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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①] 퇴직 후 바로 취직한 '관세청 고위직'…드러난 꼼수

[끝까지판다①] 퇴직 후 바로 취직한 '관세청 고위직'…드러난 꼼수

이현정 기자 aa@sbs.co.kr

작성 2019.11.27 20:34 수정 2019.11.27 21: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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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세청에서 높은 자리를 지냈던 사람이 퇴직한 뒤에도 내부 정보와 인맥을 활용해서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 어제(26일) 이 시간에 전해 드렸습니다( ▶ [끝까지 판다] 최서원에 "실망 안 시킨다"던 그 남자, 요즘엔 '기밀 장사' (풀영상)). 오늘은 그런 고위 공직자가 어떻게 퇴직하고 바로 관련 업체에 취직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법에 결정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먼저 이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대형 법무법인 사무실, 이 사무실에는 관세법인도 들어와 있습니다.

관세 사건을 의뢰받으면 두 법인이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합니다.

사실상 하나의 법인처럼 움직이는 것입니다.

[○○ 관세법인 관계자 : (같은 회사인 건가요?) 네, 그렇죠. 근데 법률상으로는 나누어져 있고요. 특히 관세 관련 사건은 같이 협업해서 진행한다고 보시면 돼요.]

이 관세법인에는 관세청 고위직 출신의 이른바 전관 관세사들이 소속돼 있습니다.

이곳뿐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들이 관세법인을 만들고 전관 관세사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관세법인에 들어간 관세청장과 세관장 출신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0명이 넘습니다.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 전관 관세사를 직접 뽑지 않고 관세법인을 통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고위 공직자들은 퇴직 후 취업에 제한이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업무 관련 업체를 가려면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3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3년이 지나기 전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합니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50억 원 이상의 세무법인은 퇴직 후 곧바로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법을 보시면 관세법인이 빠져 있습니다.

퇴직 바로 다음 날 출근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끝까지 판다 팀이 최근 5년간 관세청 퇴직 뒤 관세법인으로 재취업한 공무원을 추적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퇴직자 가운데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막 은퇴한 전관들이 현직 공무원으로부터 얻는 각종 비밀 정보, 현직 공무원에 대한 영향력 등 이른바 전관 특혜가 사건 수임 활동에 십분 활용됩니다.

특히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이 만든 관세법인은 일종의 '분 사무소', 새끼 법인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관세 업계 관계자 : 사실 압수수색 정도의 조사대리는 수억 원씩 받아요. 왜냐하면 크니까. 법무법인이나 이런 데는 제일 좋아하는 사건들이 이런 기업 사건들이고, 기업 사건에 있어서 제일 먼저 계약을 체결하는 게 중요한데.]

이러다 보니 관세 사건을 맡으면서 형사 사건 수임까지 종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관세 업계 관계자 : (회사에 관세법인이 갑자기 찾아와서) 압수수색 나온다, 우리 법무법인하고 같이 잘 대응해 줄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실제로 계약서를 같이 쓰도록 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관세법인 관계자 : 의견서에 Agree 하시면 계약서 송부 드립니다. 관세법인○○, 법무법인○○ 같이 계약합니다]

전관을 활용하는 이런 영업 행위 뒤에는 허술한 공직자윤리법이 있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CG : 홍성용·김규연)

▶ [끝까지판다②] '관세법인' 포함시키면 문제 해결? 정말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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