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용) 제가 신발을 선물했던 그분은 날씨가 춥든 덥든, 연습 경기도 보러 오시고 지금도 한 번도 빠짐없이 홈경기에 오세요. 휠체어를 끌고 항상 오시는데 진짜 진짜 힘이 돼요. 제가 막 아프고 힘들 때도 항상 저희 벤치 반대편 뒤쪽에 앉아 계시는 그분을 보고 있으면 제 몸이 아프던 것도 아프지 않고 뭔가 더 힘이 나요. 그분의 대리 만족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 때도 있고, 그런 분이 있어서 제가 힘이 나고 동기 부여가 크게 되죠. 이제는 항상 경기 끝나면 제가 (그분을) 찾아가죠. 항상 버스 옆에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항상 그분을 먼저 찾아가서 인사드리곤 해요. 그분 말고도 SK에 팬 분들이 진짜 많은데, 유독 저희 벤치 뒤에 항상 앉는 아기도 있어요. 아기가 매일 와요. 어웨이(원정 경기)든 홈경기든 어머님 아버님이랑 항상 같이 오는데, 맨날 제 유니폼 입고 '뽀로로 보다 최준용' 이런 피켓 들고.. 근데 그런 것 보면 진짜 힘이 나요. 저 아기들이 지금 다른 거, 더 재밌는 거 할 나이에 제 농구 보면서 저 응원하고 다니는 거 보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저렇게 응원해 주니까 제가 더 힘내서 더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팬에 대한 마음이 진짜 큰 것 같은데.. 최준용에게 '팬은 어떤 존재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요?
최준용) 팬이란 최준용이다! 팬 분들은 (저를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제가 잘했으면 좋겠고, 멋있었으면 좋겠고.. 저로 인해서 대리 만족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 내가 좀 더 멋있고 더 잘하는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TV에서 본 게 있어요. "네가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남을 더 많이 벌게 해 줘라"라고 어떤 할머니가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농구로 인해 받은 모든 것들을 다시 팬 분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고 강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쟤 오버하는 것 아니야? 팬들이 뭐라고 저렇게 까지 하냐?' 하는 소리도 많이 듣는데, 그래도 뭐 제가 좋으니까 (하는 거예요.)
(팬들에게는) 항상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이 진짜..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진짜 감사하고요. 제가 재미있는 모습, 팬들이 경기장 오셔서 지루하지 않고 저만 보면 웃을 수 있고,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선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많이 노력해야죠.
또,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저한테 스스럼없이 좀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사진 찍어달라고 오시다가도 고민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사진 찍는) 그런 거 다 괜찮아요. 뒤에서 저 뒤통수 한 대 때려도 되니까 스스럼없이 저한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Q) 이 얘기가 방송으로 나갔다가 뒤통수 때리는 분 많으면 어쩌죠?) 상관없어요. 근데 뭐.. 설마 그러시는 분들은 없겠죠? 그만큼 좀 많이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준용) 이번에 기사 난 거 보니까 진짜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진짜 (팬을 지나치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거 보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사진 보는데..
뼈 있는 농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최준용) (다른 구단에서) 하이파이브 아무도 안 해주면 SK로 오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제가 10번 쳐드릴게요. 아무도 안 해주면 저한테 오세요. (Q) 응원하는 구단 안 가리고 모든 팬에게 해드리는 거예요?) 무조건 다 해드리죠.
팬에 대해 사랑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화제를 돌려 프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중고참이 되어가는 그에게 후배부터 문경은 감독까지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습니다.
최준용) 제 멘토가 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하시는 분인데, 그분이 하는 말이 '후배한테 인정받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좀 새겨듣고 후배들한테 잘하려고 하고 후배들을 좀 많이 챙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Q) 2년 전에는 사비를 들여서 연세대 후배인 안영준, 허훈 등에게 스킬 트레이닝을 해줬다고 들었어요.
최준용) 제 멘토 형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후배들한테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얼마 안 돼서 그런 걸 했었어요. 또 멘토 형이 얘기해 줬어요. '후배한테 연락했을 때 연락을 안 받아도 또 (연락)하고, 자존심을 버리고 더 잘해줄 수 있는 선배가 진정한 선배'라고. 계속 잘해주다 보면 언젠가는 저를 찾겠죠.
Q) 가끔은 코트 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최준용) 그렇죠. 실수할 때도 있죠. (팬들 때문에) 너무 업(UP) 돼서..
Q) 그럴 때는 문경은 감독이 뭐라고 안 해요?
최준용) 딱히 뭐라고 안 하세요. 실수한 것보다 잘하는 게 더 많으니까..
Q) 정말 문 감독에게 혼난 적이 없나요?
최준용) 루키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혼났죠. 여기서 제가 제일 많이 혼났을 걸요. 그런데 감독님은 어떻게 보면 (제) 파트너잖아요. 제가 잘 될 수 있게 도와주는 파트너인데, 그런 파트너 역할을 잘해주는 걸 혼낸다고 말하기에는 좀 그런 것 같아요.
Q) 평소 문경은 감독이 최준용 선수한테 요구하는 건 어떤 건가요?
최준용) (경기를) 재미있게 하라고 그래요. 너는 웃으면서 즐기면서 해야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경기 들어가면 네가 즐기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만 찾아서 하라고.. 문 감독님은 선수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희열을 느끼는지 아시기 때문에 선수 한 명 한 명마다 그 선수가 좋아하는 것 밖에 안 시켜요.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선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저희 선수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감독님이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선수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감독님이 진짜 멋있는 감독님이죠. 저는 (문 감독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SK)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1시간 가까운 인터뷰를 통해 최준용은 '팬들을 위해, 그리고 동료와 선후배, 코칭스태프를 위해 더 즐겁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직설적인 인터뷰나 과한(?) 세리머니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동료나 안티 팬들도 생기겠지만, 최준용은 흔들림 없이 '마이웨이'를 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최준용) 그렇게 (안 좋게) 봐주시는 사람도 팬이니까.. 그런 분들도 제가 어떻게 하느냐, 제 행동에 따라서 댓글도 남기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잖아요. (악플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 전혀 억울하고 짜증 나는 건 없고, 제가 코트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히 억울하고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또 코치님이 "(네가) 분위기 업(UP) 해가지고 세리머니 열심히 하고 막 웃으면서 시합에 임하면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네가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너로 인해서 팀이 움직인다"며 "네가 기분이 안 좋고 힘들더라도 연기를 해서라도 더 밝게 (분위기를) 가져가자"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재밌게 경기에 임하려고 하고, 저를 보고 동료들이 힘난다고 그러니까 더 밝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최준용) 항상 홈 경기장에 (재홍이 형) 사진 걸려있는 것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죠. (휴식기 직전) 마지막 모비스와 경기 때 애국가가 나오는 데 갑자기 (재홍이 형)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좀 많이 힘들었어요. 시합 전에... 멘털을 잘 잡고 경기에 임하기는 했는데.. 갑자기 찾아와요. 그런 슬픔이 막 갑자기 찾아오는데, 그런 거 때문에라도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 어깨가 너무 아플 때도 인터뷰 한 번 했었거든요. 제가 어디가 아파도 경기에 임하고 참고 뛸 수 있는 이유가 재홍이 형 때문이라고 얘기했거든요. 제가 이 정도 아픈 게 경기 못 뛸 정도의 아픔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동기 부여가 되죠. 시합 전에 항상 모든 코칭스태프랑 선수들이 묵념을 하고 경기에 임하는데.. 재홍이 형을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에 더 열심히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해요.
▶ [취재파일] 기량도 만개한 '세리머니 장인' 최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