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금강산 마이웨이…김정은의 백두산 구상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9.11.09 09: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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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방침을 놓고 남북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안을 북한이 거부했고, 이후 시설점검단 방북을 정부가 다시 제안했지만 북한은 시설철거나 해가라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남북간) 협의 중이지만 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시설점검단 방북을 제안했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남북간 협의과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남북간 협의상황을 일일이 중계할 수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북한의 입장이 강경한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를 중시해 온 정부인데 북한의 냉랭한 반응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시설 철거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든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보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의도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것도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원인인 듯하다.
금강산관광지구 이산가족면회소 (사진=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조선신보를 통해 나타난 북한의 의도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의중을 대변해 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8일 금강산관광에 대한 글을 실었다. "새 시대에 맞게 새로운 높이에서 추진되는 금강산관광"이라는 글이다.

조선신보는 이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현지지도의 핵심을 "숭고한 인민관과 자력갱생의 정신"이라고 해석했다. "관광지구 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은 강도적인 제재봉쇄로 조선(북한)을 질식시켜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면서, "적대세력들의 제재돌풍을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릴 수 있다는 신심과 각오가 있기에 방대한 금강산관광 지구 개발에 관한 지시를 (김 위원장이)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신보는 또, 김 위원장의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배격된 것은 자립, 자력의 정신에 배치되는 타자의존적인 사고방식과 일본새(일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금강산관광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북한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이러한 관광사업의 성공을 통해 제재가 무용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조선신보는 김정은의 이러한 구상이 백두산 등정에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것을 보고 동행자들이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는데, "금강산의 절경을 마음껏 즐기는 휘황한 미래는 그 웅대한 작전의 수행과 잇닿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금강산 관광 현지 지도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새로운 금강산관광 추진에 관심

조선신보의 이같은 설명을 보면, 김 위원장의 금강산 개발 구상은 남한과의 계약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남측과 '합의' 하에 시설철거를 지시한 것에 주목해 남북대화의 재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북한은 그야말로 새 시대에 맞는 금강산관광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재산권 문제에 대해 조선신보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남측 당국은 2008년에 금강산관광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였으며 3년 후인 2011년에는 조선(북한)이 금강산을 국제관광특구로 지정, 새 특구법에 따라 구역 내의 재산을 정리하였다. 남측의 당사자들에게도 통고했으나 당국이 방북협의를 방해하였으며 기한 내에 현지를 찾지 않은 대상들은 '재산권 포기'로 인정되어 시설들은 법적처분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강산 근처 텅빈 길목● 금강산 문제로 남북관계 풀기는 어려울 듯

조선신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산 중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새 시대에 맞게 새로운 높이에서 추진한다"는 것이 "최고영도자의 구상"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의 설명대로 이것이 정말 북한의 구상이라면 상당한 착각에 빠져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금강산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산 중의 명산이라는 것은 그저 북한의 생각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들이 얼마나 많은데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금강산을 보자고 북한까지 찾아가겠는가. 금강산관광은 기본적으로 남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사업성을 유지하기 힘든 사업이다.

하지만, 어쨌든 김 위원장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하고 북한 내 다른 사람들이 이에 대해 '아니올시다'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인 만큼, 북한의 금강산 독자개발 계획은 조만간 실행될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정부가 시설 철거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뚫어보려 하지만, 정부 구상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