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IOC가 일본을 편드는 6가지 이유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9.09.10 07:17 수정 2019.09.11 17:3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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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이 일본 마음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베 신조 총리 뜻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일본에 요구한 사항들이 완전히 묵살됐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물론 국회, 대한체육회가 방사능 오염 의혹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 금지, 군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 금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독도 표기' 삭제 등을 촉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중재자 또는 심판이라 할 수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하나 마나한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사실상 일본 편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럼 IOC는 왜 일본을 편들고 있는 것일까요? 국내 체육인들과 국제 스포츠계에 정통한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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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최국 프리미엄

올림픽은 개최국과 IOC가 서로 협의해 치릅니다. 2020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일본 도쿄입니다. 한국은 206개 회원국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뜨거운 이슈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을 때 IOC가 한국보다는 일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 IOC 기여도

IOC에서는 돈이 곧 힘입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의 최상위 등급인 'TOP'(The Olympic Partner)에 속한 13개 기업 가운데 일본 기업이 3개(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 브리지스톤)인 반면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1개뿐입니다. 더군다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미 몇 년 전에 목표 마케팅 금액인 13억 달러를 초과 달성할 만큼 자금이 넘쳐흐릅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훨씬 유리한 상황입니다.
IOC 후쿠시마 방사능 안전 확약3. 한국만 이의 제기

일본이 대놓고 한국을 무시할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제기한 이슈에 대해 동조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지난 8월 20일 일본 도쿄에서는 도쿄올림픽 단장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93개국 가운데 한국만이 후쿠시마산 식자재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방사능 안전을 요구했습니다. 미국, 중국, 독일 등이 한국의 이의 제기에 가세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지만 다른 나라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4. "독도는 분쟁 지역"

IOC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 땅, 혹은 일본 땅이라며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IOC는 '독도' 문제가 올림픽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려면 한반도에 존재하는 모든 섬들을 전부 표기하라는 것이 IOC의 입장입니다. 그렇지 않고 제주도, 울릉도, 독도 등 일부 섬만을 표기했을 경우 '정치적 의사 표시'로 간주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의 성화 봉송 지도를 보면 일본에 있는 모든 섬들이 표기돼 있는데, 여기에 독도도 자기 땅이라며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OC는 일본 측에 적극적으로 '독도 삭제'를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조직위 욱일기 응원 허용5. '욱일기'를 잘 모른다

IOC의 주류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의 백인들입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문양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욱일기'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욱일기'를 휘날리며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인들에게 얼마나 쓰라린 고통을 안겼는지에 대한 공감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SBS는 최근 IOC에 '욱일기 허용' 여부를 문의했지만 돌아온 공식 답변은 "올림픽 경기장은 정치적 시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동문서답뿐이었습니다. 사실상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용한 것입니다.

6. 2032 올림픽 유치 때문에…

남과 북은 2032년 서울-평양 하계 올림픽 유치를 공식 천명했습니다. 이르면 2021년에 개최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 치열한 유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IOC와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야 합니다. 우리가 더 강력한 투쟁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하거나 다른 초강수를 둘 경우 2032 올림픽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입니다. 도쿄올림픽 준비를 책임지고 있는 조정위원장이 공교롭게도 호주 IOC 위원인 존 코츠란 점도 우리에겐 불리한 대목입니다. 존 코츠 조정위원장은 현재 호주 브리즈번을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만드는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존 코츠 위원장에서 입장에서 보면 브리즈번과 서울-평양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13년 일본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 대한체육회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다른 대회와 비교하면 시차와 기후, 음식 면에서 적응하기 쉽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의 요구들을 모두 묵살한데다 편파 판정까지 예상돼 이번 도쿄올림픽이 우리에게는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란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