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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유기견은 문제 있다?…펫샵 강아지 비교해 보니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인-잇] 유기견은 문제 있다?…펫샵 강아지 비교해 보니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문구다. 가뜩이나 1년에 12만 1천 마리, 매일 평균 332마리(2018년 기준)가 버려지는 상황에서, 굳이 펫샵에서 개를 살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유기견 입양은 활발하지 않다. 12만 1천 마리 유기동물 중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된 경우는 27.6%로, 네 마리 중 한 마리 수준에 그쳤다.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 1위는 '질병이 있을 것 같아서'(37.7%)이고 2위는 '(행동학적 문제 등으로) 새로운 집에 적응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31.1%)다.(검역본부, 2018년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쉽게 말하면, 유기견은 왠지 병이 있거나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잘 물고 아무 곳에나 똥오줌을 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유기견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학적 문제에 대한 걱정 때문에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다. 왜냐하면 펫샵에서 입양한 강아지 공장 출신 강아지들이 행동학적 문제를 더 많이 보인다는 점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의 수의사 프랭클린 맥밀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브리더(품종이 우수한 견종의 번식을 돕는 전문가)에게 입양한 개보다 펫샵에서 구매한 개들에게 모든 형태의 행동학적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미국을 포함한 유럽 등 선진국에도 강아지 공장이 있다. 퍼피밀, 퍼피팜이라는 용어로 불리는데 우리나라처럼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경매장을 거쳐 펫샵으로 가는 건 아니고, 대형 트럭에 실려 직접 펫샵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프랭클린 맥밀란 수의사는 펫샵에서 구매한 강아지 413마리와 전문적인 브리더로부터 분양받은 개 5,657마리의 행동학적 특성을 비교했는데, 펫샵에서 구매한 개가 '주인과 가족에 대한 공격성을 보일 확률'이 배 이상으로 높았다. 이밖에도 다른 개나 낯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 분리불안, 화장실 실수, 과도한 흥분, 애정결핍 등을 보인 확률도 더 높았다.

맥밀란 수의사의 논문 외에도 펫샵에서 산 개들이 사회적 두려움(낯선 사람, 어린이, 다른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것)을 더 많이 보였다는 연구, 강아지 공장 출신 개 가운데 55%가 분리불안 증상을 보였다는 논문, 더 어린 나이에 어미 개와 떨어질수록 공포와 과도한 짖음을 보일 확률이 높았다는 논문 등도 있다.

특히, 관련한 문 모두에서 '주인과 가족 구성원에 대한 공격성 확률'이 공통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을 많이 무는 개를 키우고 있다면 이런 연구결과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강아지 공장 출신의 개들이 행동학적 문제를 더 많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랭클린 맥밀란 수의사는 아래와 같은 5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① 유전적인 소인(강아지 공장에서는 같은 모견이 계속 새끼를 생산하므로, 같은 유전형질이 전달됨)
② 임신견의 스트레스(강아지 공장에서 모견은 좁은 케이지에 갇혀 살며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런 스트레스가 태아에게도 영향을 줌)
③ 강아지의 스트레스(열악한 환경의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고 펫샵에서 많은 사람의 구경거리가 되는 과정에서 얻는 스트레스)
④ 사회화 부족(개의 사회화 기간인 '생후 3~12주 차'에 긍정적인 경험을 못함)
⑤ 주인의 부족한 책임감(펫샵에서 산 주인이 키우는 개는 보통 교육 및 훈련 부족, 산책 부족으로 인해 행동문제를 더 많이 일으킴)

물론, 이런 연구 내용은 유기동물과의 비교가 아니라, 전문 브리더에게 분양받은 경우와 강아지 공장 출신을 비교한 결과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정보를 통해 '새로운 집에 적응시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유기견을 입양하는 대신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선택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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