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경찰 곤란하면 자백 안 해"…진실 풀어낸 한마디는

홍영재 기자 yj@sbs.co.kr

작성 2019.12.29 20:33 수정 2019.12.30 02: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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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가 범죄자들 심리를 분석하는 경찰청 프로파일러들과 줄다리기 끝에 자기가 벌였던 짓들을 자백했던 순간을 담은 검찰 조서가 오늘(29일) 공개됐습니다. 특히 논란의 8차 사건을 놓고 경찰이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잡아넣었지 않느냐, 그러니까 곤란하다면 입을 다물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프로파일러가 한 대답 한마디에 30년 넘게 묻혔던 진실이 풀렸습니다.

어떤 말이었는지 홍영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이춘재가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일주일이 지난 9월 26일 경찰청 프로파일러들과 이춘재가 부산교도소에서 대면했습니다.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며 심리 싸움을 벌이던 이춘재가 갑자기 프로파일러에게 A4 용지를 달라고 하더니, 숫자들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 화성 연쇄살인 10건뿐만 아니라 4건의 다른 살인 사건을 처음 자백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춘재는 추가 살인을 자백하면서 모방범죄로 윤 모 씨가 이미 검거된 8차 사건을 놓고는 경찰에 은밀한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8차 사건을 자신의 범행으로 자백하면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찰이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며 곤란하다면 자신이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춘재를 조사하던 공은경 프로파일러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춘재에게 모든 범행을 털어놓을 것을 권유했고, 이춘재는 이를 따랐습니다.

8차 사건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최근 이춘재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첫 자백 당시 상황을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조직 안위보다는 진실을 밝히겠다는 프로파일러의 결단이 이춘재의 자백을 이끌어냈다며, 화성 사건 국과수 감정을 놓고 펼쳐진 경찰과 검찰의 대립을 보고 조서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준영/윤 씨 변호인 : 이 원칙 때문에 이춘재 자백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 것 같고. (윗선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하다 보니까 국과수 감정서 대립도 그래서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박 변호사는 재심을 준비하며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화성 사건 관련 추가 사실을 더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CG : 김민영·최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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