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엔 포악, 교도소에선 모범수?…'화성사건' 용의자, '발뺌' 이유는?

이소현 에디터, 한상우 기자 cacao@sbs.co.kr

작성 2019.09.28 09:00 수정 2019.09.29 17: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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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기자들이 뉴스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께 직접 풀어 드리는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33년만에 실마리가 풀린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시민사회팀 정다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33년 만에 DNA 증거를 통해 지목한 유력 용의자.
하지만 그는 DNA 증거 앞에서도 거듭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사건 발생 후 무려 200여만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됐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 국내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지목한 범인은 1994년 1월 '청주 처제 살인 사건'으로 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50대 남성 이 모 씨였습니다.

경찰의 DNA 분석 결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이 씨가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공소 시효는 2006년 4월 완성됐습니다. 강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 씨가 자백하지 않는다면 진범으로 특정할 수 없는 겁니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5차 조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사건 당시에도 3차례나 경찰의 용의 선상에 올랐지만, 증거 부족으로 번번이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이 씨.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은 최면 수사 카드까지 빼 들었습니다.

◆ 정다은 기자 / 시민사회팀 약자엔 포악, 교도소에선 모범수?…'화성사건' 용의자, '발뺌' 이유는?용의자는 20년이 넘는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규율 위반이나 폭력 등 문제 한번 일으킨 적 없는 1급 모범수로 생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어린 학생이나 노인 등 저항 능력이 없는 여성 약자만을 노린 '두 얼굴'의 연쇄 살인마였던 겁니다.

잔혹한 범죄 수법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씨가 치밀했는지는 의문입니다. 33년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던 이면에는 당시 열약했던 수사 환경도 있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특히 아쉬웠던 건 용의자의 동선과 사건이 상당히 겹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 9건 중 6건은 그의 집 반경 3㎞ 이내에서 벌어졌고 나머지 범행 장소도 그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수사했더라면 범인을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취재: 정다은 / 기획 : 한상우 / 구성 : 조도혜, 이소현 / 촬영·편집 : 이홍명, 이은경, 문지환 / 그래픽 :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