基禎) 1936년 베를린대회 육상경기 남자 마라톤'이란 설명이 일본어로 붙어 있었습니다.

잘 알다시피 손기정 선생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KITEI SON'이란 일본 이름으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일본 선수단의 일원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도 'KITEI SON'이란 이름으로 일본 선수였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측의 끈질긴 요구를 받은 IOC는 "그의 원래 이름이 'Sohn Kee-chung'이었고 당시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으며, 동아일보는 손기정의 유니폼에 있던 일장기를 말소했고, 이후 손기정은 한국의 영웅이 됐다"는 내용을 아랫부분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올림픽박물관에는 이런 설명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박물관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에게 "손기정 선생이 원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단 한 명도 '예'라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올림픽박물관은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운영합니다.

JOC가 손기정 선생을 일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인정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합니다. 어찌 됐든 일장기를 달고 일본 선수단으로 출전했기 때문입니다. 손기정의 금메달은 '객관적으로 일본의 금메달'이라는 게 일본 측의 공식 입장입니다. 우리로서는 손기정 선생이 일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애써 드러내지 않는 것은 유감이지만 '일본의 금메달'이라는 주장을 전면 부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일본올림픽박물관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방문했습니다. 다카야 마사 조직위 대변인에게 도쿄올림픽과 관련한 여러 현안에 대해 질문하다가 조직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독도 표기'에 대해 묻게 됐습니다. 지금도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성화 봉송 경로를 보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분명히 표시하고 있습니다.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사이트의 성화 봉송 경로 지도에 표시된 독도(붉은색 원) (사진=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사이트 캡처)지난해 7월부터 '독도 표기'가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자 대한민국 외교부와 대한체육회는 일본 정부와 도쿄조직위에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도쿄조직위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를 지금이라도 삭제할 뜻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다카야 마사 대변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지도는 객관적 사실을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삭제할 뜻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쉽게 말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다카야 마사 대변인은 '독도가 객관적으로 일본 땅'이란 말만 주장했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습니다. 도쿄조직위 대변인은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직위가 아닙니다. 따라서 다카야 마사 대변인의 이 말은 도교조직위 전체, 나아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도쿄조직위는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기구의 조사 결과, 2013년 이후 오염 수치가 기준치 이상인 것은 하나도 없다"며 강변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객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그대로 믿기가 어렵습니다. 일본인 의학자와 병리학자 8명이 2018년 국제학술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7년 후쿠시마현 니혼마츠시에서 측정된 버섯 가운데 무려 40.7%가 발암물질인 세슘 137의 기준치 100베크렐을 초과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고 전문가들이 국제학술지에 일부러 자국에게 불리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리는 만무합니다.

비록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올림픽의 이상은 여전히 세계 평화 추구입니다. 다른 나라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개최국으로서 낙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은 '독도 표기', '욱일기 문제',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 등 각종 현안에서 아집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순수해야 할 올림픽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1936년 나치 정권하의 베를린 올림픽과 별로 다를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도쿄올림픽]
▶ [취재파일] 도쿄올림픽, 바이러스로 취소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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