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못 가는 교양 강좌?…강남구청 수상한 유착 고리

박재현 기자 replay@sbs.co.kr

작성 2019.10.22 20:33 수정 2019.10.22 22: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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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금을 담당하는 구청 공무원과 병원 원장이 어떻게 이런 관계가 된 건지 저희 취재팀이 확인을 해봤습니다. 그 시작은 강남구청이 주최하는 한 교양강좌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교양강좌가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은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박재현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근무가 끝난 저녁 시간 서울 강남구청 주차장.

차들이 하나둘 들어옵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구청 내부의 강의실.

[강남구청 공무원 : 아이고 짐이 많으셔서, 제가 들어드릴까요?]

'택스 앤 컬쳐'라는 일종의 교양강좌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채 두 시간이 안 돼서 끝났고 수강생들은 술자리로 향합니다.

이 자리에 강남구청 세금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함께했습니다.

관내 피부과에서 미용 시술을 받은 두 공무원과 이들의 상관인 국장도 참석했습니다.

[수강생 : 국장님 오셨습니다. 국장님! 국장님!]

구청 교양강좌가 공무원과 수강생의 인맥 형성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수강생 : 친분이 굉장히 쌓이죠. 네트워크 쌓으라고 판을 깔아준 거죠. 처음에 1박 2일 워크숍도 갔고.]

교양강좌의 수강생,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구청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거나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았다고 말합니다.

이때 납세 실적도 선정 기준이 됐습니다.

[강남구청 공무원 : 재산세하고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해서 결정을 하죠.]

[강남구청 공무원 (강의 중 발언) : 이 중에 아마 재산세 수천만 원 내시는 분들도 계신 데, 세금 많이 내신 분들, 다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 하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수강생 가운데는 고액 자산가가 많이 포함됐습니다.

[제보자 : 그 모임은 세금도 많이 내고, 건물주고 이런 사람들이 주로 회원이 돼서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수강생들에게는 구청장과 만나는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강남구청 공무원 : 10월 ○○일에는 (강남)구청장님 특강이 있습니다.]

문제는 각종 지역 개발 권한을 갖는 지자체장이나 공무원이 관련 사업자와 직접 접촉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입니다.

[수강생 : ○○○로 용적률 높여주기 위해서 거기를 용역사업 하는 게 있거든요?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건축 업체 대표분도 이 과정을 듣고 계세요.]

공무원과 이른바 지역 유지와의 유착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런 강좌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구청이 앞장서서 이른바 정경유착을 지금 키우고 있다, 토착비리를 스스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매우 심각한 도덕적인 해이다라고 저는 생각이 되고요.]

서울 강남구뿐 아니라 서초구, 성동구, 송파구 등에서도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강좌 등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전민규,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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